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279화

레이빈 2019. 9. 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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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79화 : 언제까지 할 건데?

 


 

쿠로한테 받은 가이드북을 착착 넘기면서 지금부터 갈 가게를 생각한다.

여기 와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자세히 읽을 시간은 없으니, 삽화랑 평가 별을 참고로 대략적으로 선택했다.

계절 특선 요리가 추천인 곳과 지금 기대치에 맞지 않는 곳, 밤에만 운영하는 곳과 예약이 필수인 가게를 제외하면서 가능한 한 가까운 데를 찾아보니... 두 개 후보가 눈에 들어왔다.

 

한 쪽은 쿠로의 평가는 별 8개... 상당히 고평가인 초고급 레스토랑. 예약은 필요 없지만 가격이 비싸고 그에 비해 양은 적지만, 맛은 일급품이라는 감상이 적혀 있다.

다른 하나는 쿠로의 평가로는 별 5개... 방금 가게랑 비교하면 3개 낮다. 이 가게는 엄청나게는 아니지만 고급 요리를 취급하는 가게로,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곳에 가게를 내놓고 있어 예약이 없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건, 이 가게 요리는 매우 양이 많아서 잔뜩 먹을 수 있다는 거다.

 

둘 다 가게도 지금 있는 장소에서 나름 가깝고, 이 두 후보 중 하나가 좋겠다.

문제는 어디로 갈지... 고급 지향인 8성, 양 중시인 5성. 뭐 어느 쪽이든 고급이긴 하니까 비교해보면 양이냐 질이냐 따지는 거다.

 

"...야, 아리스"

"왜여?"

"많이 먹을 수 있는 나름 고급인 데랑, 양은 적은데 초1류 가게... 어디가 좋아?"

"흠... 뭐, 저는 차이를 알 수 있는 여자, 아리스짱이니까여. 양 많은 데여!!"

"..."

 

망설임은 전혀 없이, 기세 좋은 대답이다. 응, 왠지 그럴 것 같았는데... 역시 이 녀석은 질보다 양인가...

이 번 주역은 아리스니까, 나는 아리스가 원하는 데면 된다.

 

"좋아, 그럼, 이 가게로 가자"

"네~ ...볼까여? 오오, 미트 타워가 있는 가게잖아여! 이건 좋은 가게에여"

"미트 타워?"

"말 그대로, 고기 탑이에여"

 

자, 잘 모르겠지만, 대식가 전용일 것 같다. 자칭 처녀면서 그 단어에 눈을 반짝이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예술 광장에서 10분 이동해, 목적한 가게에 도착했다.

목조로 차분한 분위기인 가게 안은, 역시 고급 가게라고 기품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렇게 손님 수가 많지 않다.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납득이 되는 느낌이다... 다만 하나 신경이 쓰이는 건, 가게 안에 몸집이 큰 손님이 많다는 것.

잘 생각해 보면 가게 문도 꽤 컸다. 그렇다는 건, 이 가게는 그런 몸이 큰 마족들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점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고, 아리스가 말했던 미트 타워라는 걸 주문하기로 했다.

 

"양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반, 보통, 2배, 5배, 10배 있습니다"

"...아리스"

"10배여!"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기다려 주세요"

 

이 자식이... 주저 없이 10배를 주문했다. 점원도 아리스를 두 번이나 쳐다봤고... 역시 저 체격이 10배나 먹을 것 같진 않단 말이지...

 

그대로 잠시 아리스와 잡담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안의 문이 열려... 점원 '6명'이 거대한 그릇과 거기에 담긴 산처럼 쌓인 고기를 옮겨 왔다.

 

테이블에 놓인 거대한 고기 탑을 본다. 슬쩍 봐도 고급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요리되어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고기는 로스트비프인 것 같은데, 붉은 보석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고기 탑 주변에는 채소 장식이 늘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각양각색의 소스가 뿌려져 있어 호화 현란하다.

 

"...대, 대단한데 이거..."

"이 가게는 오우거족이나 오크족한테 인기 있는 가게거든여"

"아, 바로 이해 갔다"

 

10배로 이 사이즈... 아마 나, 1인분도 못 먹을 것 같다.

아름답고 고급감이 넘치는 요리... 지만, 역시 사이즈가 상식 밖이라서 나는 오히려 좀 별로인데, 아리스는 눈을 반짝이고 있다.

 

"그럼, 먹을까"

"네! ...앗"

"응?"

"..."

 

그래도 아리스가 기뻐한다면 만족이니까 나는 조금 먹고 아리스가 충분히 맛보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먹기 시작하려고 했다.

그러자 어째선지 아리스가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을 하고, 시선을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슨 일 있어?"

"...읏, 으으... 자, 잠깐만 기다려 주세여! 지금 각오를 할 테니까여"

"...각오?"

 

요리에 손을 대지 않는 아리스가 신경 쓰여서 물어보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뭔가 볼도 살짝 붉은데, 긴장한 건가? 각오라니, 무슨 각오?"

 

"...괜찮아...할 수 있어... 나라면... 할 수 있어"

"야, 야, 아리스?"

