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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186화

레이빈 2017. 10. 2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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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186화 : 깊고 가까운 관계가 된 것 같아





갑작스러운 지크씨의 말... 한 사람의 이성으로서 나를 좋아한다는 고백. 솔직히 전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멍하게 돼 버렸다.

무슨 말을 해야만 할 텐데, 입은 기능이 정지된 듯 움직이지 않고, 사고도 전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지크씨의 진지한 눈동자, 눈을 피하지 않고 각오가 담긴 표정... 방금 한 말이 진심이라는 건, 이제 의심할 여지조차 없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있는 나에게, 지크씨는 조금 후에 표정을 풀고 쓴웃음을 지었다.

"...알고 있어요. 지금까지, 카이토씨가 저를 그런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건... 혼란은 당연하죠"
"...아, 아니, 저기"

분명 지크씨 말 대로, 나는 지금까지 지크씨를 연애 대상으로서는 의식하지 않았다.
그건 별로 지크씨에게 미력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뭔가, 나에게 있어 지크씨는... 동경하는 여성, 같은 존재였다.
다정하고 믿음직스러운 어른 여성으로, 높은 산에 핀 꽃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식으로 보고 있었던 거다.

"...대, 대체, 언제부터요?"

한심하게도, 입에서 나온 말은... 이야기를 질질 끄는 질문이었다.
그렇게 머리 정리가 전혀 안 된 나에게, 지크씨는 어딘가 여유가 느껴지는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명확하게 자각한 건, 보수제 때부터였어요"
"...그, 그렇게 전부터..."
"네. 하지만, 마음을 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아서, 시간이 걸려버렸어요"
"..."

뭐라고, 대답을 하면 좋을까? 모르겠다... 전혀 좋은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크씨는 대단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미소짓고 있는데, 나는 도무지...

"...곤란할, 뿐이죠?"
"...네?"

조금, 아주 조금 슬픈 듯한 목소리로 하는 그 말을 듣고, 지금까지 혼란해져서 좁아졌던 시야가 한번에 넓어졌다.
...지크씨, 손...떨고 있어?

"죄송해요. 갑작스러운 일로 혼란을 일으킬 뿐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 마음만은 전하고 싶었어요."
"...지크씨"
"대답은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재촉할 생각도 없어요. 다만, 마음 구석에라도... 기억하고 있어 주면, 기쁠 것 같아요"
"..."

그렇게 말하고 웃는 지크씨 얼굴은, 지금이라도 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크씨는, 그대로 나에게서 시선을 돌려, 내려뒀던 마도구를 정리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슬슬, 출발을――어?"
",,,자, 잠깐만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지크씨가 뻗은 손을 잡고 있었다.
뭔가를 의식한 건 아니다. 머리는 지금도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그것만은 확실히 알았다.

"...조금,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대답은, 여기서 할게요!!"
"!? ㄴ, 네..."

지크씨는 나에게 고백을 해 줬다. 내가 지금까지 지크씨를 그런 대상으로서 보지 않았던 것을 알면서, 그래도 용기를 쥐어짜내서 마음을 전해 줬다.
나에게도 쿠로와 아이시스씨에게 고백을 했던 경험이 있다.

쿠로 때는 정신이 없어서, 뒷 일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아이시스씨 때는, 아이시스씨가 나에게 호의가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이 돌아오기까지, 엄청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지크씨는 분명, 그 때 나 이상으로 불안한 마음으로 가득할 거다... 내 마음을 모르고, 대답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고백, 거기에는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혹시, 여기서, 지크씨의 상냥함을 이용해 대답을 보류하면... 나는 본명, 그대로 질질 애매하게 끌어버릴 거다.
그렇게 되면, 지크씨는 계속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지내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적어도 지금 내 마음에 있는 마음을 제대로 확인해 대답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다시 바라본 지크씨 앞에, 나는 천천히 눈을 감고 생각을 했다.
나는 지크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어떤 식으로, 앞으로 이 사람과 접해가고 싶은 걸까?

우선은, 지크씨를 존경할 수 있는 어른 여성이라거나, 높은 절벽의 꽃이라거나 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봤을 때.
좋냐 싫냐고 하면... 당연히 좋다. 지금도, 고백을 받은 것, 호의를 받고 있는 것 자체는 매우 기쁘다.

