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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45화 : 토크 스킬이 부족한 것 같아
하이드라 왕국에 온 지 하루가 지나 이틀째.
상당히 빨리 일어난 나는, 모처럼 일어난 김에 아침 산책이라도 나가려고, 아직 어두운 해변을 걸어가고 있었다.
역시 항구 마을이라 아침 일찍부터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 마을은 상당히 활기가 있다.
소란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소음을 들으며, 느긋하게 산책을 하다가... 조금 특이한 곳에 도착했다.
거기는 곳곳에 사람의 모습이 보이고, 다들 얇은 봉... 낚시대를 손에 들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는 낚시터인 것 같다. 젊은 사람부터 노인들까지 여러 사람들이 있다.
음, 낚시라... 바다낚시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재밌어 보인다. 기회가 생긴다면 해 보고 싶다.
"으어, 으으, 이건... 거물이구나!?"
"...응?"
"으윽, 아아... 거, 거기 젊은이! 잠깐, 도와주게나!"
"네? 아, 네!"
그 광경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는데, 시선 끝에 있던 백발 할아버지의 낚시대가 크게 흔들려, 할아버지는 필사적으로 그 낚시대를 당기는데... 아무래도 상당히 큰 게 걸린 듯, 고전하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겉보기에도 위험해 보여서, 나는 바로 가까이 달려가 할아버지를 도왔다.
"조, 좋아, 그럼, 영~차 하면 당긴다!"
"아, 네"
"영~차!! ...음, 역시 한 번에는 안 올라오는구나... 좋아, 한 번 더 간다!"
"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생각할 틈도 없이, 상당히 강한 힘으로 당겨지는 낚시대를 필사적으로 잡아, 할아버지와 호흡을 맞추면서 생선과 격투를 벌였다.
"이야~ 살았구먼. 고맙네, 젊은이"
"아, 아니요, 무사히 낚여서 다행이에요"
"그래, 이만큼 큰 건 오랜만이야"
생선과 격투를 벌이기를 몇 분, 어떻게든 낚는 데 성공한 생선은... 종류까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대단한 크기였다.
할아버지도 큰 걸 낚아서 기쁜 듯, 주름이 잔뜩인 얼굴로 미소를 지은 뒤 내 등을 툭축 쳤다.
음, 뭔가 에너지 넘치는 할아버지다.
"그런데, 으~음... 처음 보는 얼굴이구먼? 나는 여기서 자주 낚시를 하는데, 본 적이 없어... 관광인가?"
"아, 네"
"오오, 그래, 그렇구나. 운이 좋아 젊은이! 무려, 지금 이 마을에는 운명신님과 용자님이 와 계시니 말이네, 찾아 보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그, 그렇군요"
죄송해요 이미 둘 다 만났어요. 아니, 그거 뿐만 아니라 한쪽은 만나긴느 커녕 같이 왔는데...
아무래도 이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즐겁게 웃으며 줄줄이 빠른 속도로 말을 이어갔다.
"이야~ 그런데, 요즘 젊은이 치고는 좋은 얼굴을 하고 있구먼. 내 젊을 때랑 똑같아!"
"가,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일본인이세요? 아무리 봐도 이쪽 세계 사람인데... 라는 태클을 걸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그러고보니, 자네, 관광이라고 했는데 '의원'은 봤는가?"
"의원, 이요?"
"그래, 이 나라의 중심... 의회가 열리는 곳이지, 이 마을에 왔다면 한 번 보는 것도 좋다네"
"그, 그렇구나"
대단하다 이 할아버지, 얘기를 전혀 멈출 생각이 없다. 엄청난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게, 인생 경험에서 오는 기량인 걸까... 마그나웰씨도,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토크 스킬은 멈추지 않고, 더 말을 이어갔다.
"이 나라는 좋은 나라야, 우리 민중의 의견을 잘 들어주니 말일세"
"...그, 그래요?"
"그래. 이 나라에는 의회제로 정치가 돌아가고 있어. 평민에서 8명, 귀족에서 8명... 국민 투표로 선출돼서, 이 나라의 방침을 결정하는 거지"
"흠흠"
그렇구나, 아무래도 이 하이드라 왕국의 정치는, 우리 세계의 정치 형태랑 비슷한 것 같다.
국민 투표로 의원을 선발하고, 나라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정책 회의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의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국민의 인기를 중요시할 거고, 의원은 반드시 평민 귀족 반씩 선출되니까 다른 시점의 의견을 나눌 수 있다.
그러면 국민들에게 있어, 점점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는 거다.
물론 그걸로 전부 잘 되는 건 아니겠지만, 할아버지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국민들의 평가는 높다고 한다.
"의원은 다들 좋은 사람들이야... 허나, 이 나라의 왕은 안 돼"
"...네?"
"회의에 제대로 참가도 안 하고 놀러만 다닌다고 하네... 한탄스러운 일이지"
"...아, 네..."
...페이트씨 같은 왕이구나 하고, 그렇게 생각한 나는 나쁘지 않아.
