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213화

레이빈 2018. 6. 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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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13화 :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어




바람의 달 2일. 리리아씨 생일까지 남은 기간이 일주일 이하로 줄어들었을 때, 목적했던 소재가 모두 모였다.
마수정은 너무 순도가 높은 게 아니라도 괜찮다고 해서, 미드나이트 크리스탈과 색을 맞춰 파란 색 계열인 걸 골랐다.

그리고 모든 소재를 모은 나는, 작업장이 된 아리스 잡화점으로 왔다.

"어서오세여, 카이토씨!"
"..."

잡화점 문을 열자 바로 마중을 나온 고양이 인형옷을 보고,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문을 닫았다.
응. 오랜만에 봤는데... 임팩트 있구나 저 옷.

"왜 닫아여!?"
"아니, 왠지... 그것보다, 오랜만에 보네 그 옷"
"아~ 뭐, 저는 '분체'니까여~ 가게 주인 복장을 입고 있는 거에여"
"...그 인형옷이 주인 복장이라는 거에 대해서 태클을 걸고 싶은데... 그 전에, 분체라니, 전에 들었던 분신 말이야?"
"맞아여~ 본체 아리스짱은 이쪽이에여!"
"으어!?"

분체라는 말을 듣고 물어보니, 직후에 후방에서 말 소리가 들리고, 오페라 마스크를 쓴 아리스가 나타났다.
진짜 놀랬다... 전에 듣긴 했지만, 이렇게 정말 아리스가 둘 있는 걸 보니, 뭔가 압권이다.

"인형옷을 입은 저! 아리스짱이, 가게를 보고!"
"진자 저! 아리스짱이, 호위를 하고 있어여!"
""둘이 합쳐, 퍼펙트 아리스짱이에여!! 뭐, 별로 손님은 안 오지만여~"
"엄청나다... 둘로 늘어나, 귀찮음이 2배... 아무 득도 없다. 바보가 둘로 늘어나도 슈퍼 바보가 될 뿐이라는 걸 실감했다...
""...카이토씨, 그거, 적어도, 마음 속으로 해 주지 않으실래여?""









어떤 의미로 평소대로인 아리스에게 태클을 넣은 후, 평소에는 들어가지 않는 카운터 안쪽... 공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인형옷 아리스가 가게쪽에 남고, 오페라 마스크 아리스... 본체가 안내해줬다.

"오, 오오..."
"어때ㅣ여? 여기가, 제 자랑인 공방이에여!"
"대, 대단한데... 방 넓이랑 겉보기랑 너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공간 마법으로 확장했거든여~"
"그렇구나"

아리스가 안내해준 공방에는, 대장간에 있을 것 같은 가마 등을 비롯해, 천을 만드는 도구, 작은 세공을 하는 판이나 확대용 렌즈 같은 도구에... 여기서 못 만드는 게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설비가 갖춰져 있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여... 일단, 목재부터 만들게여"
"으, 응. 잘 부탁해"

세계수의 가지를 목재로 바꾸는 작업에 관해서는, 아마추어인 나는 어렵기 때문에 아리스가 해주기로 했다.
아리스가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는데... 역시 하루 걸려 오리하르콘 톱을 10나 써서 잘라낸 가지를 간단히 가공한다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살짝 당화하며 내가 매직 박스에서 세계수 가지를 꺼내자. 아리스는 그걸 받아, 허리띠에서 나이프를 하나 뽑아, 그걸 한번 휘둘러... 직후에 세계수의 가지는 멋지게 목재로 변했다. 에에에에에!?
잠깐, 지, 지금 대체 뭘!? 아리스가 나이프를 휘두르는 것밖에 못 봤는데, 큰 가지가 작은 목재로... 심지어 마치 줄로 문지른 것처럼 반짝반짝한 상태로 눈 앞에 나타났다.

"자, 완성이에여~ 일단 디자인에 맞춰서 이음도 만들어 뒀으니 조립만 하면 돼여~"
"...고, 고마워"

절기라고도 할 수 있는 아리스의 기술에 압도되면서 중얼거렸는데, 아리스는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작업대로 이동했다.
그리고 몇 개 렌즈를 꺼내 세팅하고, 세세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조정한 후 나를 돌아봤다.

"그럼, 카이토씨는 가장 시간이 걸리는 보석 세공을 하세여... 밑바탕은 제가 할테니까, 카이토씨는 그걸... 이 나이프로 깎아 주세여"
"아,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아리스가 준 것은, 조각도보다 약간 가는 가늘고 긴 나이프, 보석 표면에 있는 모양을 파는 작업을 위해 가져다 준 것 같다.
무려 마그나웰씨의 이빨 파편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단단한 보석도 간단히 가공할 수 있다고 한다.
뭔가 이미 이 나이프가 훨씬 고가인 것 같은데... 뭐 그건 됐고, 어떤 의미로 가장 고비라고 할 수 있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게 또 생각보다 어렵다... 미드나이트 크리스탈의 크기는 기껏해야 반경 몇cm정도라, 거기에 복잡한 모양을 그리려고 하니 아무리 아리스가 밑바탕을 그려놓고 그걸 따라가기만 한다고 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조금 깎고는 확인하고, 또 조금 깎은 후에 확인하고... 실패하면 표면을 아리스가 깎아 주고, 다시 처음부터... 이건 힘들다.

