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298화

레이빈 2020. 8. 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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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98화 : 행복한 추억을 형태로 남겼어

 


 

빛의 달 17일. 리리아씨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이 빛의 달이라는 건 원래 '땅의 달'이라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1년의 한가운데가 땅의 달이고 1년의 끝이 하늘의 달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초대 용자의 공적을 칭송한다는 의미로 땅의 달에서 빛의 달로 옛날에 바뀌었다고 한다.

우선, 틀림 없이 노인씨는 기절했을 거다. 자기 이름이 달력에 들어간다니, 투신하게 될 급의 부끄러움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지금 그런 걸 떠올렸나 하면, 지금 내가 초대 용자인 노인씨의 연고지에 가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토... 괜찮아? ...지치지... 않았어?"

"괜찮아요. 오늘은 날씨도 좋고, 기분 좋네요"

"...응... 맑아서 다행이야... 비라도 왔으면... '구름을 날려버렸을'...텐데... 맑아서... 기뻐"

"그, 그그, 그러게요!?"

 

은근슬쩍 우천시 구름을 날려버렸을 거라는 말을 하는 건, 나랑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시스씨.

그렇다. 어제 리리웃씨에게 제안한 대로, 오늘은 아이시스씨와 데이트를 하게 돼서 같이 나왔다.

 

용자제 준비를 해야 된다고 거절할 가능성도 생각했는데... 허밍 버드를 보냈더니 2초만에 '갈게' 라는 대답이 왔다.

그리고 지금은 둘이서, 왕도에서 조금 떨어진 고원을 느긋하게 걷고 있다.

 

이번 목적은 전에 아이시스씨와 약속한 추억 수집... 책에 나온 장면에 실제로 가 보고 기념품을 갖고 돌아가는 것.

아이시스씨는 여러 희소한 물건도 채취했다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내가 처음이라서 비교적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을 가지러 가기로 했다. 뭐, 쉽게 말해 피크닉 같은 느낌이다.

 

목적인 물건은 초대 용자 모험이 적힌 책에 나온 꽃으로, 전에 쿠로와 바베큐 파티에서 본 라이트 트리에 가까운 성질을 가지고 있고, 밤이 되면 발광하는 '나이트 플라워'다.

이 꽃은 양지바른 고원에 군생하고 있어서, 발견하는 건 간단하다고 한다.

 

"...카이토... 오늘... 도시락...만들어 왔어... 나중에... 같이... 먹자"

"오오, 엄청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후후후... 응... 천만에"

 

오늘은 하얀 색을 기본으로 한 디자인으로, 하늘하늘한 프릴이 잔뜩 달린 고식 드레스를 입은 아이시스씨인데, 내 말에 기쁘게 미소지었다.

그 귀여운 미소에 치유를 받으며, 급하지 않으므로 느긋하게 잡담을 하며 걸어갔다.

 

"그러고보니까 육왕제 준비 여러모로 힘들어 보이던데, 지치지 않았어요?"

"...응...괜찮아...나는...만드는 건...잘 못하니까... 리리웃한테 민폐 끼치...는데... 잔뜩 힘내서... 카이토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 그렇구나... 히, 힘내세요! 응원할게요!"

"...응!"

 

그거다. 나는 지금 리리웃씨의 마음을 아주 잘 알게 됐다. 이 기특한 느낌... 뭐라고 따질 수가 없다.

아이시스씨가 최선을 다하는 건 정말 마음 아프게 전해지고, 이런 행사에 관여하는 게 기쁘다는 마음도 알겠다.

나는, 마음 속으로 리리웃씨의 명복을 빌며... 아이시스씨를 빙 둘러가며 설득하는 걸 포기했다.

 

"...후후..."

"아이시스씨, 기대 되나요?"

"...응... 카이토와 데이트... 즐거워... 대화도... 보이는 풍경도... 모든 게...전부...전부... 행복해"

"...아이시스씨"

 

아아, 정말! 왜 이 사람은 이렇게 귀여운 걸까! 그렇게 행복하게 웃으면, 반사적으로 끌어안고 싶어진다.

아니, 응. 애인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세이프 맞지? 응, 세이프다... 안아버리자.

 

"...앗"

"..."

"...카이토?"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아니야... 기뻐"

 

세게 안으면 부러질 것 같은 얇은 몸인 아이시스씨의 몸을 쏙 팔에 담았다.

아이시스씨는 별로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행복하게 볼을 붉히며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아닌 게 행복하다. 확실히, 아이시스씨 말대로다.

아이시스씨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끌어안은 내 손에 살짝 손을 얹는 행동도, 툭 하고 머리를 내 가슴에 대는 행동도, 너무나도 귀엽다.

 

"...아이시스씨"

"...카이토"

 

그대로 아름다운 빨간 눈을 바라보며 이름을 부르면, 아이시스씨는 내 이름을 부르고 눈을 감는다.

그게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처럼, 우리의 입술이 맞닿아, 서로의 행복하다는 감정과 애정을 전한다.

 

그리고, 그 후에도 비슷한 행동을 하며 중간중간 멈춰서, 진행이 매우 느려진 건 말할 필요도 없겠다.

 

 

 

 

 

 

 

도중에 점심 휴식을 하며, 뭐만 하면 멈춰서서, 예정보다 상당히 늦게 나이트 플라워 군생지에 도착했다.

주변 일대에 펼쳐진 알록달록 꽃들... 마치 꽃의 융단처럼 보이는 그 곳에서, 나는 아이시스씨의 어깨를 안으며 앉아 있었다.

 

"...낮에 보니 평범한 꽃 같네요"

"...응...하지만... 어두워지면... 엄청... 예뻐"

"그렇구나... 어떡할까요? 해가 질 때까지 몇 시간 남았는데..."

"...카이토가... 싫지 않으면... 잠시... 이러고 있고 싶어"

"네, 물론이죠. 기꺼이"

 

나에게 머리를 기대며 응석을 부리듯 속삭이는 아이시스씨의 목소리. 주변이 꽃으로 감싸진 이 곳에서, 이렇게 옆에 앉아 있으니 정말 좋은 분위기다.

아이시스씨도 같은 마음인 듯, 내내 나의 손을 자기 손에 겹쳐, 손가락 깍지를 끼고 몸 전체를 기대왔다.

 

콧구멍을 간질이는 꽃향기, 조금 시선을 내리면 아이시스씨의 예쁜 목덜미가 드레스 사이로 보여, 좀 두근거린다.

하지만 그 두근거림은 결코 불편한 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되나, 가슴 속에서 황홀해지는 따뜻함이 솟아나는 느낌이다.

 

그대로 나와 아이시스씨는 주위 꽃들이 밤이 옴에 따라 환상적으로 빛날 때까지,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었다.

그리고 아쉬워하며 나이트플라워를 수집해... 오늘이라는 추억을 형태로 남겼다.

 

여담이지만, '...카이토와 함께 만든 추억... 아주... 기뻐' 라고 부끄러워하는 아이시스씨가 너무나도 귀여워서, 다시 끌어안아 딥키스를 한 결과, 상상 이상으로 집에 가는 게 늦어진 건 안 비밀이다.

 

어머니, 아버지――역시 아이시스씨는 엄청 귀엽고, 사랑스럽고, 이란 사람이 내 애인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행복하다는 게 실감돼. 그런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오늘, 아이시스씨와의――행복한 추억을 형태로 남겼어.

 


이제 판타지 다 빼고 연애질만 하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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