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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발렌타인 번외편 ~ 해피 발렌타인 Ver 아리스 ~
나무의 달 14일...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침착해지지 않는다.
이런 건 성질이라는 걸까? 나이를 먹어도 괜히 조마조마한다.
뭐, 그렇다고 돌발적으로 기묘한 사태가 일어나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평소대로의 나날을...
"그런 고로, 아리스짱 등장이에요!"
"..."
...뭔가가 왔다. 이상한 포즈를 잡으면서, 뭔가 바보가 방에 침입해 왔다.
"어라, 놀라신 것 같네요. 후후후, 알아요... 'ㅇ, 왜 이런 곳에 아리스짱이!?' 라는 느낌이죠!"
"아~ 응. 아리스 안녕. 차 마실래?"
"앗, 받을게요. 설탕은 2개 넣고...아니, 그게 아니고!?"
"응?"
하지만 나도 익숙하기 때문에, 가볍게 아리스에게 대답을 하며 매직 박스에서 녹차가 든 찻잔을 꺼내고, 아리스 앞에는 홍차를 뒀다.
개인적으로는 아침에는 일본차가 더 좋다. 커피도 괜찮지만, 취향은 역시 진한 녹차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매우 맛있다.
"카이토씨? 카이토씨? 뭘 혼자 느긋하게 있는 거에요? 지금부터 충격적인 전개가 발생할 거라구요. 좀 더 꽉 긴장을 해 주지 않으면..."
"충격적인 전개?"
"그래요, 맞아요! 좋은 패스에요! 후후후, 내심 기대하고 있으면서... 미워요 카이토씨!"
"...쿠키도 있는데, 먹을래?"
"당연히 먹죠! 아니, 그러니까 도중에 끊지 마세요!?"
확확 표정을 바꾸는 아리스... 여전히 재밌는 녀석이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가면을 안 쓰고 등장했구나. 평소에도 둘만 있을 때는 빼 달라고 했으니까, 이해해 준 느낌이려나?
"...으, 응. 그래서, 충격적인 전개가 뭔데?"
"후후후, 기다리셨어요! 아리스짱 특제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이에요! 이야~ 저 같은 초절정 미소녀에게 받을 수 있다니, 카이토씨는 행복하네요~"
"오, 고마워. 기쁘다"
"왜 그렇게 냉정한데여!?"
"어? 어어어..."
내가 조금 큰 상자를 받았더니, 아리스는 새빨간 얼굴로 태클을 걸었다.
하고 싶은 말은 대충 알겠다. 자기는 엄청 긴장한면서 줬는데 왜 나는 이렇게 냉정하게 받는가... 그런 거겠지.
"...아니, 오해할 것 같아서 말하는데, 나도 꽤 긴장하고 있었어"
"어? 그, 그래도, 지금 아무렇지 않게..."
"...인간은 '자기보다 훨씬 긴장해서, 허중지둥대는 상대를 보면' 반대로 냉정해지기도 하거든"
"...무, 무슨 소리에여?"
그렇다, 실제로 나도 아리스가 등장했을 그 타이밍에는, 꽤 두근두근했다.
하지만 그 긴장은 바로 풀렸는데, 원인은 바로 눈 앞에 있는 아리스다.
"아니, 너... 속일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아까부터 '시선이 우왕좌왕하고' 있거든. 게다가 등장한 시점부터 '얼굴 새빨갰'고..."
"냐앗!?"
굳이 지적하지 않고 있었는데 아리스가 물어보길래 지적하니, 아리스는 고양이같은 비명을 지른 후 더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슬슬 연기도 나올 것 같다.
"...어~ 열어도 돼?"
"아, 네네, 네!? 여여, 여여여, 여세요, 부족한 몸이지만!?"
"너, 아무리 그래도 긴장 너무 한다..."
생각지 못한 지적에 아리스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는지, 결국에는 초콜릿을 부족한 몸이라고 한다.
일단 그것에 관해 지적하면 괜히 더 당황할테니, 내버려두고... 아리스에게 받은 큰 상자를 열어봤다.
"...오, 오오오오.... 쩌. 쩐다..."
아리스의 요리 실력은 나도 알고 있고, 꽤 기대하면서 열었는데... 안에서 나온 초콜릿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광택마저 느껴지는 아름다운 초콜릿으로 감싸인 작은 케잌. 자허 토르테 위에는, 사탕인가?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것 같은 나와 벨과 린의 장식이 얹혀져 있다.
"ㅁ, 뭐, 저, 저도 좀... 너무 공을 들였나 싶긴 한데... 대충 하는 것도 아니다 싶어서, 좀 진심으로 했어요"
"아니, 진짜 대단해! 이거, 나랑 벨이랑 린이지?"
"ㄴ, 네, 뭐"
"겉보기에도 예쁘고, 먹는 게 아까워질 정도로... 어쨌든, 진짜 기뻐!"
