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한화・캐러웨이

레이빈 2021. 5. 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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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한화・캐러웨이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작위급 고위 마족. 그것은, 마족 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존재를 지칭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인계 귀족처럼 영지 같은 것을 가지거나 특정 국가에 소속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작위급 고위 마족이라는 말은 '환왕 노페이스'에 의해 생겨나, 마계에 침투했다.

 

예전 마계에는 평범한 마족과 일정 이상 힘을 가진 고위 마족이라는 대략적인 호칭밖에 없었다.

그래서는 마계의 정보를 관리할 때 불편하다고 생각한 노페이스는, 고위 마족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힘을 가진 자를 부르는 호칭으로 작위급 고위 마족이라는 명칭을 만들어 그 압도적인 정보능력을 이용해 마계에 침투시켰다.

 

작위급 고위 마족의 판단 기준을 아는 것은 노 페이스와 일부의 심복 뿐이며, 그 임명도 환왕 병단이 한다.

그렇긴 해도, 노 페이스에게 있어 그 호칭은 관리상 분류하기 쉽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별로 임명식이 있거나 기념품이 수여되는 건 아니다.

 

노 페이스와 일부의 심복에 의해 '기준 이상의 힘을 가진다'고 판단된 자에게는 갑자기 환왕 부하가 나타나서 한 마디 구두로 작위급이라고 판단되었다는 것을 전달할 뿐.

하지만, 그 작위급 호칭은 실력주의인 마계에서 큰 힘을 가진 증명이기 때문에, 일종의 스테이터스가 되었다.

작위급 고위 마족이 되면 세계가 바뀐다고도 한다. 모으려고 하지 않아도 부하가 되고 싶어하는 마족이 모여들고, 부와 명예가 연이어 흘러들어온다.

 

그래서, 마족 누구나가 한 번은 작위급 고위 마족이라는 칭호를 꿈꾼다. 하지만, 그 칭호를 얻는 것이 가능한 건 넓고 방대한 종족들이 있는 마계에 있어서는... 정말 극소수의 존재 뿐이다.

자작급 고위마족인 캐러웨이도 또한, 그 선택받은 자들 중 하나였다.

 

그녀는 원래 그렇게 강대한 힘을 가지지 않은 종족으로 태어나, 그 종의 역사상 유례 없는 재능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성장하면서 그녀는 눈에 띄게 실력을 키워, 결국 그 종족에서 처음 작위급에 도달해, 동족들로부터 '영웅'이라고 불리고 아낌없는 칭찬을 받았다.

 

캐러웨이에게 종족의 영웅이라는 말은 자랑이며,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되겠다고 분발하는 지침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작위급 고위 마족이라는 지위는 달콤한 꿀 같은 쾌락을 그녀에게 주었다. 많은 마족들이 자신의 부하가 되기를 바라고, 부도 그녀에게 모여왔다.

그리고 남작급에서 자작급으로 올라가자, 손에 들어오는 달콤한 꿀은 더욱 늘어나, 그녀는 행복의 절정을 맛봤다.

 

그녀는 분명 천재였다... 천재...에서 멈췄다.

자작급과 백작급의 사이에는 천재 중에서도 더욱 소수인 '괴물'들만이 넘을 수 있는 벽이 있어, 캐러웨이는 그 벽을 넘지 못했다.

 

거기서 포기했으면 다행이었을 거다. 자기 주제를 알고 지금 있는 위치에서 만족했다면... 그녀가 자신의 초심을 잃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꿀을 한 번 맛본 마음은 더 큰 쾌락을 원했다. 백작급에 도달한다면 얼마나 큰 행복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그런 것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마계의 정점에 서고 싶다는 거창한 생각을 한 게 아니다. 자신이 평생 무예를 갈고닦는다고 해서 육왕에는 털끝도 못 닿을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조금이라도 거기에 가까운 위치...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었다.

 

무엇보다 얄궂은 것은, 그녀는 백작급이라는 위치에 '조금만 부족했다'는 것...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뭔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요인만 얻었다면 닿았을지도 모른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래서, 그녀는 손을 뻗고 말았다... 이 세계에는 없는, 자신을 비약시켜줄 요인을... 절망한 채로 손을 뻗고... 실패했다.

 

다만, 그녀는 '실패한 게 다행이었다'... 실패했기때문에 그녀는 지금도 살아있을 수 있다.

혹시 그녀가 카이토의 유괴를 성공했을 경우, 세계에 혼란을 초래한 죄로 바로 노 페이스에게 목이 날아갔을 거다.

그런 것조차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당시에 그녀는 시야가 좁았다.

 

...쌓아올리기는 어려워도, 잃어버리는 것은 순간.

캐러웨이는 그 일 하나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녀는 육왕에게 경고를 받고, 육왕에게 받는 평가가 현저히 떨어졌다.

말하자면 그것은 집행유예 같은 것으로... 그런 그녀를 따르고자 할 정도로 부하들의 충성심은 높지 않았다.

그걸 욕할 생각은 없다. 만약 입장이 반대였다면 그녀도 그렇게 했을 거다. 그 정도로 육왕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녀의 곁에서 모든 부하가 사라지고, 동족들도 경멸의 눈으로 보게 되었다. 종족의 영웅에서... 종족의 망신으로... 굴러 떨어지는 속도는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릴 정도로 빨랐다.

그리고, 그렇게 된 후에 비로소... 타오를 것 같았던 욕망에서 해방된 그녀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죄를 뉘우쳤다.

 

동족들의 영웅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되려고 절차탁마하던 예전의 자신은 어디로 간 건가? 어느 새 자신은 이렇게 추하고 어리석은 자로 추락한 건가...

