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239화

레이빈 2019. 1. 2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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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39화 : 신계는 괜찮은 걸까?



페이트씨를 등에 업고 신전 앞에 도착하자, 거기에는 두 여성이 서 있었다.

한 명은 슬렌더하고 키가 크며, 밝은 핑크색 머리카락을 예쁘게 뒤로 묶은 뭔가 일 잘 하는 여성이라는 이미지인 분.

다른 한 명은 150cm 전후의 살짝 작은 키로, 구렛나룻 부분이 긴 여성으로... 짙은 녹색 세일러복 위에 검은 로브를 걸치고 있다... 왜 세일러복?


"기다렸지~"

"아니요, 어서오세요 운명신님"

"..."


내 등에 업힌 채로 페이트씨가 기운 빠지는 인사를 하자, 핑크색 머리의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세일러복 여성은 무언으로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페이트씨가 내 등에서 내리자, 핑크색 머리 여성이 다가와 나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야마님. 모습만은 알베르트 공작가에서 봤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이네요. 운명신님의 부하로, 이 땅을 담당하는 하급신... 연애신 하트라고 합니다"

"아, 네. 미야마 카이토에요. 잘 부탁드려요"

"잘 부탁드려요"


핑크색 머리 여성... 연애를 관장하는 하급신인 하트씨는, 이 지역을 담당하는 신이라고 한다.

그 인상은 역시 일을 잘 하는 분이라는 느낌으로, 말투도 시원시원한 커리어 우먼이라는 이미지다.


"자, 선배도..."

"..."


하트씨는 나한테 인사를 한 후, 옆에 있던 세일러복 여성을 선배라고 부르며 말을 거는데, 당사자인 선배는 여전히 말이 없다.

아니, 그것보다 눈도 마주쳐주지 않는다... 뭔가 엄청 대각선 아래 45도 방향을, 부모의 원수를 보듯 노려보고 있다.

그대로는 끝이 안 나니까, 나는 세일러복 여성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어, 저기, 처음 뵙겠습니다. 미야마 카이토에요"

"...칫"

"..."


엄청나다 이 분... 나 인생 처음이야. 처음 본 분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혐오스러워하는 거... 완전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자식은' 같은 얼굴인데...


"...저, 저기..."

"...재앙신..."

"네?"

"나는 재앙신... 나는 '네놈이 싫으'니까, 이 이상 말 할 생각 없다"

"잠깐, 선배!"


처, 처음 봤는데 싫대... 이, 이건 상당히 충격이다.

너무나 적의가 대놓고 드러나는 분위기에 밀려,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서자, 페이트씨가 내 옆에 서서 입을 열었다.


"야, 재앙신!"

"..."

"미안 카이짱. 이 애 엄청 우수한데... 낯을 많이 가려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 좀처럼 마음을 안 열거든"

"...아, 네"


아니, 마음을 안 여는 게 아니라 대놓고 적의를 들이밀고 있는데요!? 뭐야 이거? 내가 뭐 했나?


"저, 저기... 재앙신...님?"

"..."

저,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짓 했나요?"

"..."


...말이 없다. 이건 너무나도 불합리한 거 아닌가? 낯을 가리는 건 좋다, 그건 상관 없는데... 갑자기 싫다고 하고, 지금도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건,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재앙신님을 바라보고 있자, 재앙신님은 한번 더 혀를 차고 나를 노려봤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네?"

"내가 몇번이나 '카이짱한테 놀러갈게~'라고, 운명신님 일을 떠맡은 줄 아냐!! 전부 너 때문이다아아아아아!!"

"..."


원인 페이트씨였어!? 아니 그것보다, 재앙신님 완전 울라고 하는데!?

대체 얼마나 일을 떠넘긴 거야!?

그렇구나, 그래서 엄청 나한테 적의를 표출한 건가... 응, 전부 페이트씨 때문인데, 정말 미안하다.

심지어 이렇게 화가 났다는 건, 관계 수복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건, 좀 힘들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어깨를 떨구고 입을 열었다.


