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해서 레벨업

기생해서 레벨 52화

레이빈 2017. 6. 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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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해서 레벨 올렸는데, 너무 성장한 걸지도 모른다

52화 : 획득 형질




자, 밭은 이걸로 됐는데, 하는 김에 조금 파머 계열 스킬을 시험해 볼까.


나는 밭을 뒤로하고 그대로 근처 숲으로 갔다.
날씨도 좋고, 느긋하고 자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평화로운 기분이 된다.
하품을 하며 숲에 들어가, 적당한 식물이 자라 있는 곳을 찾아 걸어갔다.
하는 김에, 떨어져 있는 호두 비슷한 나무열매도 주웠다.

"오, 여기 좋다"

잠시 돌아다녔더니 야채 군생지를 발견했다.
야생 오이다.
로렐 오이라고 불리는 이건 키가 작고 줄기가 튼트하며, 두껍고 짧은 오이가 잔뜩 열린다. 그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땅을 팠다.
다음에 나는 스페이스 백에서 적당히 가져온 것들을 꺼냈다.

사과, 호두, 불의 마결정, 레이피어, 램프.
사과나 호두 같은 음식은 물론 원래 세계의 것과 완전히 같은 품종은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인 것들이다. 참고로 이 세계의 사과는 좀 푸아르 같다.

"이녀석들을――묻는다!"

물건들을 각각 다른 오이 앞에 묻었다.
조심스럽게 흙을 올리고 떨어진 잎으로 덮었다.

물론, 내 정신이 나간 게 아니다.
이게 내 스킬 【형질 부여】를 위해 필요한 거다.

파머와 인챈터의 복합 스킬인 이건, 식물의 뿌리에 물건을 묻어 이렇게 거기에 손을 대고 스킬을 쓰면――그 묻은 물건의 성질이 식물에 부여되는 것이다.
상당히 재밌는 효과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어디까지 성질이 부여되는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 띠지 않는 곳에서 시험하려고 한 거다.

사과맛 오이나, 호두 같이 딱딱한 오이나, 불타는 오이나, 찌를 수 있는 오이나, 빛나는 오이나, 그런 걸 만들 수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
실용성은.... 사과맛 오이는 조금 있으려나, 응.

뭐 현실적으로 검이나 램프의 형질을 부여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다. 같은 식물이면 되겠지만.
이쪽도 뿌리에서 성질을 빨아 올릴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서, 밭과 함께 어느 정도 기다리게 된다. 완성이 기대된다.



그 후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그래봤자 몇일이지만, 그동안 잉여생활을 했습니다.
하루종일 침대에서 2미터 이내에서만 보내는 건 즐겁다.

오랜만에 비타민 D를 합성하려고 밖에 나온 내가 우선 본 건, 여관 텃밭.
영양을 준 밭을 보니, 거기에는 심었던 씨가 싹을 내, 무릎 정도까지 벌써 자라 있다.
생각 이상의 성장 스피드에 놀라면서, 실험이 성공해서 신났다.

역시, 토양의 영양이 원인이었던 거다. 그리고, 비료는 줬는데도 안 됐다는 건 미생물이 없어 지속적으로 영양이 공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쓴 스킬 효과는 물론 영구적이지 않다.
미생물이 하는 일을 스킬을 썼을 때만 할 뿐이라 정기적으로 쓰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건 귀찮고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역시, 미생물을 가져와야겠다"

향한 곳은 숲.
식물이 특히 무성하게 자라는 곳에서는 식물 동물 분해자로 사이클이 형성되어 있을 거다. 거기 흙을 가져오면 그 안에는 미생물이 잔뜩 있겠지. 물론, 그 곳에 있는 낙엽들도 같이 확보했다.
이걸 넣으면 땅이 회복될 거다.

이쪽은 이걸로 오케이.
다음은 숲의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작업해둔 오이의 모습을 보기 위해.

전의 그 곳에 가자, 오이는 변함 없이 자라고 있다.
표식을 해 둔 판에 각각 묻어둔 것이 쓰여 있다.
그 표식에 따라, 자란 오이를 조사.....할 필요도 없었다.

"오이가 빛나...."

빛이 나버렸다.
램프를 묻어 형질 부여를 한 오이가, 살짝 빛을 내고 있다.
안에 램프를 넣은 호박처럼.

이야,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도구는. 설마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될 줄이야.
램프 뿐만이 아니라, 레이피어를 묻은 곳의 오이 줄기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무수하게 나 있다. 아무래도, 도구든 뭐든 그 성질을 식물에 부여할 수 있는 것 같다.

꽤 뭐든지 되는 능력 같다.
하지만 유효 활용 방법은 잘 모르겠다. 램프를 소비해서 빛나는 오이를 만들 거면, 램프를 쓰면 된다는 생각이 엄청 드는데.
그것보다 뭐가 중요하냐면.

"응, 재밌는 맛이야"

사과를 부여한 오이를 먹어보니 오이의 식감에 사과의 맛이 났다.
이건 신감각, 그렇게 맛있지는 않지만, 조합에 따라서는 새로운 음식의 경지가 열릴지도 모른다.
호두를 부여한 것은, 딱딱한 껍질에 열매가 감싸여, 호두 같은 향이 난다. 역시 먹을 것에는 먹을 것을 합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불의 마결정을 부여한 것은, 겉보기에는 변함이 없지만, 혹시나 싶어 불을 지펴보니 엄청 잘 탔다.

실용성은 둘째치고, 꽤 재밌는 결과가 나와서 오이를 수확하고 펜으로 어느 형질을 가진 오이인지를 기록해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아, 에이시씨, 봐주세요. 이렇게나 자랐어요"

여관에 돌아와 흙을 넣으려고 하는데, 마리에가 텃밭에 있었다.
여태까지 작물이 자라지 않았던 밭 앞에서 몸을 구부리고 있던 마리에가, 나를 알아보고 얼굴만 들었다.

"지금까지 이 밭은 못 썼는데, 왜일까요"

의문을 입에 담으며 그 얼굴에는 의문보다 신나고 기쁜 마음이 드러나 있다.
가장 여기를 잘 돌본 건 이 아이니까.
부활해서 기쁨도 더하겠지.

나는 마리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가져온 흙을 털썩 내려놨다.
마리에는 이야기와 흙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리에짱, 이걸 밭에 섞으면 아마 다시 당분간은 쓸 수 있게 될 거야. 또 안 자라게 되면 숲에서 가져오와서 쓰면 돼. 물론, 갈 때는 조심해"
"저, 전혀 몰랐어요. 그런 걸 할 수 있다니, 이에시씨, 여기 오기 전에는 농업을 했었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뭐 파머이기는 하지만, 뭐랄까, 그냥 귀동냥으로 들은 게 있어서"
"박식하시네요, 에이시씨.... 네, 해볼게요!"

그리고 둘이서 흙을 섞는 작업을 시작했다.
종종 대화를 하면서 대부분 묵묵히.
말을 할 때는 마리에가 이 밭에서 뭘 키울지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길었다. 역시 기대되나보다. 이만큼 즐거워하면 작물이 자라는 것도 기대할 수 있겠다.

이런 작업은 하면 시간이 지나가는 게 의외로 빨라,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 정신을 차리니 끝나 있었다.

진흙이 묻지 않도록 팔로 땀을 닦고, 마리에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고맙습니다. 에이시씨"
"천만에, 마리에짱. 나도 종종 상태를 보러 올게"
"네. 열심히 키울게요!"

마리에짱은 기합을 넣고 다른 작업을 즐겁게 시작했다.



형질 부여로 사과에 독을 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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