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크리스마스 번외편 2

레이빈 2018. 8. 1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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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크리스마스 번외편 ~사랑스러운 여신에게 축복을~




크리스마스... 그 기원은 신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을 기념하는 축제이며, 내가 살던 세계에서 매우 유명한 기념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당연하게도 이 쪽 세계,.. 트리니아에 예수 그리스도는 없으니, 원래라면 크리스마스라는 행사도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10년에 한 번을 주기로 내가 있던 세계에서 용자를 부르는 용자제라는 대 이벤트가 있고, 그 때 온 용자들로부터 우리 세계의 것들이 퍼졌다. 크리스마스도 그 중 하나다.
물론 이 세계의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는 없다.
이 세계에는 신의 아니는 없어도, 신이 실재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는 신들에게 감사를 보내는 축제로 인식되고 있다.

참고로 이 세계의 크리스마스는 하늘의 달 25일로, 사실 용자제 날과 딱 겹친다.
그래서 용자제가 있는 해에는 하지 않기 때문에, 나도 올해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신들의 정점, 이 세계를 통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창조신... 시로씨는, 억양 없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시공신, 산타클로스가 되세요"
"...죄, 죄송합니다. 샤로바날님, 의미를 잘..."

시로씨에게초대받아 온 신역... 무려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와 보니, 크로노아씨가 평소대로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듣고 있었다.
신에게 감사하며 살아가는 트리니아 사람들에게 도무지 보여줄 수 없는 광경이다.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산타클로스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산타클로스 역할을 명합니다"
"ㄴ, 네! 샤로바날님의 말씀대로..."
"그럼..."
"억!?"

뭔가 기력이 빠진 것 같지만, 크로노아씨는 시로씨에게는 절대 복종이기 때문에, 어깨를 떨구면서도 승낙했다.
그러자 시로씨는 가볍게 손가락을 흐늘어... 크로노아씨 옷이 붉고 흰 의상으로 변했다.

"샤, 샤로바날님!? 이이, 이건, 대체!?"
"산타클로스에요"
"아니, 그거 아닌데요"

시로씨, 그건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산타코스프레... 미니 스커트인데, 심지어 크로노아씨 다리가 엄청 기니까 더 짧아 보여서 눈을 둘 곳을 모르겠다.

"미, 미야마... 보지 마라... 부탁이다..."
"...오늘도 고생 많으시네요"

수치심을 참으며 얼굴을 붉히는 크로노아씨에게서 눈을 돌리고, 완전히 크리스마스 색으로 물든 성역을 바라봤다.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예쁘게 내리는 눈... 어째선지 그 눈은 만져도 녹지 않고, 풍경만을 예쁘게 물들여간다... 뭐,시로씨가 하는 거니까 뭐든지 가능이다.

"양말도 준비했어요"
"...너무 큰 거 아니에요?"
"네. 이걸로 산타클로스가 원하는 선물을 넣어 줄 겁니다. 기대 되네요"
"어? 제, 제가 말입니까?"

이런, 여기서 추가로 터무니없는 소리를, 크로노아씨가 확연히 동요하고 있다.
그것도 그렇다. 왜냐하면, 시로씨가 기대하고 있다는 건... 신족인 크로노아씨에게 있어,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중요한 안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로씨가 원하는 선물... 뭘까? 솔직히 전혀 상상이 안 간다. 그야 시로씨는 기본적으로 뭐든지 만들어낼 수 있고, 굳이 뭔가를 원할 것 같지가 않으니까...

그런 의문을 느끼고 있는데, 크로노아씨는 우물쭈물 거대한 양말에 붙어 있는 카드를 들어, 거기에 쓰여 있는 것을 확인하고... 털석 어깨를 떨궜다.

"...저기, 샤로바날님?"
"뭔가요?"
"...이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군요, 그렇겠지요"

크로노아씨는 바로 자신에게는 무리라고 말하고, 시로씨도 딱히 책망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시로씨가 카드에 쓴 게 뭘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 앞에, 크로노아씨가 슬쩍... 뭔가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듯한 표정으로 카드를 내밀었다.

