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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132화

레이빈 2017. 5. 20.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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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132화 : 이상한 놈일지도 몰라




철망에서 고기가 익어 향기로운 냄새가 퍼진다.
붉고 아름다운 고기는 마치 땀을 흘리듯이 육즙을 내뿜어, 그 광경이 식욕을 돋군다.

"우걱, 으음.... 아아아아! 카이토씨, 그 고기 제가 키운 건데...."
"아직 잔뜩 있잖아? 아니, 누구 돈으로 먹는 건줄 아냐.... 좀 사양한다는 말을 모르는거냐...."
"남의 돈으로 먹는 밥, 최고로 맛있어여!"
"확 그냥...."

지금 내 눈 앞에는, 평소대로 오페라 마스크를 쓴 아리스가 엄청난 기세로 고기를 먹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분명, 리리아씨 저택 정원에서 이야기가 일단락된 후 아리스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 따라오라길래 따라온 건데.
그러자 어째선지 저녁으로 고기를 사주게 됐다.... 진짜 왜 이렇게 된 거야?

"우적.... 거야, 보세여, 저는 카이토씨한테 충성을 맹세했잖아여.... 하음.... 즉, 제가 부하, 카이토씨가 상사. 이런 때는 상사가 사 주는 거에여!"
"...."

.... 이녀석. 뭔가 엄청 지 맘대로 말하기 시작했는데.
어이없긴 한데.... 뭐, 어차피 또 평소처럼 돈은 거의 없을테니, 어쨌든 나를 구해준데다 협력까지 요청한 입장이니 이 정도는 사 주자.

"....그건 그렇고, 이 세계에도 고기집이 있구나~ 역시, 과거 용자들한테서 전해진 거야?"
"네, 그런 느낌이네여. 물론 원래 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는 이쪽 세계에도 있었는데, 용자가 양념을 알려준 덕분에 한번에 메이저 요리가 됐어여"
"오, 역시, 이쪽 세계는 꽤 내가 있던 세계의 영향을 받은 거야?"
"....으~음"

내가 물어본 말을 듣고, 아리스는 한번 고기를 먹던 손을 멈추고 조금 생각하는 표정을 했다.

"카이토씨가 있던 세계랑 이쪽 세계.... 과학과 마법의 차이로 발전된 역사의 차이는 단순히 어디가 더 발전했다고 말하기 어려운데여.... 식문화에 관해선느 카이토씨가 있던 세계가 압도적으로 발달돼 있네여"
"....흠"

분명 이 세계에 있는 마법이나 마도구는 과학으로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고, 애초에 문화와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세계가 더 좋은지는 정할 수 없고, 정하는 의미도 없다.
다만 식사라는 한 점에 관해서는 내가 있던 세계가 더 나은 듯, 특히 식문화에 관해서는 과거 용자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뭐, 뭐든지 다 퍼진 건 아니지만여. 쌀이었나여? 그건, 뭐랄까.... 빵을 먹는 게 당연한 저희가 보기에는, 역시 뭔가 위화감이 있네여"
"그렇구나, 확실히 나도 빵만 먹으면 좀 그렇고, 그건 환경 차이가 있구나...."
"네, 뭐, 쌀은 용자들이 매우 기뻐해서 각 나라에서 소량은 배양하고 있지만여. 용자에게 좋은 인상을 얻는 건 그 나라의 스테이터스거든여~"
"응.... 그 마음은 잘 알겠어"

확실히 밥은 먹고 싶다. 나도 노인씨에게서 쌀을 받았을 때는 정말 감동했고.... 지금도 감사하게 먹고 있다.
그 때, 거기서 문득 아리스가 한 말을 듣고 어떤 것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까 아리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가여?"
"미츠나가군.... 이번 용자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

아리스는 전 세계의 정보를 쥐고 있는 환왕이니까 어쩌면 미츠나가군의 동향도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쿠스노키양이나 유즈키양이라는 동향인 아이들이 가까이 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지금은 어떻게든 즐겁게 보내고 있는데.... 미츠나가군은 어떨까?
역시 이것저것 문화가 다른 곳에서 혼자라는 건 외로울테고, 조금은 걱정도 된다.

"....카이토씨는, 정말 착하네여. 네, 뭐, 어느 정도는.... 잠깐 최근 정보를 모을게여"
"어?"

내 말을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은 아리스는, 딱 하고 손가락을 울렸다.
그러자 급사를 하던 여성이 이쪽 자리에 다가와, 어딘가에서 꺼낸 종이 다발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여기있습니다"
"수고했어여"

급사 여성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로 돌아갔다. 아리스는 받아든 종이를 펄럭펄럭 넘겼다.

"....저기, 아리스. 지금 저 사람은...."
"네? 아, 제 부하에여. 뭐, 제 부하는 어지간한 데는 다 있으니까, 이렇게 최신 정보를 바도 얻을 수 있어여"
"....아리스의 정체를, 저 사람은 안다는 거야?"
"아~ 아니여~ 제 부하에게는 전원에게, 제 마력에만 반응하는 마법구를 줘서, 지시를 내리면 제가 있는 장소가 전해져여"

세계 곳곳에 환왕의 부하가 존재한다.... 그 의미를 새삼 실감하고, 아리스의 대단함의 일부를 느낀 것 같다.
하지만 아리스는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잠시 자료를 지켜보더니 손에 든 종이를 어딘가로 없애고 나를 봤다.