집중해서 손을 움직이는 것도 그렇지만, 렌즈를 계속 보고 있는 눈의 피로도 상당하다.... 이건, 완성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카이토씨, 카이토씨~"
"...어? 왜?"
"이제 20시인데, 안 가도 돼여?"
"어어!? 벌써 그렇게 됐어!?"

아리스의 말을 듣고 서둘러 회중시계를 꺼냈더니... 확실히 어느샌가 해가 완전히 저문 시간이 됐다.
심지어 도중에 3번이나 실패해서 처음부터 다시 했기 때문에, 아직 반도 진행이 안 된 꼬라지다.

"저는 여기서 자고 가도 완전 괜찮고 대환영인데여... 리리아 공작이 걱정할테니까 가는 게 좋지 않겠어여? 다음은 내일 또 하면 되니까여"
"응. 그래... 고마워 아리스. 그럼 내일 또 올게"
"알겠어여"

아리스의 조언에 따라, 작업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아리스에게 한번 더 감사 인사를 한 뒤, 나는 전이 마법 마법구를 기동해 저택으로 돌아갔다.
뭐, 애초에... 잡화점에서 작업은 여기서 마무리했지만, 오늘 작업은 아직 끝이 아니다...








"...어, 여기가 도니까, 술식은..."
"아, 카이토군. 거기는 곡 속도가 바뀌는 곳이니까, 먼저 조정용 술식을..."
"그렇구나... 어어, 빨리 하는 술식은..."

쿠로가 만들어준 술식표를 참고하면서, 마수정에 하나씩 술식을 새겨갔다.
분명 쿠로가 말한 대로 오르골을 만들기 위한 술식은 매우 단순해서 나도 충분히 새길 수 있...는데, 음표 단위로 새겨야 하기 때문에 음 하나하나 순서대로 새겨야만 한다.

뭐라고 해야 될까... 해 본 적은 없지만, 감각으로는 바느질 같은 거다.
술식을 여럿 겹쳐서 최종적으로 곡을 구성하는 느낌인데, 단순 작업이긴 하지만 매우 시간이 걸린다.

"...음, 흐아아..."
"카이토군? 괜찮아?"
"어, 응... 아무래도 좀 눈이 지친 것 같다..."
"무리하면 안 돼. 오늘 페이스면 충분히 시간 맞을 테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걱정하듯 다정하게 말을 거는 쿠로의 말에 따라, 나는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작업을 중단했다.
그대로 조금 쿠로와 베이비 카스테라를 먹으며 잡담을 하고, 내가 침대에 눕는 걸 확인한 후 쿠로는 내 볼에 살짝 키스를 하고 돌아갔다.

볼에 남아있는 행복한 감촉에 얼굴이 풀어지며, 나는 눈을 감고... 30분정도 후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아둔 간이 조명 마법구에 손을 대 불을 켜고, 다시 마수정에 술식을 새겨넣기 시작했다.

이대로 페이스라면 시간이 맞는다... 확실히 쿠로 말대로, 지금 페이스로도 리리아씨 생일에는 충분히 시간이 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리리아씨한테 선물할 거만...
사실 나는 이번 일로 협력해준 쿠로와 아이시스씨, 지크씨에 아리스, 그리고 리리웃씨... 그 5명분도 '곡과 디자인을 바꿔서' 오르골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참고로 이 일을 알고 있는 건 곡과 디자인을 상담했던 아리스뿐...

물론 이건 생일 선물도 아니니까 시간과 제한이 있는 건 아닌데... 나중에 나중에 하면 질질 끌게 될 거다. 그러니까 동시에 진행해 작업하고 있다.
다만, 인간인 나는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특히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작업 자체에 큰 영향이 생긴다.

다만, 그래도, 지금 나에게는 그걸 해결할 방법이 있다.
작업을 진행하며, 나는 매직 박스에서 '세계수의 열매'를 꺼내 베어먹었다.
이건 리리웃씨가 유통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남는다고 해서 대량으로 준 것으로, 받을 때는 어떡할까 고민해 지금까지 아깝다고 안 쓰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대로 자고 일어나 작업하면 시간이 부족한 상황... 아깝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고맙게 잘 쓰고 있다.
세계수의 열매를 다 먹은 것과 거의 동시에 몸에 활력이 넘쳐나, 무거웠던 몸이 날개처럼 가벼워졌다.
역시 어떤 상처라도 낫게 한다는 전설의 과일... 마력까지 완전히 회복된 건 기쁜 오산이다.

"...흐아아..."

다만, 유감스럽게도 잠기운은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몸은 멀쩡한데 졸립다... 기묘한 감각인데, 피로만 한번에 사라진다는 상황이 이상한 거니까, 내 몸의 반응은 어떻게 보면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지금부터는 수마와의 싸움... 근성의 승부다.
체력은 무한하다... 하지만 졸립다... 그래도 노력해야지.

어머니, 아버지――이 세계에 오고 나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고,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감사의 마음이 점점 커져가. 모처럼 기회가 생겼으니까, 지금 확실히 노력해서――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어




피곤하다고 만능 영약을 핫식스 마시듯이 먹네

미친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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