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평화 83화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83화 : 엄청난 결과가 될 것 같아
리리웃씨에게 환왕에 대한 주의를 들은 후, 잠시 평범한 잡담을 했다.
내용은 주로 아이시스씨나 쿠로 얘기로, 리리웃씨는 듣던 대로 온화하고 다정한 분으로, 다정하게 건네주는 말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흘러갔다.
"후후, 카이토씨는 기분이 좋은 분이네요. 정령들이 당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도 알 것 같아요. 이만큼 많은 정령들의 신뢰를 얻은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아, 아니.... 정령들이 저를 마음에 들어하는 건 아마 시로씨.... 창조신님의 축복 덕분일 거에요. 요정인 지인이 제 마력은 기분이 좋다고 했어요. 그러니 별로 제 힘이라는 건...."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네?"
라즈씨가 말했던 대로, 시로씨의 축복을 받은 나는 세계의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에서 태어난 요정이나 정령에게 내 마력은 매우 기분이 좋은 것인 듯하다.
그래서, 이렇게 내가 많은 정령들의 도움을 받는 건 어디까지나 시로씨의 힘이며 내가 대단하다고 자만할 건 아니라고 했는데, 리리웃씨는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고개를 저었다.
"분명 샤로바날님의 축복으로 인한 것도 클 거에요. 하지만 결코 그것뿐만은 아니에요. 샤로바날님의 축복이란, 말하자면 정령들을 접할 때 첫인상을 잘 보이게 하는 것.... 그것만으로는 정령들은 이렇게까지 따르지 않을 거에요"
"그래요?"
"네, 당신의 분위기, 그리고 인품.... 그게 맑고 아름다워서 많은 정령들이 당신을 따라온 거에요"
"그, 그렇군요...."
첫인상이 호의적으로 보이는 건 시로씨의 축복 덕분이지만, 정령들이 좋아해주는 건 어디까지나 내 성과라는 말.
뭔가, 그런 직접적인 칭찬을 들으니 조금 황송하다.
게다가 어쨌든 첫인상이 좋게 보이는 건 상당히 유리한 거고, 역시 시로씨의 축복의 힘은 큰 영향인 것 같다. 하지만 모처럼 해주신 말이니 솔직히 받아들이도록 하자.
"카이토씨라면, 오늘 수확제에서도 멋진 성적을....아"
"왜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실수를.... 길게 얘기를 해 버렸네요. 시간은 괜찮으신가요?"
"아, 어~ .... 지금부터 돌아가면 어떻게든"
조금 당황한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리리웃씨의 말을 듣고, 나도 완전히 잊어버린 수확제를 떠올렸다.
시계를 보니 벌써 낮 2시가 지나, 슬슬 리그포레시아로 돌아가지 않으면 늦어버린다.
"그렇군요.... 그럼, 저도 같이 갈까요"
"네? 에, 에에에에!?"
그렇게 중얼거리며 리리웃씨의 몸, 아니 나무에 변화가 나타났다.일체화된 나무가 파도치듯 흔들려, 박혀 있던 손과 하반신이 밖으로 나왔다.
나무는 그대로 큰 지팡이로 변해, 오른손에 그걸 든 리리웃씨가 천천히 땅을 밟아 섰다.
놀래라.... 완전히 인간형이 될 수 있구나....
인간과 같은 모습인 리리웃씨, 나를 보고 미소지었다.
"그럼, 가죠"
"아, 네"
걷기 시작하는 리리웃씨 옆에 서서, 나도 리그포레시아로 걸어갔다.
리리웃씨는 걸으면서 시선을 움직이고, 그러자 주변 나무에서 한번에 가지가 뻗어와 거기 방대한 수의 열매가 열렸다.
"수확용 봉투를 열어주세요, 거기에 직접 넣을게요"
"네?"
"저와 이야기를 한 탓에 당신의 성적을 떨어뜨릴 수는 없어요. 리그포레시아까지 가는 길에 있는 나무들에게 협력을 요청해서, 가능한 한 열매를 모을게요"
"네에에에!?"
리리웃씨의 말에 따라 수확용 봉투를 꺼내들었더니.... 거기에 엄청난 기세, 아니 이건 거의 머신건 같은 속도로 열매가 후두둑 쏟아졌다.
마치 주변 나무들이 내 손에 든 봉투를 향해 열매 농구를 하는 것 같은 광경으로, 봉투를 가지고 걸어다니기만 해도 연이어 열매가 수확된다.
더욱이 그 뿐만 아니라, 1000마리 넘는 정령들도 협력해주는 듯, 계속 열매를 옮겨온다.