"지금은, 알크레시아 제국 동부에 있는 것 같아여"
"....잘 지내고 있어?"
"네, 처음에는 엄청 기세등등했나 보지만여"
"....어?"

흥미 없다는 듯 말하는 아리스의 말을 듣고, 전에 유즈키양이 '기고만장 하고 있었다'고 한 말을 떠올렸다.
미, 미츠나가군.... 괜찮으려나?
그런 내 걱정을 알아챘는지, 아리스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왕궁에 소환됐을 당초에는 정말 왕이 된 기분이라고 해야 되나.... 제멋대로였대여"
"에에에...."
"노예는 없냐 하는 둥.... 정말이지, 어느 시대 인간인 건가여"
"...."

미츠나가군.... 아니, 뭐 분명 이세계물 라이트노벨 같은 데는 노예가 정석 중 정석이지만.... 이 세계에 노예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 그런 발언을 하면 안 좋게 보일 거다....
아니, 뭐 그래도,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나? 용자로서 국빈 취급으로 소환되어, 정말 라이트노벨의 주인공이 된 기분일테고,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려나?

"뭐, 처음에는 왕국 측도 쓴웃음을 지으며 주의를 하기만 했는데, 한동안은 안 나았대여"
"
그, 그렇구나.... 그래서?"
"보수제 조금 전 시기에, 심포니아 왕국 내 거리에서.... 동행하던 둘째 공주가 드디어 빡쳐서.... 알베르트 공작에게 직접 전수받은 싸대기를 날렸어여"
"에에에?! 자, 잠깐, 있어봐.... 리리아씨가 전수하다니.... 미츠나가군, 죽은 거 아니야...."
"....카이토씨한테 알베르트 공작은 무슨 존재인가여.... 뭐 이해는 가지만여"

아니 그게, 리리아씨 싸대기.... 아니, 실제로 리리아씨가 한 건 아니지만, 직접 전수한 싸대기잖아?
내가 리리아씨한테 진심으로 맞으면.... 아마 목이 날아갈 거다. 비유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날아가겠지....
그런 일격을 받고, 미츠나가군은....

"뭐, 그 일로 왕이 된 기분이 빠진 것 같네여. 행동이 개선되고 있대여"
"....그, 그렇구나.... 다행이다"
"그래서, 바로 3일 전이네여.... 용자는, 둘째 공주한테 프로포즈를 했대여"
"왜!?"
"아니, 아무래도 지금까지 부모가 애지중지 키운 것 같아서.... 한 대 맞았을 때 번개가 친 것 같다거나, 운명을 느꼈다거나 했다는 거 같아여"
"에에에에...."

미, 미츠나가군!? 설마, M인건가....
아, 아니 일단, 그건 놔두고. 취미나 취향은 각자 다르니까 내가 참견할 게 아니다.
그것보다 결과가 신경 쓰인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네, 그 고백을 받고, 둘째 공주는.... 한대 더 날렸대여"
"에에에에!?"
"뭐, 그래도 오늘도 같이 마을을 관광했다는 정보도 있고.... 사이가 나쁜 건 아닌 것 같지만여"

무슨 상황이야 그거!? 아니, 진짜 신경 쓰이는데.... ㅁ, 뭐, 미츠나가군도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건가?
일단 듣고 싶은 건 들었다.... 아니, 따로 듣고 싶은 건 많지만, 다른 사람의 연애 사정에 참견을 한느 건 좋지 않을테니 이 이상은 물어보지 말자.

"....어쨌든, 고마워 아리스"
"아니에여"
"그러고보니, 이제와서 그렇긴 한데.... 뭔가 나한테 말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아~ 그러네여. 어쩔까여? 으~음"

가장 처음의 용건을 떠올려 말했더니, 아리스는 팔짱을 끼고 애매모호한 느낌으로 끙끙거렸다.

"....그건, 다음에 할게여. 초조하게 해도 어쩔 수 엇ㅂ으니, 카이토씨도 오늘은 이것저것 있었으니까여...."
"....응? 뭐, 아리스가 그걸로 됐으면...."
"네.... 그럼, 그런 걸로, 더 먹어도 돼여!?"
"....맘대로 해라"
"아싸! 역시, 카이토씨, 멋져! 사랑해여!"
"...."

아까까지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 완전히 평소 모습이 된 아리스를 보고,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왜, 이런 바보가 육왕인거지?"
"어~이, 카이토씨? 마음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여. 완전히 다, 멋있는 목소리로 풀 오픈이에여!?"

시끄럽고 짜증나고.... 진짜 크로노아씨 말 대로다.
이런 녀석이, 세계에서 최강 클래스인 존재니까, 정말 엄청 특이하다.

어머니, 아버지――아리스에게서 미츠나가군의 근황을 들었어. 일단 건강한 것 같아 다행이야. 그리고 아리스는 여전히 특이하고 이상한 녀석인데.... 그런 아리스랑 같이 있는 걸, 이래저래 말하면서도 즐겁다고 느끼는 나도――이상한 놈일지도 몰라




불쌍한 용자군

넌 용자로 선택받았지만 정말로 선택받은 건 니가 아니다


지나가면서 위아래 있는거 눌러주시면 감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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