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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해서 레벨 올렸는데, 너무 성장한 걸지도 모른다

24화 : 미궁 탐색 제1부 완




자빠져 자기만 하다가도 가끔 할 때는 한다.

내 힘의 일부는 벨의 힘이기도 하고, 계속 불가능했지만 슬슬 나도 한번 쯤은 위험을 무릅쓰고 신세 진 사람을 구해도 될 거다.
그러니까, 한다.

선빵 필승이다. 나는 흑은의 검을 휘둘러 맨티코어를 베려고 했다.
하지만 맨티코어는 몸보다 긴 전갈 꼬리로 검을 받아냈다.

딱딱하구만, 이녀석.
이 검으로도 벨 수 없다는 건 상당하다는 거다.
더욱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꼬리는, 막기만 하는 게 아니라 뾰족한 끝부분으로 나를 뚫으려고 해서, 나는 뒤로 뛰어 회피했다.

독이라도 발라져 있으면 싫으니까 떨어져서 싸워야겠지, 하지만 그러면 유효타를 치기가 힘든데 어떡할까――

"으어, 왔구나!"

거리가 벌어진 순간 맨티코어의 몸 주위에 3개의 빛이 모여 마력의 덩어리가 발사됐다. 한 번 본 덕분에 겨우 피했는데, 부서진 던전 파편이 기세 좋게 나에게 부딪혔다.

이거, 위험한데.
파편은 맞아도 별 거 아닌데, 본체에 맞으면 멀쩡하지 못 할 거다.

자연스럽게 다리가 뒤로 물러나, 동시에 맨티코어의 공격 턴이 시작됐다.

강력한 광탄이 연이어 날아온다. 아슬아슬 피하고는 있는데, 저렇게 마법을 연사해오면 역시 힘들다.
빠르고 많고 세고, 전부 피하는 건――

"으윽!"

검에 부딪힌 마력탄의 기세에 밸런스가 무너졌다.
손이 떨리고, 기세로 어깨가 빠질 것 같다.

안되겠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직격을 맞을 거다.
이쪽에서 공격을 해야 된다―― 다행히도, 돌파구는 보였다.

자세를 다잡는 동시에 맨티코어 주위에 마력이 모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피하지 않는다. 【부스트】와 【매직 웨폰】을 써서 돌진했다.

마력 덩어리가 발사됐다.
정면으로 온 하나를 향해 힘껏 검을 내리쳤다.
마력 덩어리는 찢어져 안개처럼 퍼져갔다.

――예상 대로다.
아까 검으로 받아냈을 때 마력을 띠고 있으면 광탄에 대미지가 들어가는 걸 알았다. 매직 웨폰으로 더욱 검의 마력을 강화하면 상쇄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맞았구나.

접근한 나에게 맨티코어는 바로 꼬리로 공격했다.
하지만 【연속검】을 사용한 빠른 2번째 공격으로 꼬리의 공격을 막았다.
동시에 【검절의 술】로 맨티코어의 공격력을 낮춰꼬리의 힘을 저하시켜 튕겨냈더니 틈이 생겼다.

검을 반대편 손으로 들고 작업용 나이프를 꺼내들어 크게 베어냈다.
맨티코어의 씩 웃는 얼굴이 사라지고 당황한 듯 손톱을 들어올렸다.

"앞....퍼....!"

어깨 아래가 붉게 물들었다.
아퍼! 진짜 아퍼!
상처라는 게 이렇게 아픈 거였나!?

하지만――맨티코어가 훨씬 아프지.

나이프가 얼굴에 박힌 맨티코어는 볼에서 눈까지 베여 찢어졌다.
다가온 초조함 그대로 표정은 얼어붙어, 신음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나는 마무리를 지으려고 흑은의 검으로 목을 찔러, 맨티코어의 몸은 무너지듯 쓰러졌다.

"끝났다"

지쳤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스페이스 백에서 회복약을 꺼내 벨에게로 갔다.
아픔은 좀 남았지만 평소대로 움직일 수 있다.

"거, 짓, 말이지. 이 회랑의 몬스터를?"

벨은 멍하니 중얼거리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어떻게 될 지 몰랐는데, 어떻게든 됐어. 벨도 무사하구나"

무심코 안도의 웃음이 났다.
정말 안심했다.

"에이시...."

벨은 잠시 뚫어져라 나를 쳐다봤지만, 몸에서 힘이 빠지듯 어깨에 달라붙었다.

"에이시이.... 에이시이"

몇번이나 내 이름을 불렀다.




"자, 가자. 다른 몬스터에게 발견되기 전에"
"정말 괜찮아? 그런 거랑 싸웠는데"
"아직 괜찮아. 체력 회복약도 아직 듣고 스킬도 쓸 수 있고. 벨은 이제 꽤 지친 것 가은데"

나는 벨을 업었다.
치유의 힘이 효과적이지 않고 상처가 낫지 않아서, 나는 업어 밖으로 나가는 게 빠르겠다고 판단했다.

"그럼, 전속력으로 밖으로!"

1초라도 빨리 이런 데서 나가려고 달렸다.
기도가 통한 건지, 꽤 입구에 가까웠던 듯 아무 문제 없이 바로 아까 들여다봤던 입구로 도착했다.
다행이다. 이걸로 안심이다.

"에이시님! 역시 여기였네요,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안심한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입구 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리였다. 아리도 안심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등에 있는 분은.... 그렇군요, 그런 거였군요"

아리는 알아챈 표정을 했다.
벨은 조금 부끄러운 듯 움츠렸다.