뭐지 이거.... 뭔가, 어,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 거 아닐까? 열매 수가....
진짜 기세가 엄청나다. 아까까지 내가 몇시간동안 모은 열매 양을 이미 넘은 것 같은데....
어머니, 아버지―― 리리웃씨와 조금 사이가 좋아져서, 리그포레시아에 돌아가는 도중에 열매 모으는 걸 도와주게 됐는데.... 이거 뭔가――엄청난 결과가 될 것 같아.
리그포레시아 마을 입구에 있는 광장에서는 곧 종료를 맞이하는 수확제의 집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오이와 히나도 먼저 도착해, 경비를 정규 경비대에게 인수인계하고 돌아온 리리아네와 합류헤 집계를 무사히 마쳤다.
"아오이짱도 히나짱도, 대단해! 처음 참가해서 60개를 넘다니, 엄청 대단한 성적이야"
"감사합니다"
"에헤헤, 수확제 즐거웠어요"
아오이가 모은 열매는 62개, 히나가 모은 열매는 61개로, 평균이 50개 전후인 수확제에 있어 상당히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개수다. 실피아가 아낌없는 칭찬의 말을 건네줬다.
레이지하르트나 리리아씨네도 둘의 건투를 칭찬하며 광장 중앙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금은 전회 우승자인 정령 마도사의 집계를 하고 있는데, 주변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도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조금 후에 표시된 성적에, 다들 환성을 질렀다.
"2, 210개...."
"대단하네, 역대 최고 기록을 24개나 경신하다니...."
경악하는 실피아에, 레이지하르트도 같은 감상을 내뱉었다.
200개를 넘는다는, 정말 역사에 이름을 남길 위업에 주변에서도 터질 듯한 칭찬의 말을 던졌다.
다만, 하지만, 그것은 전부 개막 연출에 불과했다.
역대 최고 기록이 나온 흥분이 식기도 전에, 갑자기 외침 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뭐, 뭐야 저건!?"
"저, 정령? 무, 무슨 숫자야.... 재앙의 전조 아닌가...."
그 목소리를 듣고 리리아네도 시선을 옮겼더니, 멀리서 리그포레시아 마을을 향해, 1000을 넘는 정령들이 다가왔다.
그 광경에 실피아는 쩌억 입을 크게 벌리고, 리리아는 그걸 데려오는 게 누군지 알아챈 듯 머리를 감싸쥐었다.
하지만, 충격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ㄱ, ㄱ, 계왕님이다!?"
"계왕님!? 보수제에 와 계셨던 건가!?"
"ㄴ, 누군가 인간과 함께 걸어오고 계시는데!"
리리웃의 모습이 보이고, 주변에 큰 소동이 일어나, 같이 걸어오는 카이토에도 기이한 시선이 꽂혔다.
그런 광경을 보며, 리리아는 파란 색을 넘어 새하얘진 얼굴로, 옆에 있는 루나마리에게 말을 걸었다.
"....루나, 저거, 카이토씨죠?"
"ㄴ, 네, 틀림없이"
"....왜, 계왕님과 함께 오는 건가요?"
"그, 글쎄요...."
안면 창백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리리아에게, 루나마리아도 경련하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런 리리아의 시선 끝에서, 대회 진행 역할인 남성이 당황한 모습으로 리리웃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ㄱ, 계왕님! 어, 어째서 이런 곳에...."
"어째서, 요? 저도 일단 정령이고, 참가자인 그에게 협력하는 건 규정상 문제가 있는 행위는 아닐텐데요?"
"ㄴ, 네!? 그그, 그것은 물론...."
리리웃의 말을 듣고, 남성은 불쌍해 보일 정도로 황송해하며 몇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광경에 주변이 굳어버린 와중에, 리리아는 다시 입을 열었다.
"....루나, 어떻게 생각해요?"
"어떠냐고 물어보셔도...."
"....이거, 그거죠. 또 사이가 좋아졌다거나, 그런 흐름이잖아요?"
"ㄴ, 네...."
"....그거죠? 이따가 카이토씨랑 같이 계왕님도 여기 오겠죠"
"아, 아마도...."
마치 가면 같은 감정이 사라진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리리아에게, 루나마리아도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더니, 리리아는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왜, 카이토씨는.... 잠깐 눈을 떼면...."
"아, 아가씨,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이, 이제....."
"이제?"
"이제 싫어어어어어어!? 카이토씨 바보오오오오오오오!!"
리그포레시아 마을에, 슬픈 고생 담당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육왕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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