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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140화

레이빈 2017. 5. 2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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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140화 : 쿠로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어




밤, 완전히 익숙한 방에서, 나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으우우우우...."
"아니, 그러니까, 국왕도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 거야"

내 앞에서 다람쥐처럼 불을 부풀리고 있는 쿠로는, 납득이 안 간다는 눈을 하고 나를 보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됐냐 하면, 내일로 다가온 왕궁 방문 전에 쿠로의 심포니아 왕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완화해두려고 한 게 발단이었다.

나로서는 정말 전혀 신경 안 쓰고 있고, 사과도 필요 없는데.... 나라로서의 체면이나 여러가지 있다고 해서 왕궁으로 가게 됐다.
국왕의 사과는 그 때 받기로 하고, 가능하다면 다른 부분도 같이 해결하고 싶다.
그리고 그 문제 중 하나가.... 쿠로다.

루나마리아씨 얘기로는, 그 일 이후로 쿠로는 왕궁을 싫어하고 있다고 해서, 전혀 다가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국왕은 왕궁 내에서의 입장이 상당히 나빠졌다는 것 같다.
그걸로 오늘 평소대로 찾아온 쿠로에게 내일 국왕이 나에게 사과를 하면 그 일은 넘어가 줬으면 한다고 부탁한 결과가.... 지금의 이 표정이다.

"....나, 카이토 괴롭히는 국왕, 싫어"
"아니, 별로 괴롭힌 거 아니라니까. 봐봐, 급한 이야기였고 하니까, 준비를 못 했을 뿐이야"
"으으으으"

아무래도 나로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그 일에 쿠로는 매우 화가 난 듯, 좀처럼 납득해주지 않는다.
아니, 화를 내고 있는 건 전해지는데.... 겉보기로는 다람쥐가 먹이를 담아둔 것처럼 보여 긴장감도 전혀 없고, 그냥 귀여울 뿐이다....

"쿠로가 나를 위해서 화를 내 주는 건 정말 기쁜데.... 나는 그 일은 신경 안 쓰고 있기는 커녕, 오히려 왕한테 감사를 할 정도야"
"....감사?"
"아, 응. 봐봐, 국왕이 나한테 초대장을 안 보낸 덕분에, 나는 쿠로랑 바베큐 파티를 했잖아"

그렇다, 그게 내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 때 나는 야회에 가지 않은 덕분에 쿠로와 바베큐 파티를 하게 돼서.... 그 때의 대화 덕분에 앞으로 나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게 없었다면, 지금의 행복한 나날은 오지 않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가장 감사하는 건 쿠로지만, 계기를 만들어준 그 일도, 그렇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제멋대로인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 일로 쿠로가 왕궁에 차갑게 대하는 건 왠지 싫어...."
".....으우"
"그러니까, 이번엔 내 얼굴을 봐서라도.... 용서해 주지 않을래?"
"...."

내가 한 말을 듣고, 쿠로는 잠시 침묵한 후에 크게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카이토군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용서할게"
"고마워, 쿠로!""
"말해두지만, 카이토군 부탁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거야"
"응, 그래도, 정말 기뻐. 고마워"
"아으...."

국왕을 용서해 준다는 쿠로에게 감사 인사를 하니, 쿠로는 살짝 볼을 붉히고 곤란하다는 표정을 하며 침묵했다.
그런 쿠로에게 두근두근하면서, 나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쿠로, 나무의 달 30일은....예정 비어 있으려나?"
"어? 아, 응. 괜찮은데?"
"그럼, 그 날....저기, 그거, 쿠로랑 만난지 딱 3달째잖아?"
"으, 응. 그러네"
"그러니까 그런 건 아닌데, 저기, 그.... 뭐라고 해야 되나, 나, 나랑, 데, 데데, 데이트 해 주지 않을래?"
"....어?"

긴장해 엄청 말이 막히면서도, 어떻게든 데이트 초대를 할 수 있었다.
쿠로는 내가 한 말이 의외였는지, 큰 눈을 뜨고 금색의 눈동자를 나에게 향했다.

"어, 저기, 전에.... 다음에는 내가 초대한다고, 약속했잖아?"
"으, 응"
"그러니까, 그, 당일까지 에스코트 할 수 있도ㅈ록 이것저것 조사해 둘테니까.... 쿠, 쿠로만 괜찮으면....그...."

점점 목소리가 작아진다. 얼마나 긴장한거야 나는!? 사춘기 중학생이냐!?
엄청난 긴장으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 쿠로의 대답을 기다릴 때까지가 생지옥처럼 느껴졌다.

