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평화 256화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56화 : 시아씨는 다정한 분이라는 거야
시아씨와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는데... 곤란하게도 전혀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건 물론 시아씨의 네거티브로 변환되는 필터도 원인 중 하나지만, 무엇보다 내가 시아씨의 인물상을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아직, 시아씨가 어떤 분인지, 어떤 성격인지 잘 모른다. 그것보다. 시아씨는 좀처럼 성격을 읽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나는 별로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꽤나 공격적인 느낌으로 대해지고 있다. 근데 갑자기 먹을 걸 가져다 준다거나, 사과를 에둘러 한다든가... 잘 모르겠는 분이다.
말 없이 조금 앞을 걸어가는 시아씨 뒤를 따라가, 뭔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없을까 시아씨 등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시아씨가 발을 멈췄다.
"왜 그러세요?"
"..."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한 내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시아씨는 살짝 얼굴을 움직였다. 그 시선 끝에는 노점에서 아이스크림 비슷한 과자를 사, 기쁜 미소를 지은 소녀의 모습.
저 여자애가 뭔가 있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녀는 나와 시아씨 바로 옆을 기쁜 표정으로 달려가... 그 순간, 여자애 몸에 빛나는 선 같은 게 순간 보였다.
"!? 시, 시아씨, 그건... 대체 뭔가요?"
"..."
그리고, 어느샌가 시아씨 손에 불길한 형태의 큰 낫이 쥐어져 있었다.
지금 시아씨의 자세는, 아무리 봐도 낫을 휘두른 느낌이라, 나는 당황해 방금 지나간 여자애를 보는데... 별로 몸이 잘린 건 아닌 것 같다.
시아씨는 당황한 나를 한 번 쳐다본 후,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큰 낫을 없애고 걸어갔다.
"...내 낫은 재앙을 자른다"
"...네?"
"불행의 씨앗,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어, 그게 아까 간 여자애한테 있었다는 건가요?"
"...재앙은 어디에나 있어. 크거나 작은 차이는 있지만"
그건 즉, 액땜 같은 거라는 건가? 그걸 아까 여자애한테 해 준 걸까?
"...큰 재앙을 무리하게 자르면 몸에 영향이 가. 하지만, 작은 거라면 잘라도 문제는 없어"
"...참고로, 아까 그 애는 저대로라면, 어떻게 됐는데요?"
"글쎄? 나는 운명신님처럼 운명은 안 보여. 재앙이 보일 뿐... 그게 어떻게 될지까지는 모르지만, 저 크기라면, 뭐... 넘어져서 과자를 떨어뜨리거나, 그런 정도겠지"
시아씨에게는 운명이 보이지 않지만, 불행의 전조라고 할 수 있는게 보인다고 해서, 아까 여자애 안에 있던 그걸 잘라냈다.
그러지 않으면, 저 애는 넘어진다는 작은 불행을 겪게 되었을 거라고.
"...그럼, 시아씨는 저 여자애를 구해..."
"착각하지 마. 신족은 축복도 하지 않은 인간을 일일이 구하지 않아"
"네? 그, 근데, 지금..."!"
"네? 아, 네..."
"...흥"
엄청 들어주기 힘든 변명인데, 그렇구나, 그게 시아씨답다고 해야 되나... 나는 조금, 이 분을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언동은 빡센 부분이 있지만, 보통 신족이라면 구해주지 않는 일개 인간 하나... 작은 여자애를 슬쩍 구해준 건 지금 보고 알았다. 근본은 다정한 분인 것 같다.
뭐, 그래도, 아마 그걸 말로 하면 시아씨는 화를 낼테니, 마음 속에 담아두기로 하자.
시아씨를 따라 한 음식점에 도착해, 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시아씨는 신계 서열 5위이며 상급신의 탑이라고 해도 좋은 존재기 때문에, 어쩌면 난리가 나는 거 아닌가 했는데... 아무래도 시아씨는 기본적으로 뒤쪽에서 일을 하는 듯 해서, 공적인 장소에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얼굴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평범하게 음식점 의자에 앉아 있어도 별로 난리가 나거나 하지 않아서, 인식 방해 마법은 필요 없다고 한다.
"...원하는 걸 주문해라"
"아, 네"
뭔가 에스닉풍인 것 같은 가게 안을 둘러보며, 시아씨가 건네준 메뉴를 봤다.
...뭔가 죄다 매워 보이는데? 여기, 무슨 가게지? 매운 거 전문 가게인가?
아무래도 전에 사다 준 그 엄청 매운 과자는 진짜 시아씨가 좋아하는 거였던 듯, 나는 매워 보이는 이름이 나열된 메뉴 안에서, 비교적 괜찮아 보이는 걸 주문했다.
주문을 받으러 온 점원에게, 시아씨와 각자 요리를 주문하는데...
"
저희 가게에서는 요리의 매움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으신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00배로"
"네?"
"네?"
시아시가 담담히 한 말을 듣고, 나와 점원이 무심코 굳어졌다.
"....100배"
"아, 저기, 죄송합니다만, 손님... 저, 저희 가게는 매운 맛이 전략인 가게입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 괜찮으시겠어요?"
"문제 없어. 100배로"
"아, 알겠습니다... 이쪽 손님도, 100배인가요?"
