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평화 294화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94화 : 쿠로의 마음은 솔직히 기뻤어
돌아오자마자 루나마리아씨 덕분에 피곤해졌는데, 그 후에는 리리아씨에게 여러가지 보고... 에덴씨의 정체가 내 세계의 신이라는 것 등을 제대로 전했다.
이걸로, 에덴씨의 정체를 말 안 해서 리리아씨한테 혼나는 건 막았을 거다... 드디어 나도 학습을 했구나.
뭐, 이래저래 시간도 밤이 되어, 나는 내 방에 돌아왔는데...
"...으으...지친다..."
내 방 침대에는, 쿠로가 마치 이 침대는 자기 거라는 듯 누워 있었다.
그 광경에도 놀랐지만, 무엇보다 드문 건 쿠로가 진짜 지친 것처럼 보이는 것... 쿠로는 말할 필요도 없이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라, 체력도 그에 비례해 괴물 급.
적어도 나는, 쿠로가 눈에 보일 정도로 피로가 쌓인 건 처음 봤다.
"...쿠로? 괜찮아?"
"으으~ 카이토군~ 정말, 오랜만에 흐물흐물해졌어. 육왕제 준비도 바쁘고, 무엇보다 지구신... 카이토군 세계 신이지. 그 녀석, 정말 강하니까 더 안 좋아"
"아, 아... 에덴씨 일로 피로가..."
"...응. 정말 진짜로, 그 신은... 관광하러 온 줄 알았더니 바로 카이토군한테 가고... 그래서, 카이토군을 곤란하게 하지 말라고 화를 냈는데... 그 혀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또 이상한 짓을 하고..."
아무래도 쿠로의 노력 대부분은 에덴씨가 원인인 것 같다.
뭐, 확실히 에덴씨는 시로씨에 필적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 정도 상대와 싸우면 아무리 쿠로라도 지치나 보다.
게다가 그것만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쿠로는 더욱이 육왕제 준비 총괄까지 하고 있다. 그러면 정말 왔다갔다... 힘들겠다.
"...그렇구나, 수고했어"
"으~ 카이토군. '치유해줘'"
"..."
이런, 위로의 말을 건넸더니 터무니없는 퀘스트를 받았다. 치유해 달라고? 뭐야 그 추상적인 요구는... 난이도 너무 높지 않나요?
아~ 그래도, 지친 쿠로의 기대에 부응해주고 싶다는 마음은 물론 있고, 어, 으~음... 치츄한다. 치유라...
기대를 담은 눈으로 나를 보는 쿠로를 곁눈질하며, 나는 잠시 생각한 후... 별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얼버무리려고 양 손을 벌려 미소지었다.
나는 고육지책이었지만, 쿠로는 눈을 반짝거리며 튕겨나오듯 내 가슴에 뛰어들었다.
"후아아아... 카이토군, 따뜻해~"
"으, 응. 정말 힘들었구나... 어, 착하다 착해"
"으야.... 하아~ 더 쓰다듬어줘"
"그래 그래"
내 가슴에 볼을 비비며 녹아버릴 듯한 표정으로 끌어안는 쿠로의 머리를, 되도록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찰랑찰랑 감촉이 좋은 은발을 쓰다듬으며, 응석을 부리는 쿠로를 보고 마음이 따뜻해진 것 같았다.
어른스럽고 포용력 있는 쿠로도 매력적이지만, 이렇게 애처럼 애교를 부리는 모습도 마찬가지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팔 안에 쏙 들어오는 온기를 느끼며, 잠시 나는 이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다.
잠시 머리를 쓰다듬은 후, 쿠로가 만족한 때에 잡담을 시작했다.
뭐 쿠로는 만족했다고는 했지만 '카이토군 성분을 보급중이야!' 라면서 내 팔 속에 쏙 들어와 있지만...
"그러고보니까 쿠로..."
"왜~?"
"지금까지 물어보려다가 못 물어봤는데... 기념품은, 대체..."
"응?"