"이제 이 나라 왕은 필요 없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젊은이여"
"네? 아, 아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 그렇지! 이야~ 젊은이가 잘 알고 있구먼!"
할아버지는 즐겁게 웃으며, 퍽퍽 내 등을 때린다... 좀 아프다.
그건 그렇고 정말 밝은 할아버지다. 이 대로라면 영원이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이런, 큰일이야... 관광을 방해해버렸네"
"아, 아니요, 귀중한 얘기를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끊는 말을 해서, 내심 한숨을 쉬었다. 아니, 나도 여러 얘기를 듣는 건 고맙지만, 아침도 안 먹었으니 슬슬 돌아가고 싶었다.
"호호호, 상당히 예의 바른 젊은이로구나... 나는 자주 여기서 낚시를 하니, 또 시간이 있으면 외로운 노인네 얘기 상대가 되어주게나"
"아, 네. 알겠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래, 그럼 잘 가시게"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유쾌한 토크 스킬에 압도되며,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에서 떠났다.
어머니, 아버지――이 세계에 와서 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상승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섣부른 생각이었어. 적어도 저 할아버지한테는 끝까지 압도돼서, 흘러가는 대로 따라갔어. 뭔가, 나는 아직――토크 스킬이 부족한 것 같아
카이토가 떠난 후, 노인은 다시 바다에 낚시대를 풀고 낚시를 재개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 타이밍에, 그 곳에 기사 갑옷을 입은 몇 명의 기사들이 다가왔다.
"...뭐냐, 벌써 들킨 건가... 당해내질 못하겠구먼"
"정말이지, 뭘 하고 계신 겁니까... '모습까지 바꾸셔서'..."
"휴식은 필요하지 않나, 참 내..."
다가온 기사의 말을 듣고, 노인이 크게 한 숨을 쉬는 것과 동시에, 노인의 몸이 빛에 감싸여 변해갔다.
생선 지느러미 비슷한 형태의 귀에, 마린 블루 색 단발, 머리카락과 같은 파란 색 눈의 키 작은 소녀의 모습으로 바뀌어, 소녀는 낚시대를 짊어지고 일어섰다.
"몇 번이나 말씀드립니다만, 왕성을 빠져나오시면 곤란합니다... '국왕 폐하'"
"하아... 나는 병풍이라도 상관 없다고 매번 말을 하는데... 뭐, 좋지 않은가, 나도 휴식이 필요하니. 운명신님이 오셔서 쉬지를 못 했으니, 조금은 너그러이 봐 주게나"
"...폐하의 휴식은 어제 오늘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랬나? 뭐, 좋지 않은가... 국왕이 심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힘으로 나라가 돌아간다는 것이니 말이야"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소녀... 하이드라 국왕은 일어나, 기사를 데리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나는 국정에 참견을 할 생각이 없어... 왕은 나라를 위해 있어야 하나, 나라가 왕을 위해 있어서는 안 되니까..."
"그렇다면 조금 더, 나라를 위해 성실하게 일을 해 주십시오"
"하하하, 나 같은 늙은 왕에게, 이제 와서 젊은이들에게 참견을 할 게 뭐 있나... 나라는 의원들이 움직이면 돼. 내 역할은, 그게 실패했을 때 '목을 내미는' 것 정도야. 다행이도 내 목은 아직 붙어 있으니 말이네"
"...정말 당신이라는 분은..."
"그것보다, 너희들도 너무하지 않는가? 참 내 '1000년 가까이' 국왕을 시켜 놓고, 언제까지 늙은이를 혹사시킬 건가? 얼른 은퇴하고 싶다만?"
하이드라 국왕... 머메이드족인 그녀는, 이 나라를 건국한 왕이며, 아직도 왕위를 이어가고 있는 베테랑이다.
물론 본인은 항상 그만두고 싶다고 입에 담고 있으며, 틈만 나면 왕성을 빠져나가 놀러 다니는 곤란한 왕이다만...
"그러시면, 혼인을 하셔서 후세를 낳아 주십시오"
"...으윽, 그런 소리를... 정사에 흥미는 없다만, 그렇다면 내 취향인 남자를 데려오게나. 재미 없는 남자는 싫다. 옅은 갈색 머리고 사람 착한 젊은이 말이야,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사람이 좋네. 키는 평균 정도라도 좋고, 별로 눈부신 미형이 아니라도 좋아"
"...왜 그렇게 구체적인 겁니까?"
"글쎄 말이다? 그런 상대라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네"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머메이드족 왕은 왕성으로 갔다.
그녀의 이름은... 라그나 디아 하이드라... 옛날 '초대 용자와 함께 마왕과 싸운 영걸'이며, 지금도 계속 영웅으로서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인계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호걸.
그 파란 눈에는, 우연의 만남에 대한 기쁨이 떠올라 있었다.
지금까지 이런 소설은 없었다
이것은 등장인물인가 공략대상인가
나오자마자 끝나고 시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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