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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109화 : 연회가 시작됐어
폭풍전야라고도 할 수 있는 정적 속, 전왕과 크로노아씨는 조용히 서로를 노려봤다.
한 쪽은 마계의 정점인 육왕, 한쪽은 신계에 셋밖에 없는 최고신.... 둘 다 이 세계의 정점에 가까운 힘을 가진 존재.육왕과 최고신의 싸움 정도 되면, 그건 정말 천재지변 레벨이 될 거라는 건 나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무거운 침묵 속에서, 먼저 크로노아씨가 입을 열었다.
"애초에, 무슨 생각이냐 전왕. 너답지 않게.... 너는 강자와의 싸움을 원할텐데, 왜 미야마와 싸우고 싶어하지? 미야마는 잘 봐줘도 전투력이 높다고는 못 할텐데"
"아? 그런 건 보면 알지. 그녀석 전투력 따위 슬라임 정도일 거다"
"....아, 아니, 슬라임보다는 좀 더 세지 않겠냐..... 뭐 의미로 따지면 맞는 말이다만"
크로노아씨.... 커버를 쳐 줄거면 확실히 말해 주세요....
아니 역시 전왕도 내가 약하다는 건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왜 싸우자는 소리를 한 거지?
그런 내 의문에 대답하듯 전왕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함이란 건 전투력만으로 잴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나는 강한 녀석이 좋다. 별로 전투력에 한정된 게 아니야. 지력, 정신력.... 강함의 종류는 얼마든지 있다"
"....흠, 맞는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별로 카이토랑 치고박고 싸우자는 게 아니야, 싸운다면 당연히 저녀석에게 이길 가능성이 있는 조건으로 싸우지.... 그렇구나 '술 마시기'같은 건 괜찮겠군"
아무래도 이야기의 흐름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전왕은 별로 나랑 육탄전을 하고 싶은 게 아닌 듯, 술 시합을 예로 들었는데, 완력 같은 거 상관없이 승부할 생각인 것 같다.
전왕의 말을 듣고 안심한 것도잠깐, 전왕의 몸의 털들이 다시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다만, 네가 상대를 해준다면 이야기는 다르지! 잘 됐구나, 크로노아.... 너는 강하다, 싸우기에는 극상의 상대다!"
"!?"
"너와 싸우기 위해서라면, 그녀석들을 팰 생각이라는 것도.... 나쁘지는 않구나!!"
"칫, 전투광이...."
아무래도 크로노아씨의 등장은 오히려 전왕의 전의를 증폭시키는 결과가 된 것 같다. 전왕은 기쁜 모습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거기에 호응하듯 크로노아씨도 주먹을 쥐고, 지금 막 천지를 뒤흔드는 싸움이 시작되려고 했는데.... 왠지 먼저 전왕이 자세를 풀었다.
"....그러고 싶은데, 이번에는 그만두자"
"웬 일이냐, 대견스럽군.... 대체 무슨 심경 변화지?"
"뭐, 나도 싸우고 싶지 않은 상대라는 건 있단 말이야...."
왠지 전의를 죽인 전왕을 보고 크로노아씨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했더니, 전왕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나는 여기서 날뛰지도 않을 거고, 저녀석들을 다치게 하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째려보지 말라고.... '크롬에이나'"
"어?"
전왕의 말에 놀라 그 시선이 향한 방향을 보니.... 저택 옥상 위에 거대한 칠흑의 짐승이 있었다.
늑대를 닮은 풍모, 전신을 두른 검은 수정 같은 가시. 전왕과도 차이가 나지 않는 체구를 가진 거대한 마수.
그 마수는 잠시 전왕을 본 후, 전신을 검은 연기로 바꾸어 그 연기가 내 앞에 모여들더니.... 본 적 있는 쿠로의 모습이 되었다.
"....카이토군, 다치지 않았어? 아인한테 얘기 듣고 바로 왔는데...."
"아, 어.... 괜찮아. 아무렇지 않아"
"그렇구나.... 메기드"
"알았어. 나도 너 상대로 승산이 있다고는 생각 안 해, 안 날뛴다고"
쿠로가 앞으로 나왔더니 전왕은 바로 싸우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하고 털을 붉은 색으로 되돌렸다.