처음 만났을 때 지크씨는, 몸이 가늘고 슬렌더하며 얼굴이 아름답고, 쿨한 인물이라는 느낌의 인상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 사소한 곳까지 배려해주는 다정한 사람으로, 홍차를 타거나 요리를 하는 등, 그런 가정적인 취미를 가진 온화한 여성이었다.
리리아씨 저택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별로 호의적인 시선을 받지 못 했던 나에게, 기이한 시선을 보내지 않고 접해 줘서, 그게 기뻐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

보수제에서 돌아왔을 때는, 가끔 나에게 요리를 만들어 대접해 주거나... 시간이 남아 돌아 심심한 나에게 요리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이타와 시타에게 습격을 받았을 때는 제일 먼저 달려와 주고, 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 줬다.
벨을 키우게 된 이후로는, 동물을 키운 경험이 없는 나에게 여러모로 돌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일을 하는 사이에도 자주 도움을 줬다.

나, 바보구나... 이렇게 되돌아보면, 지크씨가 나에게 호의를 주고 있었던 건, 행동 여기저기에 나타났을 텐데,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지크씨의 상냥함을 받아들이기만 했다.
얼마나 둔감한거냐 나는...

지크씨와의 추억, 지크씨와 나눈 말, 지크씨의 마음, 그걸 하나하나 떠올리며, 나는 천천히 눈을 뜨고, 아름다운 은색 눈을 바라봤다.

"...지크씨"
"ㄴ, 네!?"
"솔직히, 잘 몰랐어요... 지크씨 말 대로, 지금까지 저는 지크씨의 호의를 모르는 채로, 지금 갑자기 생각해도, 결국 제대로 정리를 못 했어요"
"...무리도, 아니에요. 방금 말한 대로, 저는 안달 내지 않고―― "하지만!" ――"

조금 외로운 듯 고개를 숙인 지크씨의 말을 끊고, 나는 지크씨의 양 손을 감싸듯 잡으며 말을 이어갔다.

"지크씨를, 좋아하냐 싫어하냐 하면, 저는 망설이지 않고 좋다고 대답할 거에요!"
"!?"

그렇다. 스마트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멋진 대답 같은 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멋대로 붙여뒀던 지크씨에 대한 인식의 필터를 전부 떼어내도, 지크씨가 좋다는 마음은 확실히 있었다.

"엄청 제멋대로인 말이라는 건, 자각하고 있어요"
"..."
"하지만... 오늘, 이 순간부터, 지크씨를 한 사람의 이성으로서, 연애 대상으로서 보고, 접한다고 해서... 지금 이상 당신을 좋아하게는 돼도, 싫어하게 될 일은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어요!"
"!?!?"

그렇다. 정말 그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지크씨와 함께 걸어간다면... 나는 분명 지금보다 더 지크씨를 좋아하게 되겠지. 그리고, 싫어하게 될 리는 없다.
지크씨에게 고백을 받아 기쁘고, 지크씨를 지금보다 더 많이 알고 싶다. 더 좋아하고 싶다.
그건 이미... 하나의 마음, 명확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저기... 그러니까... 앞으로는, 연인으로서... 지크씨에 대해 더 많이 가르쳐 주세요. 저에 대해 더 많이 알아 주세요... 당신을, 지금보다 더 좋아하게 만들어 주세요"
"...ㄴ, 네!"

그게 내가 선택한 대답... 앞으로, 지크씨와 연인 사이가 되어 여러가지를 알고 싶고, 여러가지를 보고 싶다.
내 대답을 들은 지크씨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 눈에서 커다란 눈물을 흘렸다.

"...어? 어, 어라? 기, 기쁜데... 왜..."
"...지크씨"
"앗..."

행복하게 볼을 물들이며,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는 지크씨의 몸을, 살짝 끌어안았다.

"그, 둔감한 바보고, 미덥지 못한 남자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내. 저야말로, 겁쟁이에 미덥지 못한 여자지만... 잘 부탁드려요"

어쩐지, 지금까지보다 서로 한걸음 다가간 듯한... 마음의 거리가, 하나의 경계를 넘은 듯한 감각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지크씨를 끌어안고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지크씨와, 연인 사이가 됐어. 둔감하고 바보인 나는, 이제 겨우 발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해서, 앞으로 잔뜩 힘을 내야 될 것 같아. 하지만, 지금, 확실히, 우리 둘은 지금까지보다――깊고 가까운 관계가 된 것 같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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