기생해서 레벨업

기생해서 레벨 47화

레이빈 2017. 6. 1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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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해서 레벨 올렸는데, 너무 성장한 걸지도 모른다

47화 : 붉은 밤




심야의 스노리 마을, 나는 리사하르나의 뒤를 쫓아간다.

사람들 사이에 섞일수는 없지만, 얼마 전에 얻은 기척을 없애는 스킬 덕분에 들키지 않고 뒤를 쫓아갈 수 있다.

조용한 공길르 느끼면서 숨을 죽이고 뒤를 쫓아가니, 리사하르나는 마을 바깥으로 나와 잠든 가축에게 걸어갔다.
모든 가축을 지키기에는 사람도 모아둘 장소도 부족해, 중요한 개체들만을 게오르그네가 호위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넘치는 가축들도 있는데, 리사하르나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숨을 삼키고, 조금씩 거리를 좁혀갔다.
어둠에 눈을 부릅뜨니 몬스터의 모습도 마을 밖에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양쪽에서 포위하듯 둘은 가축에게 다가갔다.

이건, 역시――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동시에, 리사하르나가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다가온 몬스터 오우거가 곤봉을 들어올렸다.
다음 순간, 리사하르나가 가축을 덮친 오우거를 날려버렸다.

"엉?"

가까이에 날아온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멍청한 목소리를 내버렸다.

"너는――왜 여기에"

리사하르나가 돌아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망했다.
역시 이렇게까지 다가오면 스킬을 써도 걸린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리사하르나는 지금 막 몬스터에게서 가축을 지켰으니까.
나는 자신의 능력 이외는 숨기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조금 밤 산책을 하다가 리사하르나씨를 발견해서, 상태가 좀 이상하길래 따라왔어요"
"즉, 내가 흡혈 사건의 범인이라고 생각한 거구나"
"네? 아니, 그렇게까지는...."
"너는 거짓말을 잘 못하는 것 같구나. 나랑 마찬가지로"

리사하르나는, 달을 등지고 그녀가 자주 하던 입 한쪽을 들어올리는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놀랄 정도로 아름답고 요염하며 차가워, 나는 잠시 빤히 바라봤다.

"네, 분명 관련이 있는 거 아닐까 생각해, 수상해서 따라왔어요. 하지만 여기서 본 리사하르나씨는 반대의 행동을 했죠. 하지만, 당신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에요. 저는 알 수 있어요. 대체, 정체가 뭔가요"

이제, 말해도 되겠지.
어차피 들킨 것 같고.

"뭐라고 생각해? 너는"
"....흡혈귀"
"정답이다"

송곳니를 보이며 리사하르나는 웃었다.
직접 듣지 않으면 인간과 전혀 구분이 안 간다.

"어떻게 내가 그렇다는 걸 알았지?"
"저는 스킬이 있어서, 인간인지 아닌지 알아요. 리사하르나씨는 인간이 아니었죠. 동물인지 몬스터인지 뭔지는 몰랐지만요"
"그렇구나, 그런 스킬이 있다는 건 나도 몰랐네. 이래봬도 꽤 오래 살았는데"

리사하르나는 나에게 다가왔다.
가축은 도망갔다.
날려진 오우거는 아직 기절해 땅에 쓰러져 있다. 엄청난 위력이다.
맞으면 어떡하지.

"왜, 정체를 숨기고 마을에 왔어요?"
"별로 몰래 마을사람들 피를 빨려고 한 건 아니야. 이유는 하나가 아니긴 한데, 가장 큰 건 흥미가 있어서지"
"흥미? 그런 이유로?"
"너희 인간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시간을 영원히 가지고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뭔가를 하고, 실패를 해도 심한 타격은 없지. 급하게 뭔가를 할 필요 같은 것도 없어. 별 생각 없이 사람들과 섞여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그렇게 생각해서 저 폐허를 버리고 사람인 척을 하면서 여기저기를 다니다, 다시 여기로 돌아온 거야"

그렇구나.
뭐든지 나중에 되돌릴 수 있다는 건 꽤 부러운 것이다.

"의뢰를 한 것도, 사람으로서 살기 위해서다. 예전 이 마을 근처에 있던 뱀파이어라는 건 아마 예상 했겠지만 나를 말하는 거야. 물론 그 때 일을 알고 있는 자들은 이미 수명이 다했는데, 하지만 뱀파이어 때문이라고 하면 만에 하나라도 내가 의심받을 가능성도 있어"

그래서, 없다는 걸 증명해 달라고 한 건가.
저 폐허에는, 잘 아는 사람이 보면 아는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외부인이 보게 해서 아무것도 없다는 걸 증명시키고 선수를 친 거겠지.
진짜 원인은 그 후에 조사해도 늦지 않다고.

"자세한 건 놔두고, 대체적인 사정은 알았어요. 하지만, 하나 모르는 게 있는데요. 왜 리사하르나씨는 여기에――"
"아가아아아아아!"

갑자기, 몬스터의 외침 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시선을 보내니, 눈을 뜨고 도망치려던 오우거가 쓰러지는 모습과, 선혈과 함께 사람의 그림자가――아니, 갑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손에는 한자루 진홍색 창이 쥐어져 있고, 그건 몬스터를 꿰뚫은 피를 흡수하고 있었다.