"다만, 크로노아와 싸우는 건 포기하지만.... 카이토랑은 싸울 거야!"
"....그건, 아까 말한 술 마시기?"
"그래, 물론 나와 카이토라면 체격도 차이가 있지. 그러니까 흠 그래.... 나는 카이토가 한잔 마실 때 10잔만큼 마신다. 그거면 대등하지?"
"....으, 으~음"
전왕은 내 10배 양을 마시면서 나와 술 마시기 대결을 하자고 하니, 쿠로도 곤란한 표정을 했다.
분명 그런 조건이라면 대등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별로 술을 잘 마시는 게 아니라.... 아니, 별로 안 이겨도 되나? 승부에 응하기만 하면 전왕은 돌아가줄테니 받아도 될지도 모르겠다.
"....미안, 카이토군. 받아주지 않을래? 메기드한테도 자존심이란느게 있으니 그냥 돌아가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서...."
"아, 응. 그건 상관 없는데...."
"미안. 혹시 메기드가 폭주하면 책임지고 내가 때려줄테니까"
"....그거, 나 죽는 거 아니야?"
뭐랄까, 기묘한 흐름으로 결국 전왕과 승부를 하게 돼버렸다.
결정 된 후론느 진행이 빨라 전왕의 부하가 순식간에 준비를 진행해서, 나와 전왕 앞에는 잔이 놓였다.
나는 그 사이에 쿠로에게 이타와 시타를 치료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리 적이었던 상대라도 다친 상태로 방치하는 건 좀 그래서.... 쿠로는 바로 내 부탁을 들어줘, 순식간에 둘 다 상처가 나았다.
기절한 상태이긴 하지만, 일단 이걸로 괜찮겠지.
"....명왕, 이 자리는 맡겨도 되겠나?"
"응. 괜찮아. 메기드는 내가 책임지고 보고 있을테니까, 크로노아짱 고마워"
"그럼러면, 나는 돌아가겠다.... 아직 일이 남아있어서 말이지"
아무래도 크로노아씨는 일이 있나 보다. 쿠로에게 이 자리를 맡긴다고 한다.
"크로노아님, 정말 감사합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리리아, 나는 네 편이다.... 내 힘으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말을 해라"
"....네"
여전히 멋있다.... 이 말만 들으면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대화 같다.
그리고 크로노아씨가 자리에서 사라져, 조금 후에 준비가 다 된 듯 전왕이 말을 걸었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고 카이토!"
"아, 네 전왕님"
"그런 딱딱한 호칭 하지 마라. 이제부터 승부를 하는 거니 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좋다"
"어, 그럼, 메기드씨라고...."
"그래!"
으~음 여로모로 특이하지만 올곧고 알기 쉬운 분이긴 하다.
호쾌하게 웃는 메기드씨를 따라, 잔을 앞에 두고 마주섰다.
내 잔은 일본풍 결혼식때 볼만한 크기인데, 메기드씨의 잔은 경차 정도로 크다.... 정말 이거라면 10배, 아니 그 이상은 될 거다.
"룰은 간단하다. 번갈아가며 술을 마셔서, 먼저 쓰러지는 쪽이 패배.... 좋아, 나부터 먼저 간다! 자, 따라라!"
"네!"
메기드씨의 말에 따라 부하가 술을 따랐다.
저 잔이라면 그야말로 나무통 하나 정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메기드씨는 그 엄청난 양의 술을 한번에 들이켰다.
"꿀꺽.... 푸하~ 좋구나! 좋아, 다음은 너다!"
"아, 네"
메기드씨가 한 잔 마시고, 나도 이어서 한 잔을 마셨다.... 억, 알콜 쎄!?
뭐야 이 술, 목이 아파!
아무래도 메기드씨가 준비한 술은 상당히 센 것 같다. 한 잔 마시기만 했는데 가볍게 취한 것 같은 감각이 든다.
이거, 승산 없는거 같은데....
"잘 마시는구나! 좋아, 쭉쭉 간다!"