"...그, 제가 사과할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죄송해요. 재앙신님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해요"

"어? 아, 아니!?"

"...네?"


여기서는 괜히 반론을 말하는 것보다 사과를 하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해 한 말인데, 어째선지 직후에 재앙신님의 목소리 톤이 바뀌고, 얼굴을 들어 재앙신님은 어째선지 안절부절 못 하고 당황했다.


"벼, 별로 너한테 화를 내려는 건..."

"네?"

"아니, 선배. 그거 완전히 미야마님한테 화를 낸 거거든요. 엄한 데다 화풀이한 거거든요"

"어? 아으... 나, 나쁜 건 운명신님이야! 네가 사과할 일 아니야!!"

"네? 아, 네"


상당히 당황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 나는 조금 혼란스러워져 재앙신님을 봤다.

그러자 재앙신님은, 하트씨한테 다가가 새파래진 얼굴로 말을 걸었다.


"어, 어어, 어떡하지!? 치, 침울해졌어... 너무 심했나? 말이 너무 심했지? 사과를 해야..."

"그럼 빨리 사과 하면 되잖아요?"

"아, 어... 이, 이세계인!"

"아, 네!?"

"이번만은 용서하지!!"

"아, 네..."

"...선배, 그거 사과 아닌데요"


어라? 이거, 혹시나, 재앙신님은 좋은 분인가?

말투는 이상하고 아직도 눈을 안 마주치지만...그러니까 말을 심하게 했으니까 미안하다는 거지?


"...시...시아"

"네?"

"내 이름은 시아! 트, 특별히 이름을 부르는 걸 허가해 줄게! 특별한 거니까!!"

"아, 네. 질 부탁드려요. 시아씨"

"...흥! 자, 잘 부탁해..."


뭔가 부끄러운 듯 그렇게 말하며 눈을 돌리는 시아씨.

음, 뭔가 특이한 분이다... 낯을 가리는 것도 있겠지만, 뭔가 말을 속사포로 하니까 압도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착한 분인 건가... 제대로 잘 부탁한다고 대답해 줬고... 음, 지금까지 만난 적 없는 타입이다.


"...응? 얘기 끝났어?"

"...페이트씨,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요?"

"그야 물론, 재앙신이지! 재앙신이 전부 잘못했어!!"

"으, 으아아아아앙!! 운명신님 미워어어어!!"

"네, 전부 선배 때문이에요. 애처럼 짜증내지 마세요, 한심해요"
"너도 미워어어어어!!"


울어버렸어... 뭔가, 엄청 불쌍한 분이다.

그것보다 이거, 이 멤버로 정말 회의를 해도 괜찮은 걸까?

귀차니즘 페이트씨, 울면서 땅에 낙서하는 시아씨... 제대로 된 게 하트씨밖에 없는데!?


그런 내 불안을 알아챘는지, 하트씨가 나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괜찮아요. 그렇게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 선배는 창조신님과 최고신님에 이어 신계  No5니까요... 할 때는 제대로 해요"

"그, 그래요..."


무려 놀랍게도 시아씨는 신계 No5라고 한다... 괜찮은 걸까? 신계... 뭐, 탑이 저 모양이니까...


(갑자기 칭찬하니 부끄럽네요)


칭찬 안 했어! 이 바보 여신!


뇌내에 울리는 목소리에 바로 태클을 걸고, 눈 앞에 펼쳐진 카오스한 상황을 바라봤다.


"아~ 지쳤어~ 한걸음도 걷기 싫어~"

"...집에...갈래"

"지금 가면 되잖아ㅛ? 자, 선배, 고 홈"

"시끄러! 바보!!"


뭔가 이건, 앞길이 정말 불안하다.


어머니, 아버지――하이드라 왕국에 오자마자 알게 된 연애신 하트씨와 재앙신 시아씨는 상당히 특이한 분들이었어. 그건 그렇고, 내가 아는 상급신 이상에 제대로 된 분이 크로노아씨밖에 없는 것 같은데――신계는 괜찮은 걸까?




여러분! 신계는 안전합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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