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기생해서 레벨 올렸는데, 너무 성장한 걸지도 모른다
22화 : 패러사이트 비젼
매우 드문 광경에 흥분하며, 돌기둥을 올려보면서 앞으로 나아갔는데, 갑자기 공기가 바뀌었다.
공기의 점성이 늘어난 듯한, 그런 감각이 나를 덮친 것이다.
수수께끼의 감각에 나는 당황하고, 아리는 눈치 챘는지 옆얼굴을 봤다.
그러자, 아리도 마찬가지로 내 모습을 보고 작게 끄덕였다.
"아리도 느꼈구나"
"네. 아마, 저것 때문일 거에요"
아리가 가리킨 방향에는, 땅에 난 큰 구멍이 있었다.
"저 앞은 다른 장소보다 훨씬 강력한 몬스터가 날뛰는 곳이에요. 마원소가 넘치는 무섭고 위험한 장소에요"
"엄청 무서운 소리구나. 어느 정도 위험한지 참고로 가르쳐줬으면 하는데"
다가가 봤더니 답답한 감각이 강해진다. 이 정체가 뭔지 싶어 구멍을 들여다보는 내 얼굴을 보며, 아리는 낮은 목소리를 냈다.
"지금 이 로렐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모험자는 C급이라는 건 아시나요?"
"응, 들어본 적 있어"
"예전에는 B급 모험자가 탑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C급이 탑이죠.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에이시님아라면 아실 거에요"
"혹시, 여기서 B급 모험자가 죽었다...."
"맞아요"
잠깐만 잠깐만.
B급이 죽었다니, 그거 엄청 위험하잖아.
내가 쓰러뜨린 코큐토스 울프가 C급 으뢰로 토벌하게 되어 있는 몬스터라고 그랬지. 근데 이건 B급이 죽는 세계. 즉 최저라도 A급 정도가 된다는 건데, 2랭크 위잖아.
나는 C급 이상의 힘이 있다는 건 아는데, A급에 닿을 수 있다는 보장은 지금 없다. 오히려 B급이 당했다는 것만으로도 A급이라면 이 몬스터를 이길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니까, 그 이상 위험할 가능성도 있다.
"아리, 아무래도 여기는 너무 위험한 것 같아"
"네, 물론 안 가요"
의외다.
심층을 목표로 한다고 해서 가는 줄 알고 말해 본 건데.
자세히 물어보니, 여기는 막다른 길이라 앞에 길이 더 없는 장소라고 한다. 이 미궁 내에 있는 트랩의 일부에 걸리면 이 위험한 길 안으로 전송된다는 거다.
무서운 트랩이 있는데, 지금까지 탐색으로 어느 정도는 위험한 장소를 알아냈고, 만약 미지의 트랩이 있어도 탐지계 스킬이 있다.
정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리도 있고, 지금이라면 나도 정령을 감지할 수 있는 시프 클래스도 가지고 있다.
지금 느껴지는 공기가 무거워진 듯한 꺼림찍한 감각으로, 여기에 떨어지는 함정은 알 수 있으니 멍때리지만 않으면 문제 없이 탐색을 이어갈 수 있다.
"근데 좀 의외구나, 아리라면 힘을 시험하려고 들어가자고 할 줄 알고 걱정했는데"
"미지에 대한 호기심은 있지만, 그렇게까지 무모하지는 않아요. 저는 예전에 3층에서 돌아왔는데, 이겨는 3층보다 강력한 몬스터가 배회한다고 하거든요. 예전 한계를 넘어서 더 위험한 데는 가지 않아요. 단계는 한걸음씩 올라가는 타입이거든요"
"그게 훨씬 좋아.... 보이는 범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네"
나는 구멍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봤다.
물론 위험한 다리는 건너고 싶지 않지만, 죽을 정도로 위험한 다리라고 하면 아주 조금만 보고 싶은 심리 있잖아.
들여다봐도 기척만 있고 몬스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거라면, 조금은 들어가도 괜찮지 않으려나~
"조금이라면 들어가도 될 거에요. 그 몬스터랑 만나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요"
아리도 그럴 생각인 것 같고, 우리는 호기심 때문에 잠깐만 구멍에 들어갔다.
주변을 최대한 경계하면서, 항상 입구를 의식하고 뭔가 보이면 바로 나갈 수 있도록 하면서.
거기까지 해서 들어가고 싶어진 건, 여기가 특이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주변과는 다른 구조로, 마치 나무 구멍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텅 빈 회랑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바닥도, 아치 형의 벽도, 천장도 선혈 같은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다.
공기도 무겁고, 회랑 안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불길한 기척이 나온다.
귀신의 집보다 스릴이 있다――으아, 저건!
완만한 커브인 회랑 안에 보인 것은, 뱀의 꼬리가 난 인간 얼굴의 사자.
이런 모습, 어디서 본 적 있다――그렇다. 맨티코어라는 마수가 이거랑 비슷한 모습이었다.
맨티코어는, 우리를 보자 씨익 피같이 붉은 입 안을 보이며 웃었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는 표정으로, 우리는 바로 뒤로 돌았다.
"에이시님, 돌아가죠!"
"그래!"
우리가 달리자 동시에 맨티코어도 뛰었다.
무서워! 미친 개무서워! 쫓아오는 저 웃음이 너무 기분 나빠!
전력으로 도망치지만, 맨티코어도 보이는 대로 발이 빠르다.
하지만, 상당히 멀리까지 볼 수 있는 회랑이었으니 다행히도 따라잡히지는 않는 것 같다, 다행이――!?