"....어라? 그러고보니, 카이토군 시로 축복을.... 어라? 이거...."
그리고 계속 술 대결은 이어졌다.....
지금, 몇잔 마셨지? 분명 7잔째 정도인가?
처음 마실 때는 엄청 센 술이라고, 이거면 금방 취해 쓰러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아직 그런 느낌은 없었다.
"으, 너.... 하는구나.... 이 술은, 하나 마시면 드워프도 쓰러진다는 물건인데, 아직도 여유로워 보이잖냐...."
"아, 아니, 왠지 이상하게 안 취해서요...."
"그것보다, 이 승부 메기드한테 승산이 없지 않으려나?"
"아? 무슨 소리야 크롬에이나?"
이상하게 멀쩡한 나에 비해, 메기드씨는 슬슬 취기가 올라왔는지 조금 힘들어하고 있다.
그리고 어째선지 그 타이밍에 쿠로가 메기드에게 승산이 없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의아한 얼굴을 하는 메기드씨인데, 나도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냐면, 카이토군은 시로의 축복을 받았으니까.... 안 취해"
"....어?"
"뭐!? 뭐라고~!? 그, 그럼, 뭐냐!? 이녀석은 아무리 마셔도 멀쩡하다는 말이냐!?"
"응"
아무래도 시로씨의 축복을 받은 나는 술에 취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술이 아무리 세도 쓰러질 일은 없다는 거다.
그거, 술 대결이면 치트라는 레벨이 아닌데....
쿠로의 말을 듣고, 메기드씨는 멍하니 굳어버린 후.... 천천히 하늘을 바라보고 쓰러졌다.
"....아~ 젠장, 져버렸다~ 대단하구만 카이토, 내가 지다니 오랜만이야"
"네? 아니, 저기, 어.... 취하지 않는 건 제 힘이 아닌데요...."
"상관 없어! 빌린 거든 뭐든 그건 네 힘이고, 나는 너한테 졌다. 그것 뿐이다! 하하하, 이야~ 취하지 않다니 놀랍구만!"
"아, 어, 네"
벌러덩 누워 메기드씨는 바로 나를 칭찬하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정말 대쪽같은 성격이며 우직하고 흔들리지 않는 분이다.... 그러니 그런 삶의 방식을 따르는 부하도 많은 거겠지....
그리고 메기드씨는 잠시 즐거운 표정으로 웃은 후, 확 일어났다.
"좋아, 연회다!"
"....엥?"
"....메기드...."
"이봐, 뭐 그런 얼굴을 하냐. 우리는 싸우고 지금 승패가 가려졌지! 그럼 이제, 서로의 건투를 칭찬하며 연회를 할 수밖에 없잖아!!"
갑자기 연회를 하자고 말하는 메기드씨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었고 쿠로는 답이 없다는 표정을 했다.
"좋아, 너희들! 연회 준비를 해라! 째째하게 굴지 말고 최고의 술과 음식을 준비해! 나를 이긴 상대에게 최고로 화려한 연회를 대접하지 않으면 내 이름이 더러워진다!"
"....저기, 쿠로?"
"아니, 당황스럽긴 할텐데, 이런 녀석이야.... 싸우는 거랑 연회밖에 머리 속에 없거든"
"...."
상황을 못 따라가는 나를 내버려두고 메기드씨는 연이어 부하들에게 지령을 내려 연회 준비를 시작했다.
정말 억지스러운 분이다.... 근데, 여기 리리아씨 저택 정원인데....
"야, 거기 귀족!"
"ㄴ, 네!?"
"정원 빌린다!"
"아, ㄴ. 네!"
"좋아, 저택 안에 있는 녀석들도 전부 불러! 연회는 많을수록 즐거우니까!"
아, 제대로 허가는 받는구나.... 아니, 이미 꽤 늦은 것 같기도 한데.
어머니, 아버지――메기드씨는 뭔가 호쾌하고 우직하며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운 분이었어. 그리고 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연회가 시작됐어
술에 취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모든 상태이상에 면역인 걸로 추정됨
창조신의 축복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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