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237화

레이빈 2019. 1. 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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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37화 : 사람 말 좀 들어!?




바람의 달 29일. 나는 아침에 일어나 바로, 리리아씨네에게 어제 일을 솔직하게 전하고 사죄했다.

물론 엄청 부끄러웠지만, 피망을 싫어한다고 하자, 뭔가 따뜻한 눈으로 웃어줬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심지어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그건 순식간에 저택 전체로 퍼져... 오후쯤에는 이미, 내가 피망을 싫어한다는 건 저택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 됐다.


요리장을 하는 여성은 나를 자식 보는 부모의 눈으로 보면서 '싫어하는 건 알았는데, 좋아하는 음식은 있니?'하고 물어봤다. 괜히 얼버무리면 안 좋은 일로 이어진다는 걸 배웠기 때문에, 솔직히 대답했다... 햄버그라고...

그리고 그걸 들은 요리장은 한바탕 웃고 나서 오늘 저녁은 햄버그를 만든다고 해서, 더 부끄러워졌다.

뭘까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가, 요리장은 나를 아들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뭔가 엄청 즐거워 보였다.


그것보다, 나는 좋아하는 게 햄버그고 싫어하는 게 피망이라니... 입맛이 어린 앤가? 부정할 수 없는 게 뭔가 슬프다.

참고로 반응이 다정했던 건 지크씨랑 리리아씨고, 둘 다 내 취향 얘기를 하지 않고, 내가 몸 상태가 안 좋은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어줬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재밌어하는 상대도 있었다... 응, 말할 필요도 없다. 못돼먹은 메이드다.


"...어라? 이건, 피망을 싫어하는 미야마님"

"..."


루나마리아씨는, 정말 물 만난 고기처럼 두근두근하며, 복도에서 우연히 만난 것만으로 이런 느낌이다.

히죽히죽 좋은 건수를 잡았다는 듯 나를 보는 표정은, 엄청 열받지만... 화를 내서 더 신나게 하는 건 안 봐도 뻔하다.

그러니 나는, 반격의 의미를 담아, 살짝 다른 접근 방식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좀 스쳐지나가듯 들었는데... 무려, 루나마리아씨는 벌레를 싫어한다고..."

"...ㅇ, 왜 그걸..."


그리고 아무래도 그건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있는 듯, 루나마리아씨는 미소가 가시고 동요한 표정을 했다.


"아니요, 딱히, 그래서 뭐 어저자는 건 아니지만요..."

"...미, 미야마님, 조, 조금 관계 없는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네? 네"

"...아니, 그, 누구나 싫어하는 거나 꺼리는 게 있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건 하나의 생물로서, 어쩔 수 없는 거고, 결코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렇구나, 확실히 그러네요"


잠깐 아까 자기가 한 말과 표정을 떠올려보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은 꾹 참고 루나마리아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마, 그게 나한테도 이득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걸 약점처럼 놀리는 건,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겠죠... 서, 서로, 그러지 않겠어요?"

"...그렇게까지 벌레가 싫은가요..."

"그런 생물은, 이 세상에서 멸종했으면 좋겠어요"

"...그, 그렇구나"


즉 루나마리아씨가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누라마리아씨는 내 피망 혐오를 놀리지 않는 대신, 나도 루나마리아씨의 벌레 혐오를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 일종의 휴전 협정 같은 제안이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벌레를 싫어하는 것 같다... 아마 루나마리아씨는, 화가 난 내가 벌레라도 잡아올까 무서운 거겠지.


"얘기는 알겠어요. 서로 이 일은 불간섭... 어때요?"

"이의 없습니다"


어쨌든 나도 애같은 취향을 놀림받는 건 부끄럽기 때문에, 루나마리아씨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렇게, 나와 루나마리아씨 사이에서 이상한 연대감이 생기게 됐다...








그리고 루나마리아씨 이외에도, 내 피망 혐오를 듣고 즐거워하는 인물이 있었다.


"후후, 카이토 선배, 꽤 애 같은 구석이 있었네요... 뭔가 귀여워요"

"윽... 히, 히나짱? 그거 칭찬 아니거든"


가끔 같이 하는 조깅 도중에, 즐거운 듯 말하는 히나짱도, 오늘 아침부터 매우 신나 보인다.

애초에, 얘는 루나마리아씨처럼 놀리는 느낌은 아니고, 순수히 의외인 면을 알게 돼서 즐겁다는 느낌이려나?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한다. 남자한테 귀엽다는 건 결코 칭찬이 아니다... 아니, 칭찬이 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칭찬이 아니다.


"아하하, 죄송해요. 하지만, 남자가 뭐든지 잘 하는 것보다, 못 하는 거나 싫어하는 게 있는 편이 친근함이 느껴져서 좋아요"

"으, 음. 그, 그런가?"

