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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한화・지크린데 ~목소리 없는 마음~




처음 당신의 모습을 봤을 때, 제 마음에 끓어오른 것은 동정이었습니다.

아아――불쌍하다 하고, 이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세계로 갑자기 오게 된 것이 그저 불쌍하다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당신에게 가졌던 첫인상은, 좀 미덥지못한 느낌이었습니다.
주체성이 없고, 상황에 흔들리는 듯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행동하기 전부터 포기해버린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눈치 채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당신이 이 세계에 온 후로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명왕님이나 사왕님과 함께 있을 때나, 신전 내부까지는 따라가지 못했지만, 그 이외에 당신이 밖으로 다닐 때는 반드시 제가 당신의 호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림자――기사단이 쓰는 은어로, 대상을 숨어서 호위하는 역할인 자를 지칭하는 말.
리리는 당신들이 이 세계에 왔을 때, 각자에게 그림자를 붙였는데, 당신 담당을 한 게 저였습니다.

제가 선택된 이유는 단순한 걸로, 남성에게 혐오감 같은 감정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알베르트 공작가는, 별로 리리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샌가 남자 금지 같은 분위기가 되어 있어, 그런 곳에서 
일을 계속해온 사용인 다수는 남성에게 편견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리리가 견제를 했다고는 해도, 당신에게 있어서는 불편한 장소였을 것입니다.

그림자로서 당신에게 붙은 저는, 첫날 당신을 놓쳐버린다는 큰 실수를 해버렸습니다.
리리는 상대가 아마 고위 마족일테니 어쩔 수 없다고 해 줬지만.... 저는 어쩔 수 없었다로 끝나지 않고, 그 후로 당신의 호위에 더욱 힘을 들여 자신을 채찍질해, 예전보다 더 당신의 동향을 주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당신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새 해가 일단락된 부근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마치 달라붙어있던 것이 떨어진 것 같은, 그 전까지는 뭔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게 소극적이었던 당신은, 적극적으로 여러 사람들과 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인사를 주고받지 않았던 상대에게 스스로 인사를 하기로 한 정도의 사소한 변화였을지도 모르지만, 당신 주변의 환경은 극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죄송해요, 미야마씨. 손님인데, 이런...."
"아니요, 이제 벌써 2주나 지났으니, 신세 지기만 하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 이 정도는 언제든지 도와드릴게요"

대량의 세탁물이 들어간 바구니를 안고, 메이드 한 사람과 함께 복도를 걸어가는 모습.
그걸 우연히 본 것은 당신이 온지 2주 정도 지난 때였지요.

당신이 막 왔을 때, 알베르트 공작가는 크게 나눠 세 종류의 사용인들이 있었습니다.
리리나 누라처럼 당신들을 기꺼이 받아들인 자들, 과거의 용자 중 국빈 취급이라는 대우에 우쭐해진 자도 있어, 이세계인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자들.
그리고, 이건 알베르트 공작가의 사용인 다수가 공주였던 때부터 리리를 따르던 자가 많아서 생긴 폐해입니다만, 당신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편견을 가지던 자들.
그걸 전부 합쳐 생각하면, 당신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던 자는 전체 8할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당신은 눈치 채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 주변의 환경은 극적으로 변했어요.
처음에는 8할 가까이 있던 당신을 좋게 생각하지 않던 자들 중, 이미 반 가까이는 당신에 대한 인식을 고쳤습니다.
원래부터 별 것 아닌 편견에서 생긴 감정이어서, 당신이라는 사람 개인을 직접 볼 수 있다면 평가가 빨리 바뀌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원래 당신은 사람을 잘 대하고, 부드럽게 미소짓는 모습이 아주 잘 어울리는 다정한 사람이니까....

그런 당신을 계속 봐 오며, 저는 진심으로 당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행동으로 주변을 바꿔가는 당신은, 실패를 두려워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저에게 있어 매우 눈부시고, 무엇보다 크게 보였습니다.

스스로 상황을 바꾸기 위해 행동한다.... 말로 하는 건 간단하지만, 그걸 실행하는 건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당신은 그렇게 강할 수 있을까? 지금 상황보다 나빠지는 것을....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일까?
지금 저와 비교해서, 그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다행히도 당신은 말을 못 하는 저에게 자주 말을 걸어주고, 가끔 함께 차를 마시며 친하게 대해 줬지요.

당신은 기억하고 있을까요? 몇번째인가 차를 마실 때, 제가 생각했던 의문을 당신에게 물어봤을 때의 말을....

"그야 물론 실패는 무서워요. 그리고 얼마 전까지 저는 항상 위험성이 어쩌구 하면서 나쁜 쪽으로만 생각해서 결국 아무 행동도 못 하고 있었죠"
"...."
"지금은요? 네, 좀 심경에 변화가 있어서.... 조금만, 아주 조금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노력하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는데, 도전도 안 하고 포기하는 건 '아깝다'고...."
"...."
"아, 아니, 이것도 사실은 누구한테 들은 건데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돼서, 그 전까지 계속 힘들었던 게 갑자기 편해 졌어요. 다시 힘내자, 더 힘내자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표정은 매우 반짝반짝거리고.... 매우 멋졌어요.
네, 고백할게요. 저는 자신보다 연하인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올곧게 노력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까지 용기를 받는 것 같아서.... 뭔가 행복한 기분이 됐어요.
당신의 존재가 제 안에서 커져가기 시작한 건, 그 쯤부터였을까요....




















당신은, 알고 있나요?
예전 당신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던 자들 중에, 당신에게 인사를 받으면 기쁘게 대답을 하게 바뀐 사람들이 몇이나 있다는 것을....
사실 지금 와서는, 당신은 사용인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많아요.

당신은, 눈치 챘나요?
당신 주변의 환경이 바뀐 것으로, 찾아온 변화를....
예전에 당신 요리에 장난을 쳤던 그 요리사가, 가끔 당신 요리에 조금 더 좋은 소재를 쓰게 된 것이나, 당신 방의 베드 메이킹을 하는 담당을 항상 희망하는 메이드가 있는 것을....
제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조금만 계기가 있으면 당신에게 연애 감정을 가질 자도 꽤나 있어요.

당신은, 알고 있나요?
제 안에서, 당신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당신에게 위기가 다가온다고 느꼈을 때는,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을 정도로 불안했어요.

당신은, 눈치 챘나요?
당신을 잃어버릴 뻔한 걸로, 제가 당신에게 가진 감정이 존경에서 연모로 변한 것을....
아마, 모르겠죠. 당신은 매우 다정하고 멋진 분이지만, 조금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곤란한 버릇이 있는 것 같으니까요.

말로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것은 꽤나 불편하지만.... 지금은, 이걸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아직, 저도 확실히 전할 용기가 없어요.
그러니까, 조금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힘내는 당신을 보고, 조금씩 용기를 받으려고 해요.

그리고 저에게 한걸음 내밀 용기가 생겼을 때는, 이 마음을 당신에게 전하려고 합니다.

곤란하게도 라이벌은 많아 보이지만.... 당신에게 받은 말을 빌리자면, 도전하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아까우니까요.

그러니, 앞으로 조금, 저도 힘을 내 볼게요.

동경하는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도록....



지크의 독백


다음 화 : 수확제 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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