"아리, 옆으로 뛰어!"
소리치며 아리 몸을 끌어안듯 잡고 옆으로 점프했다.
직후, 맨티코어는 마법을 발동해 세 개 마력의 덩어리가 날아왔다.
하나는 땅을 분쇄하고, 하나는 천장을 분쇄하고, 하나는 벽에 부딪혀 붉은 돌이 부서져 튀어 비처럼 내려온다.
땅을 분쇄한 후는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상당히 깊게까지 파였다.
우리는 그대로 미친듯이 달려 어떻게든 맨티코어에게 따라잡히기 전에 붉은 회랑을 나올 수 있었다.
둘이 함께 무릎에 손을 대고 심호흡을 하며 숨을 돌렸다.
"후우. 감사합니다 에이시님. 위험했네요"
"응, 저건 역시 좀이 아니라 그냥 위험해. 마법 위력이 장난이 아니었어"
"심지어.... 트리플 캐스팅이에요, 트리플 캐스팅! 고위 마도사는 더블 캐스팅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 본 적 없는 몬스터는 인간의 달인을 가볍게 능가하는 거네요. 역시 던전은 넓어요!"
세 발 동시에 마법을 쓴 그건가. 엄청난 스킬이다.
역시 연속 마법은 멋있지. 아리도 텐션이 올라가갔다. 호기심 많구나.
하지만 멋있다고 한번 더 보고 싶지는 않다. 커브가 있어서 도망치긴 했는데, 한번 더 만나서 저걸 내리 연사당하는 건 상상하기 싫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기로 하고, 우리는 그곳을 벗어나 2층 다른 장소 탐색을 이어갔다.
"그러고보니 좀 신경 쓰였는데, 방금 붉은 회랑에 있는 몬스터는 그거 말고 다른 건 안 나오는건가. 갇혀 있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돌 기둥 사이를 지나가며 아리에게 물어봤다.
"힘을 가진 몬스터일수록 마원소를 좋아해요. 마원소는 몬스터의 힘과 수명의 원천이며, 동시에 던전의 신기한 성질의 원천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거주지인 마원소가 짙은 곳에 사는 강력한 몬스터는 그 밖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렇구나, 그게 몬스터 생식지를 결정한다는 건가. 그러면 갑자기 강력한 몬스터가 나와서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될 일은 없겠다"
마원소라는 것은 스킬이나 마도구 같은 신기한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마법 뿐만 아니라 체력을 소모하는 스킬도 마원소가 원천이다. 이것저것 도움이 되는 원소인데, 그 붉은 회랑은 엄청 마원소가 짙다는 거다.
"오, 이번에는 보통 2층 몬스터다"
이야기하며 나아가는 우리 앞에 몬스터가 길을 막았다.
그 후로 우리는 2층을 지나다니며 집을 지키는 큰 거미나 민달팽이 같이 기어다니는 진흙 괴물, 임프의 강화판인 그레이터 임프 같은 것들을 만났다.
그것들은 선언했던 대로 아리가 쉽게 쓰러뜨렸다.
노움 이외에도 실프도 쓰고 있었는데, 충격파 같은 걸로 단단한 진흙 괴물을 나뭇잎처럼 갈가리 찢어버리는 것은 멋있었다.
나도 2층 몬스터 상대로 어느 정도 힘든지 알기 위해 싸워봤는데, 큰 거미 상대로 별 문제 없이 이겼더.
아직 여기는 여유로운 것 같다.
그런 고로, 저쪽에는 엄청난 게 있는 건 알았지만, 지금은 고전하지 않고 우리는 2층을 진행하고 있다.
【패러사이트24→25】
【스킬 패러사이트 비젼 습득】
오.
큰 거미를 쓰러뜨렸더니, 던전에 와서 몇번째인 레벨업이 됐다.
그리고 습득한 스킬은――패러사이트 비젼?
패러사이트 관계는 별로 알려지고 싶지 않아, 옆에 아리가 있어 분석 렌즈를 쓰지 않고 스킬 이름으로 효과를 추측해서 실제로 써 봤다.
그러자 지금 기생한 사람들의 모습이, 기생 확인을 할 때처럼 떠올라 그 중에서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오른쪽 아리를 골랐다.
――오오.
머리 속에 내가 보는 것과는 다른 광경이 동시에 떠올랐다.
잔뜩 서있는 돌기둥의 광경이다. 내가 지금 보는 광경을 살짝 옆에서 본 광경이, 눈 안에서 TV 영상이 보이듯 나타났다.
역시, 추측대로인가.
기생한 사람의 시야를 자신도 얻는 스킬이다.
이걸 쓰면 떨어진 장소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제대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계속 볼 수 있고, 상당히 재미있는 스킬이다.
동굴을 나아가며 슬쩍 패러사이트 비전을 원래대로 돌렸다.
클래스를 노려 기생한 남은 셋의 시야를 순서대로 보자.
사냥꾼 청년은, 숲 속에서 지감 막 한마리 사슴을 쭉 바라보고 있다.
주술사 남자는 어딘가의 방에서 두꺼운 종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시너리 클래스를 가진 벨.
그녀의 시야에는, 나무 속으로 보이는 텅 빈 회랑이 나타났다. 그 바닥에도, 아치 형태인 벽과 천장도, 선혈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패러사이트 비젼이라는 걸 보고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마지막 뭐하는 짓이야 분위기가 다 깨져버렸잖아 책임져
http://ncode.syosetu.com/n2600df/22/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