뉘우친다고 과거의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떨어질 데까지 떨어진 그녀는, 이제 재기의 싹도 없다. 캐러웨이는 그걸 받아들였다.

 

육왕이 경고를 했다고는 해도 용서를 한 이상 겉으로는 그녀를 욕하는 자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비웃거나 경멸하는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건 괴롭고 힘들었다... 그녀에게는 마왕 피어 같은 죄를 모두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걸어나갈 정도의 강함은 없었으니까.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과거의 죄를 후회하고, 잃어버린 것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다.

 

도망쳐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괴로웠지만, 그래도 아무런 속죄도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용서할 수 없었다.

적어도, 일의 피해자인 카이토에 대해서는... 용서받지 못해도 한 마디, 사죄를 하고 싶었다.

 

육왕제의 소문을 듣고, 본 축제 참가는 인정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을 허락받았다. 탄원해서 카이토에게 사과할 기회도 받아, 초대장을 가지고 그에게 갔다.

 

 

 

 

 

육왕제도 가까이 다가와, 캐러웨이는 축제 장소가 될 땅의 청소를 하고 있었다. 육왕의 부하도 아닌 그녀에게 중요한 일은 주어지지 않아, 이렇게 잡일만 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불만도 없이 그걸 이어갔다.

나쁜 의미로 마계에서 유명인인 그녀에게는, 좋든 싫든 기이한 시선이 쏟아진다.

 

그 중에는 전에 자신의 부하였고 지금은 다른 마족의 부하로 바뀐 자들도 있어, 받는 시선은 매우 차갑다...

그런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 일을 하던 그녀의 눈 앞에,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잠시 손을 멈춰라, 환왕님의 전언이 있으니"

"파, 판도라님!? 화, 환왕님으로부터... ㄴ, 네... 무, 무엇입니까?"

 

나타난 것은 환왕의 오른팔이며 백작급 최강으로 유명한 판도라이며, 그 말을 들은 캐러웨이는 두려워하며 허리를 폈다.

자신에게 육왕이 사자를 보냈다... 좋은 내용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뭔가 또 잘못을 한 걸까? 그런 생각은 다른 마족들도 마찬가지로, 모멸 섞인 시선이 캐러웨이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판도라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곳에 있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너에게는, 내일... 방문하시는 미야마님의 안내역을 맡긴다. 청소 일은 도중에 멈춰도 되니, 길을 제대로 확인해 두도록"

"...네? 어?"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카이토가 육왕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것은 많은 마족들에게 이미 알려진 내용.

그 안내를... 육왕 부하도 아니며 죄인 같은 취급인 캐러웨이에게 맡긴다니, 도무지 믿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자, 잠시만요! ㅇ, 왜 제가...저, 저는..."

"미야마님의 지명이다. 너에게 거부권은 없으니, 받아들여라"

"...네? 미, 미야마님이... 저를... 그런... 왜?"

 

확실히 전에 리리아 저택에서 사과를 했을 때, 카이토는 캐러웨이를 용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카이토가 상냥하기 때문이며 원한은 어느 정도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캐러웨이에게 있어, 카이토가 직접 자신을 지명했다는 것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충격적인 전개는 더 이어졌다.

 

"아, 그리고 이걸 전달하지..."

"억!? 이, 이건... 동행자용 뱃지? ㅇ, 어째서..."

"미야마님께서 너를 동행자로 지명하셨다. 꼭 감사 인사를 하도록"

"...왜..."

 

캐러웨이에게 카이토의 행동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왜, 미움을 샀으면 몰라도 정을 줄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는데...

 

"...미야마님의 전언을 그대로 전하겠다"

"...ㄴ, 네!"

"'갑자기 안내를 부탁해서 죄송해요. 그리고, 동행자로서 신청하고 사후 승낙을 받게 된 것도, 맘대로 해서 죄송해요. 뻔뻔할지도 모르지만 '친구'로서, 캐러웨이씨도 육왕제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민폐가 아니라면 받아주세요' ...이상이다"

"...앗... 아아..."

"그럼, 상세한 시간은 나중에 전하겠다. 아무쪼록 지각하지 않도록 해라"

"ㄴ, 네..."

 

필요한 것만 전하고 떠나는 판도라를 본 뒤, 캐러웨이는 어깨를 작게 떨며 눈에 눈물을 맺고 받은 뱃지를 소중하게 양손에 감싸쥐었다.

 

"...이런 어리석은 저를... 친구라고... 아아... 왜, 저는... 이렇게 고결한 분께, 그런 짓을... 자신이 너무 부끄럽네요... 감사합니다... 미야마님... 고맙..."

 

굵은 눈물을 흘리며 여기에 없는 카이토에게 감사를 전하는 캐러웨이.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카이토의 전언이, 지금 그녀의 입장을 확 바꿀 구원의 묘수가 되리라는 것을...

 

그렇다. 카이토가 캐러웨이를 '친구'라고 부른 이상, 그녀는 카이토의 친구로 인식된다.

그런 그녀를... '카이토의 친구'를 폄하하면 어떻게 될까... 그건 그냥 자살이나 마찬가지인 행위. 카이토의 그 단 한마디가 경멸의 시선을 받던 그녀를 지키는 방패가 된다.

 

다만, 말할 것도 없지만... 카이토 본인은 그런 걸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냥 평범하게 전언을 부탁했을 뿐이다.

카이토의 말이 끼치는 영향을 알아채고, 캐러웨이가 '카이토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굳이 말해줬다'고 오해해서, 감동을 한 나머지 마를 정도로 눈물을 흘리고, 카이토에게 충성을 남몰래 맹세하는 것은... 조금 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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