"그, 그래여? ㅁ, 뭐, 아리스짱이 애정을 담아 만든 초콜릿이니, 다, 당연, 최고의 일품인데요..."
정말 그건 예술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완성도로, 사탕 세공도 제대로 부분 부분 색이 다르고, 벨의 뿔이나 린의 날개도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고, 내 사탕 세공에는 목걸이도 제대로 달려 있다.
역시 아리스다. 겉보기도 대단한 일품이고, 정말 먹는 게 아깝다... 스마트폰을 쓸 수 있었다면 사진을 연타했을 거다.
"...진짜 대단한데... 이 사탕 세공이었나? 이건, 어떻게 먹으면 돼?"
"아, 어, 사실 좀 특수한 사탕을 써서요... 좀 기다려 주세요"
"응?"
어떻게 먹을까 하고 아리스에게 말을 걸었더니, 아리스는 주머니에서 투명한 액체가 든 병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뚜껑을 열고, 안의 액체를 사탕 세공에 부었다.
"응? 우엇!?"
그러자 액체가 묻은 사탕 세공이 움직이기 시작해, 벨의 머리가 내 사탕 세공의 손에 비비듯 닿고, 린의 사탕 세공도 내 사탕 세공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직후에, 사탕 세공이 눈부시게 빛나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우오오오오, 대, 대단해..."
조금 후에 눈을 뜨니... 사탕 세공은 사라졌고, 산산조각난 사탕 파편이 마치 별이 가득 빛나는 밤하늘처럼 자허 토르테 위에 뿌려져 있었다.
이, 이건 이미 칭찬할 말이 없이 대단하다고밖에 못 하겠다.
대체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탕 파편은 별자리처럼 자리를 잡아... 잘 보니 그건, 나와 벨과 린의 형태였다.
마치 입체 사탕 세공이 그대로 그림이 되어 자허 토르테 위에 그려진 듯한...
"후후후, 어때요! 이 사탕은, 특수한 액체에 반응해서 깨지는 성질이 있어서... 분해 범위도 계산해서 완벽하게 만들어냈어요!"
"아니, 그냥, 할 말이 없다..."
"후후후, 그렇죠! 그렇죠! 더 칭찬해줘도 좋다구요?"
"정말 아리스는, 대단해. 이렇게 손이 가는 초콜릿을 주다니, 나는 행복하다"
"아으... 그, 그렇게까지, 직설적으로 칭찬하면... 그... 부끄러워요"
아낌 없는 칭찬을 했더니, 아리스는 좀 부끄러운 듯 볼을 붉히며, 그려진 그림을 망치지 않도록 잘라줬다.
받아든 자허 토르테의 옆면을 보니 3개 층으로 되어 있는 듯, 가운데는 초콜릿 크림, 아래는 초콜릿 프레이크 같은 게 들어있다.
음, 안에도 대충 한 부분이 없다. 정말, 대단하다... 어휘력이 부족한 것 같지만, 대단한 건 대단한 거니까 어쩔 수 없다.
솟아나는 기대를 억누르며 아리스가 준 포크로 한 입 먹었는데... 그냥, 이 맛있음은 엄청나다.
달고 농후하며 확실히 감칠맛이 있는 초콜릿은, 입에 넣으면 슥하고 녹아, 부드러운 반죽의 탄력과 프레이크의 감촉이 기분 좋다.
내 표현력으로는 이 맛을 표현해낼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맛이었다.
"...아리스, 진짜, 맛있어. 고마워"
"아하하, 기뻐하시니 다행이에요! 어? 보답이요? 이야~ 송구하네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리스는 뭔가 보답이 어쩌구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애정 가득 담긴 뜨거~운 키스라도... 어, 헤? 으읍!?"
아마 본인은 평소대로 농담을 하려고 한 거겠지만, 넘쳐 흐르는 감동과 행복에 감싸인 나는 아리스의 요구를 듣자마자 손을 뻗어 아리스를 당겨, 키스를 했다.
"음... 춥... 으읍!? 푸하, 잠깐, 기다... 으읍!?"
게다가, 아리스의 요구는 '뜨거운 키스'였기 때문에, 잔뜩 시간을 들여 넘치는 애정을 전부 쏟아부을 생각으로 딥키스를 했다.
1분... 아니, 어쩌면 10분 정도 지났을지도 모를 키스를 끝내고, 아리스에게서 얼굴을 뗐더니... 아리스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달아... 입 안... 달아... 하으... 조, 좀 더――헉!? 아니, 아니에요! 지금 건, 저도 모르게 입에서... 아아아아!? 자, 잠깐만요!? 이 이상 하면 저――읍!?"
사랑하는 애인은 연장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건 받아들여 주는게 남자의 도리겠지.
뭔가 도중에 '잠깐'이라든가 '이, 이제 한계'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내 아리스를 향한 사랑은 아직 다 전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아리스가 눈을 뒤집고 기절할 때까지, 키스를 계속했다.
시이이이이이발 발렌타인 외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