"....카이토군이, 나를 데이트에.... 에헤헤, 기쁘다"
"!?"

볼을 붉히고, 조금 고개를 숙이며 부끄러운 웃음을 짓는 쿠로는, 그건 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귀여워서,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정도로 심장이 뛴 것 같았다.
그리고 쿠로는 오른손과 왼손의 검지를 얼굴 앞에서 맞대며,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응. 나도, 카이토군이랑 데이트 하고 싶어"
"....아....그, 그럼...."
"응! 카이토군의 에스코트, 기대하고 있을게"
"....그래"

활짝 미소지으며 웃어주는 쿠로를 보고, 그 미소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행복에 감사하며 나는 확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아버지――내일은 왕궁에서 국왕의 사과를 받는데, 그건 그렇고.... 오늘은 지금까지 인생에서 상위에 들 정도로 용기를 쥐어짜서――쿠로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어.



















나무의 달 8일.... 심포니아 왕국의 수도에 있는 왕궁에서는, 지금 많은 사용인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왕궁에서 일한느 모든 사용인들이 오늘은 집결해, 국빈을 맞이하는 듯 철저한 대접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 왕궁에 카이토가 온다.
명왕과 친하고, 사왕, 계왕이라는 세계 최고의 존재와 관계가 있으며, 더욱이 창조신과도 아는 사이라는 경천동지할 소문까지 흘러들어온 이상, 만에 하나라도 무례하게 해서는 용서받지 못할 상황이었다.

국왕인 라이즈도, 해가 뜨기 훨씬 전에 일어나 카이토를 맞이하기 위해 지휘를 하고 있었다.
그는 그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카이토에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성심성의껏 사과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라이즈는 알현의 방에서 벌레를 씹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으로 눈 앞에 서 있는 인물을 노려보며, 쥐어짜내듯 목소리를 냈다.

"....어디서, 들었냐.... 암여우...."
"글쎄요? 무슨 일이신가요? 저는 그저 가까이에 볼 일이 있었는데, 모처럼 용자제의 회의라도 할 까 생각해서 성에 왔을 뿐입니다. 아, 늦어졌지만, 갑작스런 방문 죄송합니다. 라이즈 국왕 폐하"
"....이런 이런.... 일부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크리스 황제 폐하'...."

간소하지만 아름다운 의복을 입고 온화한 웃음을 짓는 크리스에게, 라이즈는 얼굴을 경련시키며 대답했다.

"정말이지, 설마 선약이 있으리라고는.... 나쁜 타이밍에 온 것 같군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간단한 회의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끝낼 수 있지요.... 크리스 황제 폐하도 얼른 나라에 돌아가셔야 하니까요?"
"배려 감사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급한 방문을 한 건 이쪽이니, 저 때문에 예정을 바꿀 수는 없지요. '선약이신 분과의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 그그, 그러십니까.... 그, 그럼, 방을 준비하지요"

온화한 웃음을 지은 채로 말하는 크리스의 말을 듣고, 라이즈는 화난 표정을 지으며 경련된 얼굴로 대답했다.
표정과 말 뿐이라면 평화로운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둘 사이에서 흐르는 분위기는 긴박하며, 부딪히는 시선은 불꽃이 튀는 것처럼도 보였다.

"아니요, 번거롭게 할 수는 없지요. 저는 '일개 방관자'로서 '방 구석에서 견학을 하고 있겠습니다' .... 기밀 내용은, 아니지요?"
"....이, 이런..... 암여우가...."

즉 크리스는, 라이즈의 사과를 알현의 방에서 견학한다고 말을 한 걸로, 라이즈는 드득 이를 갈았다.
처음부터 그걸 목적으로 온 것은 알고 있었는데.... 상대는 황제, 무례하게 내쫓을 수도 없다.
그런 라이즈에게, 크리스는 미소를 지은 채로 인사를 한 후 라이즈에게 등을 돌려 걸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라이즈에게서 거리를 둔 후, 라이즈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심하시지요, 그걸 보는 건 그저 하는 김에.... 미야마님과 만날 구실을 원했을 뿐이니까요.... 나라가 다르다는 것은 곤란하네요. 좀처럼 어필할 수가 없어요...."

웃음을 머금고 크리스는 살짝 볼을 붉혔다.

"미야마님....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도 편지에 답장을 써 주는 당신은.... 역시 멋진 남성분이에요"




플래그가 끝났다고 생각했나?

하하! 그럴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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