"창이 피를 빨고 있어!?"
"역시, 저게 소동의 원인인가"

리사하르나가 가만히 창을 바라봤다.
나도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시선을 집중했다.

....기억났다.
저 갑옷, 잘 보니 폐허 지하의 관이 있던 방 앞에 장식된 갑옷이다.
문 한 쪽에밖에 없어 밸런스가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한쪽은 자신이 움직이고 있었던 건가.

――맞다, 관에는 무수의 긁고 찌른 상처가 있었다.
관의 방을 지키던 갑옷이, 관에 상처를 낼 법한 걸 손에 쥐고 있다.

"혹시, 저 창이 관 안에?"
"맞아. 내가 예전 소유했던 '비보' 블러디 리코리스. 흡혈의 마창"




창은 마물의 피를 맛있게 마시는 것처럼 보이고, 갑옷은 그 장소에 머물러 있다.
나는 눈을 떼지 않고 리사하르나에게 물어봤다.

"그 뭔가 대단한 것 같은 창을, 저 갑옷 괴물이 쓰고 있는 거네요"

리사하르나는 고개를 저었다.

"반대다. 창이 갑옷을 조종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하는 거야. 피를 빨아 목을 축이고 싶다는 욕구를"
"뭐, 창이요?"
"힘을 가진 물건이 보름달의 빛을 1000번 받으면 영성을 얻어 의사를 가지게 된다고, 들은 적 없나? 비보라는 건 언제부터 있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불명인 인지를 초월한 힘을 가진 도구. 그런 것이 오랜 세월을 보내면, 스스로 의사를 가지고 마 혹은 영이 되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뛰어난 무기나 석상이 몬스터가 되는 것도, 종종 있는 일이지"

진짜냐.
비보――전에도 조금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일반적인 보물과는 다른 특별한 힘을 가진 것이라는 정도의 인식이었는데, 그게 몬스터가 됐다니 꽤 위험하잖아.

"저건 전에는 저걸 써서 피를 흘리게 만들기 위한 무기였지. 허나 오랜 시간이 지나, 그것 자신이 피를 원하는 마물로 변한 거다"
"그런가요. 그럼, 저게 흡혈 사건의 진범"

리사하르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창과 천천히 창과 갑옷 쪽으로 걸어갔다.

"혹시나 싶었지, 흡혈 소동을 들었을 때는. 하지만, 나는 평범한 마을 사람으로 살고 있지. 폐허로 가는 건 되도록 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우리에게 부탁을 한 거네요"
"맞아. 다소 부자연스러운 의뢰이긴 하지만, 외부인이라면 그렇게 깊이 파고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방관할 수는 없게 된 거지. 저건 내가 저 폐허에 살고 있을 때 헌상품으로 받은 것. 나와 비슷한 비보는 골동품으로서 마음에 들어, 버리지 않고 관 안에 봉인해 뒀는데, 생각 이상으로 강한 마성을 띠어 스스로 밖으로 나온 것 같군. 마물의 습격도 저것이 내는 장기를 맞아서 생긴 일이겠지"

리사하르나의 손바닥이 약한 붉은빛의 결정에 감싸였다.
그건 창이 내는 빛과 같은 것이었다.

"어떻게 할 건가요?"

리사하르나가 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텅 빈 갑옷이, 창이 이쪽을 알아챈 듯 자세를 잡고 다가온다.
뻗어온 창을 리사하르나가 붉게 물든 손으로 받아쳐, 이어서 맨손으로 갑옷을 잡아 날려버렸다.

"당연하지. 파괴한다"
"오오!"
"뱀파이어의 무기는 자신의 힘. 강철보다 강해서 무기 같은 건 원래 필요 없지――다만"

리사하르나의 손에서 붉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지금 걸로 상처를!"
"역시 평범한 무기와는 다르구나. 피를 빨고 있어, 힘도 늘어나 있군"

피를 빨면 강해지는 무기라는 건가. 정말 마의 창이다.

갑옷은 움직임이 느려지지도 않고 더욱 가속해서 덮쳐와, 리사하르나는 피했지만 완벽하게 하지 못해서, 받아낼 때마다 상처가 늘어난다.
반격도 해서 갑옷은 움푹 패였지만, 본체인 창에는 대미지가 없다.
혀를 차며 크게 차버리며, 리사하르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괜찮아요!?"
"별로, 안 괜찮지. 역시 오래 피를 빨지 않은 지금 나보다는 저게 힘이 위인 것 같다. 예상은 했지만"

달려가 보니 여러군데가 베여 붉은 피가 달빛을 반사하고 있다.

"꽤 피가 많이 났어요. 이제 제가 할게요"
"저건 강하다고"
"네, 보면 알아요..... 하지만 뭐, 어떻게든 될 거에요"

나는 검을 뽑아 마력을 집중시켰다.
허세나 자만이 아니다. 아마 정말 어떻게든 될, 적당히 좋은 상대로 보인다.
지금까지 기생을 '시켜서' 얻은 힘, 시험해볼 좋은 기회다.



키우다 봉인한 마물인 줄 알았더니 무기가 피를 빨고 있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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