"아, 근데, 카이토 선배는 못 하는 게 더 많다는 느낌이네요. 가끔 미덥지 못하기도 하고"

"크억!? 히, 히나짱... 팩트로, 잘 때리네..."


즐거운 듯 말하는 히나짱의 말은, 내 조그만 자존심에 막대한 딜을 넣었다. 회심의 일격이라는 거다...

이건 친해졌다는 증거일지도 모르지만, 최근 후배 둘은 나한테 꽤나 용서가 없다... 나한테 믿음직한 선배는 무리인가 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ㅇ르 때, 히나짱은 조금 당황한 듯 손을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 별로 선배를 바보 취급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친근해서, 저는, 그, 꽤 좋아요"

"...어?"

"...카이토 선배는, 확실히 못 하는 게 많지만, 비슷하게... 아니. 더, 더~ 좋은 점이 많아요. 다정하고 따뜻하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게다가, 중요할 때는 엄청 멋있으니까, 저는, 멋지다고 생각해요"

"...고, 고마워"


그렇게 말하는 히나짱의 볼은 사과처럼 붉어져서, 쑥쓰러운 듯 짓는 미소가 매우 눈부셨다.


"죄, 죄송해요!? 이, 이상한 얘기를 해버렸네요! 자, 기운 내서 달려요!"

"어? 아, 잠깐!? 빨라!?"

"자자, 카이토 선배~ 놓고 갈 거에요~"

"기, 기다려... 아무래도 그런 속도는..."


즐거운 듯 속도를 올리는 히나짱을 보고, 내 전 속력보다 빠른 그 속도에 경악하며, 당황해 뒤를 쫓아갔다.

으, 음. 강화 마법 빼고 저러니까... 역시 나는 믿음직한 선배는 무리일 것 같은데, 뭐, 그게 나 다운... 거려나?






하루가 지나 바람의 달 30일. 사건이 일어난 건, 바람의 달도 마지막날이 된 그 날 아침이었다.


아침의 나른함을 느끼며 식당으로 이동해, 옮겨져 올 맛있는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침 식사가 도착하기도 전에 식당 문이, 그야말로 펑 하는 효과음이 나올 정도로 크게 들렸다.


"카이짱! 나야!!"

"...아, 안녕하세요. 페이트씨"


문을 열고 나타난 건, 신계의 문제아... 내가 아는 한, 아리스와 쌍벽을 이루는 부적절한 존재이며, 비정기적으로 '일을 째고' 놀러 오는 페이트씨였다.

페이트씨가 갑자기 등장하는 건 평소대로고, 이번에도 뭐 일 내팽개치고 놀러 온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대답을 하자, 페이트씨는 씨익 귀여운 미소를 짓고 터무니없는 소리를 했다.


"응, 안녕. 카이짱... 갑작스럽긴 한데, 지금부터 나랑 같이 '하이드라 왕국'에 가자!!"

"...엥? 아니, 갑자기 무슨..."

"고마워! 카이짱이라면 기꺼이 승낙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네? 아니아니!? 아직 아무 말도... 아, 왜 팔짱을 끼는데요!? 그리고, 그 마법진은!?"

"자, 렛츠고~"

"뭐어!?"


페이트씨는 내 대답에 전혀 상관을 안 하고... 아니, 터무니없이 자기 마음대로 변환하며 내 손을 잡고, 마법진... 분명 전이마법의 마법진을 띄우고...내 몸은 빛에 감싸였다.


어머니, 아버지――피망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밝힌 다음 날. 전조도 없이 방문한 페이트씨에 의해, 나는 강제로 하이드라 왕국으로 끌려가게 돼버렸어. 왜 이런 일이 된 건가, 앞으로 어떻게 될 건가, 전혀 모르지만... 적어도――사람 말 좀 들어!?








카이토가 끌려간 순식간의 일을 바라본 후, 리리아와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배달된 아침 식사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하아, 또인가요..."

"뭐어, 카이토씨니까요"

"카이토 선배니까요"

"미야마님이니까요..."


빵에 잼을 바르며, 크게 한숨을 쉰 리리아를 보고, 아오이, 히나, 루나마리아 셋은 평소대로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털썩 어깨를 떨구며, 리리아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지시를 내렸다.


"...위약을 가져다 주세요"

"아가씨, 위약을 먼저 마시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괜찮아요... 어차피, 또, 국왕같은 사람이랑 친해져서 올테니까요... 어차피, 또, 제가 터무니없는 일을 겪을테니까요..."

"...부정할 수 없는게 무서운 얘기네요"




처음에 크로노아 나왔을때는 다들 벌벌 떨었는데

이제 익숙해져서 최고신이 쳐들어와도 아무도 반응을 안 함


http://ncode.syosetu.com/n2273dh/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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