반으로 접힌 카드를 받아, 그 안을 열어 보니... 시로씨 답게 정말 깔끔한 글자로 쓰여 있었다... '카이토씨의 키스(로맨틱한 분위기로)'.....

"...엉?"

아니, 잠깐만, 뭐야 이 말 같지도않은... 아니, 괄호만 없어도 문제 없었다. 하지만 괄호 안의로맨틱한 분위기라는 말 때문에 터무니없이 난이도가 상승한다.
서, 설마, 여기서 나한테 과제가 넘어올 줄은 몰랐다... 시로씨, 너무 무섭다.
"...기대하고 있어요"
"...아, 네. 노력 할게요"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시로씨의 말이, 너무나도 무거운 부담이 되어 나를 짓누르는 걸 느끼면서, 일단 파티를 즐기기로 했다.






신역에서 열리는 파티참가자는, 물론 최고신 세 분과 나 뿐으로, 시로씨를 포함해 5명인 파티가 됐다.
페이트씨는 계속 크로노아씨를 보고 웃고, 매우 즐거워 보이는데... 라이프씨는 온화하게 미소지으면서도, 어째선지 가슴께가 엄청 열려 있는 드레스를 입고 있어, 그 폭력적인 매력에 의해, 뜻밖에 나는 또 이성과의 싸움을 강요받게 됐다.

그런 소란스러운 파티도 일단락되어, 나는 시로씨와 둘이서 눈이 내리는 신역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로씨,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저야말로..."

시로씨는 여전히 억양 없는 목소리로 무표정으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무리 나라도 이제 나름대로 오래 같이 있어서, 시로씨가 즐거워하고 있다는 건 충분히 전해진다.
결코 기분이 나쁜 게 아니고, 어딘가 간질거리는 침묵이 찾아와, 나와 시로씨는 그냥 조용히 쌓이는 눈을 바라봤다.

"...힘들지는 않으세요?"
"네? 뭐가요?"
"...저와 같이 있는 건, 힘들지 않으세요?"
"..."
그건 이 독특한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 건지, 시로씨는 드물게도 자신 없는 느낌의...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이 잘 안 읽히긴 하지만, 시로씨도 로봇은 아니다. 불안해하는 일도 있고, 고민 하나 정도 있는 것도 당연할 거다.
그런 시로씨의 말을 듣고, 나는 몸을 시로씨 쪽으로 향해, 아름다운 금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확실히 힘들기도 하고, 휘말리기만 하는 것 같네요"
"그런가요..."
"하지만, 그 이상 즐겁고 행복해요"
"...네?"
"저는 시로씨랑 있으면 즐거워요. 더 같이 있고 싶어요. 그러니까, 전혀 괴롭지 않아요"
"..."

거짓 없는 마음을 전하며 미소를 짓자, 시로씨는 조금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본 후... 살짝 미소지었다.

"...저는, 지금까지 얼마나 세월을 살아온 걸까요.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알고 전능 가까이에 있는데... 아직 전지는 먼 것 같아요"
"..."
"아니, 어쩌면 이 세상에 '전지라는 건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세계는 변해가고,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끝없는 꿈을 만들어내죠"

거기서 말을 일단 끊은 후, 시로씨는 세계의 미가 응축된 것처럼, 너무나도 아름답고 다정한 미소를 띄웠다.

"저에게는 감정이 없다, 그렇게 생각한 게 먼 옛날 같아요... 지금, 저는 즐겁다고 느끼고, 그리고 행복하다고 실감해요... 당신이, 그걸 가르쳐줬어요. 고마워요"
"그럼, 저도 고맙다고 해야겠네요. 저도 시로씨를 만나서, 정말 행복해요... 고마워요"
"후후...네"

보는 사람을 매료하는 따뜻한 미소를 지은 후, 시로씨는 살짝 눈을 감고, 나는 천천히 그 어깨를 안아 시로씨를 끌어당겻다.

그리고 살짝...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담아, 사랑스러운 여신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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