"아, 아니요, 저는 보통 매움으로..."
확연히 동요한 상태로 물어보는 점원에게, 나는 보통 매운맛으로 됐다고 대답했다.
100배 매움이라니 말도 안 돼!? 그런 거 미각이 소멸해버릴 거다.
그렇게 점원이 고개를 숙인 후 가고, 시아씨가 어째선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말했다.
"...너, 설마... 단 거 좋아하냐?"
"..."
아니, 그건 이상하지. 매운 걸 전문으로 파는 데서 평범한 매움을 시킨다고 단 거 좋아하냐니... 얼마나 무서운 판단 기준이야 이거...
그대로, 잠시 후에 점원은 내가 주문한 일반 매운맛의 맛있어 보이는 요리와... '용암같이 새빨갛게 끓고 있는' 무서운 요리를 가져왔다.
빨갛다... 그냥 완전 빨갛다... 저런 거 진짜 먹을 수나 있나?
그렇게 생각하며 시아씨를 보자, 시아씨는 요리를 한 입 먹고... 살짝 찌푸린 표정을 했다.
거, 거 봐요, 역시 시아씨한테도 맵잖...
"...좀 달구나"
"..."
이 분 미각 망가진 거 아닌가? 그 요리 어디에 단 요소가 있는 거지? 보기만 해도 나까지 입 안이 매워지는 레벨인데... 미, 믿을 수가 없다.
여, 역시, 신족들 중에 제대로 된 건 크로노아씨 뿐인가?
무서운 걸 봤다. 그런 감각을 안으며 내 요리를 다 먹고, 극한의 매움이라고 부르는 걸로도 표현이 안 되는 요리를 싹 비운 시아씨와 함께 가게 밖으로 나왔다.
"...시아씨, 잘 먹었습니다"
"응... 저런 단 요리, 잘도 먹는구나?"
"..."
오히려 시아씨야말로, 저렇게 매운 걸 잘 먹네요. 진짜로...
"...어쨌든, 이걸로 약속은 지켰어. 불만 없지?"
"네? 네, 감사합니다"
"그럼, 돌아간다"
"네"
그렇게 말하고 걸어가는 시아씨를 따라, 나도 여관을 향해 걸어나갔다.
어라? 근데, 시아씨는 지금 왕성에서 지내는 거 아닌가? 반대 방향인데... 혹시, 배웅해주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데, 또 시아씨가 발을 멈추고 얼굴을 움직였다.
이번의 시선 끝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는데, 생선이라도 나온 건지, 멀리 한 척의 배가 보인다.
"...큰 재앙"
"네? 저 배요?"
"..."
"어, 어떡해요?"
시아씨가 조용히 한 그 말, 큰 재앙... 그건, 단순히 생각하면, 저 배가 가라앉거나 그런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물어보지만, 시아씨는 별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으로 배에서 시선을 돌렸다.
"아무것도 안 해. 아까 말한 대로, 신족은 인족을 일일이 안 구해"
"...그, 그치만..."
"네 선의를 강요하지 마...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없지만, 가치관은 각자 달라.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나한테까지 원하지 마"
"!? 죄, 죄송합니다"
"....칫"
화가 담긴 시아씨의 말을 듣고, 나는 머리를 숙였다.
확실히 저 배를 구했으면 하는 걸 시아씨에게 요구하는 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 어깨를 떨구며, 하지만 알아버린 일을 그냥 지나가지도 못해, 뭔가 방법이 없나 생각한 순간, 시아씨가 혀를 차며 낫을 꺼내들었다.
"...내 일섬은, 재앙을 끊는다..."
"!?"
조용히 중얼거린 후 시아씨는 낫을 휘두르고, 직후에 출현한 거대한 칠흑의 참격이 배를 향해 날아갔다.
그 참격은 배에 흡수되듯 사라져, 시아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낫을 지웠다.
"...시아씨"
"큰 재앙을 몰아내면 영향이 있지만... 뭐, 그런 건 진심을 내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지... 너에게는 운명신님을 설득한 빚이 있어. 이번만은, 그 무른 생각을 받아들여주지"
"...가, 감사합니다"
"...흥... 전부, 맘대로 행복해지든지 말든지..."
재미 없다는듯 말한 후, 시아씨는 다시 걸어갔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왠지 모르겠는데... 시아씨는, 내가 괜한 말을 하지 않아도, 저 배를 구해줄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시아씨는, 상냥한 분이시네요"
"뭐!? 무, 무무, 무슨 갑자기 황당한 소리를! 무슨 꿍꿍이냐!!"
"네? 아, 아니, 죄송해요. 별로 뭘 계획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입 밖으로..."
"큭... 시, 시끄러워 바보! 죽어!!"
"에, 에에에에엥..."
솔직한 칭찬의 말을 할 생각이었는데, 시아씨는 칭찬 받는 거 자체에 익숙하지가 않은지, 새빨간 얼굴로 소리를 친 후 가버렸다.
뭔가,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며, 츤데레라는 말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어머니, 아버지――시아씨는 아직 모르겠는 부분이 많아. 내가 싫은건지 아니면 어느 정도는 호감이 있는건지, 그것조차 잘 모르겠는데... 다만, 하나 확실한 건――시아씨는 다정한 분이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