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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소녀로 이루어진 파티가 절망에 빠졌다.
오래된 탑의 최상층. 레어 아이템을 얻으러 온 그녀들은, 함정에 빠져 최심부로 이끌려 온 것이다.
4명은 장래 유망한 자들이었다.
언젠가 마왕을 쓰러뜨릴 거라고 기대를 받아, 힘을 길러 왔다. 하지만 그 힘은 아직 약해서, 마왕군 간부 수준이 되면 넷이 한번에 덤벼도 상대가 안 된다.
하지만, 그녀들 앞에 있는 것은 마왕군 사천왕 중 1명인 다보스 장군이었다.
"여신에게 조종받는 어리석은 자들이여, 죽음의 구렁에 빠져 후회하라!"
황소같은 뿔이 난 커다란 남자가 썩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녀들 주변을 고렙 마물이 둘러싸 있었다.
탈출은, 불가능.
절망이 소녀들을 지배한다.
은발 소녀는 언제나 포커 페이스. 하지만 땀이 이마를 흐르며, 몸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현자, 레벨은 24.
회복 뿐만 아니라 복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강력한 마법을 다루는 만능형이지만, 레벨이 낮은 지금 상황에서는 다수가 밀어붙이면 어쩔 방법이 없다.
흑발 소녀는 마도사 지팡이를 큰 가슴에 끌어안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었다.
그녀는 대마도사, 레벨은 31.
지금, 자신이 쓸 수 있는 최대 마법을 연발했기 때문에 마력이 바닥을 치고 있다.
쓰러뜨려도 쓰러뜨려도 계속 나타나는 마물에 몸도 마음도 지쳤다.
대검을 손에 쥐고 두 사람을 감싸듯 서 있는 것은 전투사(배틀 마스터)인 소녀. 레벨은 22.
빨간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어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여유가 없다. 힘에 맡기고 돌파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그냥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금발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미모의 주인공은 백은색 검을 쥐고 다보스와 정면으로 대치한다.
그녀야말로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용사의 자격을 가진 소녀였다.
하지만 레벨은 아직 18. 재능이 꽃피기 전에 어두운 실내에서 그 목숨을 다하는 것인가.
"제가 미끼가 되겠습니다. 여러분은 그 틈에, 부디..."
용사 ―― 금발의 소녀가 비통할 정도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다른 세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동료를 버리는 것은 참을 수 없지만, 이대로 전멸하는 것은 더욱 의미가 없다고 이해한 것이다.
살얼음을 밟고 걸어가는 듯한 절망적인 방법. 하지만 한명을 희생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하다.
망설일 시간도 아깝다.
금발 소녀가 남은 힘을 전부 써서 퇴로를 열려고 한, 그 때――
둠칫, 둠칫둠칫♪ 두둠칫♪
장소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리듬의 음악이 퍼졌다.
음향기기가 없는 실내, 아니 애초에 이세계... 에서는 존재할 리가 없는데, 마치 대형 스피커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는 것처럼, 넓은 공간 곳곳에 음악이 흐른다.
소녀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하지만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는 음악이다.
70년대 댄스 뮤직.
마음과 몸을 강하게 흔들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살짝 스텝을 밟고 싶어지는, 그런 신나는 리듬이었다.
다보스도 당황한다.
"뭐, 뭐지? 이건, 대체...."
이번에는 그녀들 바로 뒤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여럿 비춰졌다. 이것도 아무데서도 광원이 될 조명기기가 보이지 않는다.
빛이 모인 장소에 서 있는, 한명의 청년.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HEY 헤이!"
스팽글을 잔뜩 단 빛나는 재킷을 입은 남자는, 구호를 넣은 뒤 춤추기 시작했다. 허리를 흔들며 가벼운 스텝을 밟는다.
소녀들 중 세 명은 상황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대단해요! 역시, 대단해요!"
금발의 용사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보스는 경악에 목소리가 떨린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냐! 이 음악은 어디서 나오는거지? 빛도... 에이, 네놈은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
"모르겠나? 이게 내 스킬, <스테이지 연출>이야."