머리에 떠오른 건, 육왕제 때 받게 될 기념품에 대해.
아마, 최신식 마도선이었나? 듣기만 해도 터무니없는 물건이다.
아니 뭐, 육왕 전원 터무니없는 걸 준비하고 있는데... 심포니아 왕국 왕도 근처에 바다는 없고, 받아도 완벽하게 방치하게 될 것 같은 배를 주는 쿠로에게, 모처럼이니 의도를 물어보기로 했다.
"왜, 또, 배 같은 걸... 받아봤다 줄 데도..."
"참고로 마도선은, '이 저택보다 큰 사이즈'야!"
"..."
리리아씨 저택보다 큰 배? 무역업이라도 하라고?
"하지만, 괜찮아. 그 배가 들어갈 '매직 박스'도 같이 줄테니까"
"...어? 매직 박스?"
"응, 사실 시로한테 마력 욕량이 차원이 다른 마수정을 창조해달라고 해서... 게다가, 내가 '전력의 마력'으로 술식을 새긴 매직 박스를 만들고 있거든!"
당황하는 내 앞에, 귀엽게 씨익 웃는 쿠로인데... 어? 쿠로가 전력으로 만든 매직 박스? 그거, 명백히 터무니없는 거 아니야?
"...차, 참고로, 이 매직 박스 용량은?"
"으~음. 확인은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섬 3개나 4개' 들어가지 않으려나?"
"아니아니, 이상하잖아!? 뭐야 그 터무니없는 용량!?"
"마그나웰도 쏙 들어갈 정도야!!"
"너무 크잖아!?"
섬이 3~4개 들어간다니, 뭐야 그 괴물 용량... 지금 쓰는 매직 박스만 해도 반 이상 남는데, 그 위에 단위가 다른 매직 박스라니...
심지어, 내 매직 박스 대부분은 마그나웰씨가 만날 때마다 주는 비늘이니까... 무조건 남는다.
그 정도는 쿠로도 알고 있을 텐데... 왜 그런 이상한 사이즈의 매직 박스를...
――으우~ 카이토군 매직 박스는 내가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설마... 그런 건가? 설마... 그것 때문에?
"...쿠로, 혹시... 전에 바베큐 파티 때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래서 일부러 내가 지금 가진 매직 박스에 안 들어가는 크기의 배를..."
"...무ㅡ, 무슨 소리지~?"
"이쪽 보고 얘기할까?"
왜 배를 주려고 했는가... 그 실태는... 사실 배가 부록이고 매직 박스를 주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면 그냥 처음부터 매직 박스를 주면 됐을텐데... 아니, 보통 매직 박스는 그렇게까지 고급품이 아니다. 아무리 실제로는 엄청난 성능이라도, 초대장에 매직 박스라고 쓰는 건 체면 문제가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게... 카이토군한테, 내가 만든 매직 박스... 쓰게 하고 싶었단 말이야"
"으윽..."
"...싫어?"
어? 여기서 그런 시무룩한 얼굴을 하는 거야!? 그런 얼굴 하면, 불만을 얘기 못 하는데...
"아니, 쿠로가 매직 박스를 주는 건 기뻐! 응, 받으면 무조건 그걸 메인으로 쓸게!"
"정말!?"
"그, 그래, 그야, 귀여운 여친이 만들어주는 걸 싫어할 리가 없잖아..."
"귀, 귀여운 여친... 에헤헤, 기쁘다"
미친 귀엽다. 진짜, 배가 어쩌구 아무래도 상관 없다.
어쨌든 쿠로가 귀여우니까, 애교 부리는 쿠로를 강하게 끌어안고... 나중 일은 잊어버리고 잔뜩 연애질을 했다.
어머니, 아버지――쿠로가 육왕제에서 나한테 배를 주는 건, 사실 새 매직 박스를 주기 위한 구실이었나 봐. 하지만 뭐, 놀라긴 했지만 자기가 만든 걸 내가 썼으면 한다는, 그런――쿠로의 마음은 솔직히 기뻤어.
배 어따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