"나랑, 카이토씨는 애인 사이... 괜찮아"

"여보세요~"

 

중얼중얼 아래를 보면서 뭔가를 중얼거리는 아리스에게는, 아무래도 내 목소리는 닿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아리스는 그 상태로 잠시 중얼중얼 뭔가 말을 하더니, 그 후에 확 머리를 들고 미트 타워에 포크를 댔다.

 

드디어 먹을 생각이 든 건가 하고, 의문을 느끼면서도 나도 먹으려고 식기에 손을 댔을 때...

 

"카, 카이토씨!"

"응?"

"아, 아아, 아아아, 아~!!"

"..."

 

새빨간 얼굴로 완전히 허둥지둥 대면서, 아리스가 포크에 찍힌 고기를 내밀었다.

 

"...뭐 해 너?"

"어어, 얼른 먹으세여! 부, 부끄럽다구여!"

"...아니, 그니까 왜 그런 걸..."

"애, 애인이 생기면, 하, 하하, 한 번 정도, 해해, 해 보고 싶었어여"

 

정신없이 바둥대며 가면에서 보이는 눈이 젖어 있고, 수치심을 참으며 고기를 내미는 아리스.

그 모습은 매우 귀여워서 더 보고 싶은 기분이지만, 그건 너무 불쌍하기 때문에 나는 조금 몸을 내밀어 아리스가 준 고기를 먹었다.

 

혀에 닿는 부드러운 고기에는 살짝 산미가 있는 소스가 발라져 있어, 입 안에 퍼지는 고기 맛을 돋워 정말 맛있다.

그 맛있는 고기를 한껏 맛보고 있다가, 아리스가 나를 빤히 바라보는 걸 알아챘다.

 

아, 이건 그거구나? 내가 먹여주길 바라는 건가...

 

"자, 아리스. 아~"

"...아, 아아아아, 아~, 얌!"

"너 동요가 심한데..."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떨면서, 아리스는 내가 내민 고기를 먹고 새빨간 얼굴로 고기를 씹었다.

그리고 조금씩 기쁜 얼굴로 변하는 걸 보니, 고기 맛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또 줄까?"

"...오, 왜, 왜..."

"이번에는 뭔데?"

"왜 카이토씨는 멀쩡한데여!?"

"아니, 왜냐니..."

"저, 저는, 얼굴에서 불이 나올 거 같은데! 카이토씨만 치사해여!!"

 

아니, 내가 멀쩡한 건... 니가 너무 말도 안 되게 동요하니까 반대로 냉정해진 것뿐인데...

그건 그렇고, 아리스는 화를 내는 것 같은데... 새빨간 얼굴로 부들부들 떨면서 나를 노려보는 모습은, 뭐랄까...

 

"귀엽다"

"냐앗!? 뭔 소리를!?"

"아니, 새빨개진 게 귀엽다고... 자, 아리스. 아~"

"우음!?"

 

내 말을 듣고 새빨간 채로 뻐끔뻐끔 움직이는 아리스 입에, 새 고기를 먹여줬다.

그러자 아리스는 폭발음이라도 들릴 듯한 기세로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조용히 고기를 먹다가, 그게 끝난 후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부끄럽지만 이대로 먹여줬으면 하는 것 같다. 참 알기 쉽고 귀여운 반응에 미소가 지어지는 걸 느끼며, 다시 고기를 포크로 찔러 아리스에게 내밀었다.

 

"아~"

"아, 아~... 음음... 카이토씨, 꼭 저한테만 S에여..."

"응?"

"아무것도 아니에여! 다음 주세여! 이, 이렇게 된 이상, 전부 카이토씨한테 먹여달라고 할 거에여!!"

"풉... 네네. 알았다"

"왜 웃어여어어어어어어!"

 

화를 내 소리치는 아리스가 웃겨서, 여기가 나름 고급 가게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화기애애하게 서로 먹여주는 형태로 식사를 했다.

이러고 있으면 역시 애인 사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기쁘다. 좀 더 먹여주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그때 까지는'...

 

"음음... 카이토씨, 다음 주세여!"

"...야, 아리스? 이거, 언제까지 할 건데?"

"물론, 전부 먹을 때까지에여... 아, 점원분! 이거랑 같은 미트 타워 '3개' 더 주세여!"

"아니, 이, 이제 손이 아프... 아리스!?"

 

그렇다. 나는 얕보고 있었다. 아리스의 끝없는 위장을...

먹기 시작했을 때 전부 먹여주겠다고 한 발언을 후회하며, 나는 통증으로 떨리는 손을 뻗어 다음 고기를 아리스 입에 옮겼다.

 

어머니, 아버지――아리스가 온 가게는 어느 정도 고급 가게로 격식을 완전히 차리는 곳은 아니라서, 귀여운 아리스를 보면서 즐겁게 식사를 했어. 했...는데... 진짜 이거――언제까지 할 건데?

 


 

일반인이 1인분도 못 먹을 걸 10인분 X 4

 

도대체 얼마나 쳐먹는게야! 돼지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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