"뭐? 스테이지, 어? 그건 분명 최약급 직업 [댄서]의 별 것 없는 스킬, 아주 조금 다른 스킬 효과를 올리는 정도인 쓰레기 스킬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
남자는 음악이 끝나는 동시에 포즈를 잡았다. 일단,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음 곡으로 넘어가질 못한다.
"나는 [댄서], 레벨은 35다!"
"풋, 으하하하하하하! 깜짝 놀랐네. 최약 직업 레벨 35라고오? 거기 있는 용사도 되다 만 자보다 약하지 않나? 그런 떨거지가 한 명 나타난 걸로 뭘 할 수 있나."
"과연, 그럴까"
남자가 손가락을 딱 울리자 새로운 곡이 흐른다. 2000년대 팝송. 불빛도 깜빡거리며 어둡고 수상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남자의 움직임도 변했다.
가벼운 스템의 힙합 댄스. 팔을 흔드는 왁킹 댄스. 가끔 몸이 굳은 듯 움직임을 멈추는 락 댄스. 바닥 위에서 빙빙 도는 브레이크 댄스까지. 여러 춤을 반복하며 신나게 춤을 춘다.
구슬 같은 땀이 날아가며 조명을 반짝거리게 만들자, 네 명의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오..." 하고 소리를 냈다.
"이런 미친놈을 봤나!"
남자의 1인 무대에 화가 난 건가, 다보스는 뭔가를 중얼거렸다.
마법 영창이다.
줄줄이 주문을 외우더니
"죽어라! 기간트 브레이크!"
뻗은 손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불덩이가 날아갔다.
제대로 맞으면 재도 안 남을 정도인 최상위 마법이다.
"하야토씨! 도망가세요!"
금발 소녀가 비명을 질렀다. 다른 세 명이 전율하는 중에, 신음 소리를 낸 남자, 하야토에게 날아가는 불덩이는 빗나가지 않고――
펑!!
그에게 직격했다.
"하하하하하! 역시 별 것 아니었 ――뭣!?"
다보스가 큰 소리로 웃은 직후, 먼지를 날려버리듯 춤을 계속 추는 하야토의 모습이 나타났다.
"말도 안돼! 상처도 없다고!"
"내 방어력은 지금, 평상시의 30배다"
말을 한 후, 하야토는 바닥을 찼다.
한 번 뛰어서 근처까지 다가간다.
다보스는 당황하며 허리에 찬 검을 뽑는다. 칠흑의 마검/ 그 강도는 세게에서 다섯 손가락에 든다.
"그리고, 내 공격력은 평상시의 100배다!"
하야토가 내지른 주먹은 마검을 산산조각 내고, 그대로 다보스의 안면을 파고들었다.
"부엌! 말, 도 안돼... [댄서]의 스킬로는 스킬 레벨이 최대여도 공격력이나 방어력이 기껏해야 2배밖에 안 될 터..."
날아간 벽에 박힌 다보스의 말에 하야토는 담담히 답한다.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스킬 레벨이 더욱 오르면 이정도 배율을 낼 수 있다고. 능력치 상승 버프나 적 능력치 감소 디버프 효과가 있는 스킬은 중복으로 걸 수도 있으니까."
"그럴 리가, 있냐! 스킬 레벨은 최대 10, 그것보다 늘어날 리가―― 헉! 설마 네놈..."
"눈치 챘나. 그래, 나는 받은 거다. 여신님에게, 살짝 이상한 고유 스킬을 말이지."
그건 원래, 마왕밖에 가지지 못하는 최강의 스킬.
하지만 이번 마왕이 뺏겨서 잃어버렸다고 하는 스킬.
다시 댄스 뮤직이 울리며, 하야토는 대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스킬레벨 무한해방(스킬 레벨 언리미티드)>야.
직후, 다보스의 단말마가 울렸다.
용검뽑고 방패들고 다니는 루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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