"이것저것 여쭙고 싶은 것은 있지만, 지금은 우선 미궁 밖으로 나가는 게 먼저네요. 가죠, 길은 제가 정리해 드릴게요"

아리는 역시 듬직하다. 몬스터를 치우며 우리는 전이 크리스탈의 장소로 도착했다.
아까 살짝 들었는데, 여기에 자신의 마원소를 새기는 걸로 입구 근처의 크리스탈과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걸로, 편리한 것이다.

그걸 써서 한번에 입구까지 와, 파이엔네 미궁을 뒤로 했다.
그 후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리와 벨에게 설명하며 의료소로 가, 입구 앞에서 벨을 내려줬다.

"괜찮으세요?"
"어, 고마워 아리. 이제 아무 말 안 하고 의사 선생님 하는 말을 들을게"
"얼른 나아, 벨"
"에이시.... 고마워"

벨은 깊게 머리를 숙였다.
이런 거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 어쩌지 못해 곤란해하고 있었더니,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정말, 고마워. 정말, 기뻤어. 도와주러 와서.... 나, 뭐든지 할게. 오늘 보답으로, 에이시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그러니까 언제든지 뭐든지 나한테 말해"
"뭐, 뭐든지? 진짜로?"

벨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어떡하지, 뭐든지래.
뭐든지라는 건, 뭐든지 좋은 거지.....?
아니아니, 속지 마라. 이런 건 상식 범위 내에서 라는 말이 암묵적으로 붙어 있는 거야. 상식적으로 생각하라고, 나.

"아― 크흠. 그, 그렇구나. 뭐 바로는 안 떠오르니까 생각해 둘게"
"알았어. 기대하고 있을게"
"네가 기대하는 거야?"

벨은 웃고 나서 손을 흔들고 의료소로 들어갔다.
아하하.... 어떡하지.
현안이 하나 늘어나버렸습니다.



그 후로 나와 아리도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갈림길 앞에 서서 나는 말했다.

"오늘은 갑자기 멋대로 행동해서 미안. 어중간하게 돼버렸지"
"아니요, 멋지다고 생각해요. 저는 못 해요. 아무리 목숨이 위험한 사람이 있어도, 그 회랑에 들어가다니"
"나도 놀랐어. 다시 하라고 하면 무리일 거야"
"저는 에이시님이라면 몇번이든 갈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너무 과대평가 같은데.

"게다가, 미궁 탐색이라는 오늘 목표는 원래 그 전이 크리스탈에 중간 지점으로서 도달하는 것이었으니, 어중간한 게 아니라 충분한 성과에요. 그러면 다음에 편하게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당분간 천천히 쉬세요. 지쳤을 테니까요. 저는 아직 이 로렐에서 지내니까, 초조해 할 필요는 없어요"
"그래, 진짜 완전 힘이 다 빠졌어. 정신적으로도. 그러니까, 좀 쉴게"
"네, 저도 그동안 조금 단련을 하려고 해요"

어?
시선을 옮겼더니, 아리는 강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다.

"에이시님의 힘은, 제 상상을 넘는 것이었어요. 지금 이대로라면 저는 에이시님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는 함께 탐색하는 모험자로서 실격이에요. 미력하지만 힘이 될 수 있도록, 쉬시는 동안 훈련 할게요"

성실하구만. 그런 말 하면 나도 현재 진행형으로 아리한테 매달리고 있으니까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신경 안 써도 되는데.

하지만, 표정을 보니 결의는 굳힌 것 같다.
나도 붉은 회랑을 어떻게든 한 걸로 배부른 느낌이 있고, 일단 파이엔네 미궁 탐색은 제1부 완결이라는 거지.

하지만 1부 완결이라는 건 대체로 2부가 시작된다는 함정이기도 하다.

"훈련인가. 별로 신경 안 써도 되지만, 아리가 그렇게 말한다면 응원할게. 그럼, 나중에 보자! 안녕 아리"
"네. 안녕히 가세요, 에이시님"

그리고 나는 아리와 헤어져 익숙한 여관에 돌아왔다.
식사를 고속으로 쑤셔넣고 바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다이브했다.

"아~~ 지쳤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정말, 이렇게 지친 건 틀림없이 여기에 와서 처음이다.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구르니까 엄청나게 기분 좋다.
게다가 마음도 침착해진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치유가 된다.

역시, 나는 여기가 최고다.
요즘 너무 활동적으로 살았다. 특히 오늘은 심했다.
인간 잘 하는 게 있고 못 하는 게 있잖아. 고생하면서 밖에 나가는 것보다 방에 누워서 경험치와 돈을 받는 게 역시 내 성격에 맞다는 걸 지금 확실히 알았어.

밖에 나가서 알게 되는, 틀어박히는 행위의 위대함.
내일부터는 최선을 다해 퍼져야지.

매우 못돼먹은 결의를 하고,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 맞다. 동굴에서 올랐던 스테이터스 체크를 해야지.
스킬을 확인하고 싶다. 이것저것 스킬도 늘어났고, 방 안에서 몰래 늘어난 능력과 클래스와 스킬을 보는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자.
아, 그리고 늦잠도 자고 싶다. 오늘은 아침부터 밖에 있었으니 낮까지 자고 싶다.

눈을 감고 퍼져서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는 동안, 나는 잠에 빠졌다.



응? 지금 뭐든지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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