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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50화 : 페이트씨의 나쁜 버릇이 나와버렸어
하이드라 왕국에 온 지 3일째. 하직 해가 다 뜨지 않은 마을 어떤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특별히 의무라는 것도 아니고, 오늘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어제 대화 상대가 돼 달라고 해서, 할아버지를 만났던 장소로 왔다.
뭐, 억지로 약속 잡힌 느낌이긴 하지만 나도 승낙을 한 거고, 그렇게 자주 하이드라 왕국에 오는 것도 아닐테니, 있는 동안에는 되도록 가 보자.
"응? 오오, 어제 본 젊은이 아닌가!"
"아,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하신가. 어때? 오늘도 내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겐가?"
"아, 네, 뭐..."
"오오, 그렇구만! 들었나? 무려 어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네"
여전히 머신건 토크...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말이 끊이지 않는다.
그것보다 그 사건이라는 거, 어제 습격이지? 거기 있었는데요.
"용자님을 노리다니, 황당한 행위라니까"
"그, 그러게요"
"그래! 정말 곤란하다고... 덕분에 나도 힘들... 크흠, 이 나라 의원들은 지금쯤 큰일이겠지"
"네? 그래요?"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꽤 아는 게 많은 건지, 정보통을 통해 어제의 사건에 대해서도 상당히 확실히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마을에서 습격을 당했다는 사실이 안 좋지~ 경비 체제도 정비해야 되고, 무엇보다 그 습ㄱ겨범은 지금 이 나라에서 잡혔으니, 이 나라에서 처벌하게 되는데... 어지간한 벌로는 납득이 안 될 테니까 말이야"
"..."
"무려 소문으로는, 운명신님의 기분이 매우 안 좋다네... 국왕도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고 해"
"그, 그런가요..."
...페이트씨. 좀, 다음에 만날 때 살짝 마음을 풀어줘야겠다.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아버지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음, 혹시 이 할아버지, 사실은 위원 중 한명이거나 그런 건가?
그렇다면 여러모로 정보를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납득이 간다.
"나라로서의 체면도 문제야... 정말 곤란하구먼"
"히, 힘들겠네요"
"정말이네... 적당히 처리하면 시끄러운 다른 나라 왕들이 불만을 늘어놓을 거고..."
"음?"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나라 사이의 체면도 있으니, 국왕도 의원도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한 것 뿐이네"
"아, 네..."
아무래도 조금 걸리는 말툰데... 역시, 이 할아버지는 의원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걸 숨기고 싶은 것 같다. 그러면 별로 물어보는 것도 미안하니 모른 척 하자.
"그러네요, 국왕 폐하나 의원님들도 나라를 맡은 몸이니 힘들겠네요"
"오오! 이해해 주는 겐가! 젊은이... 정말 힘들... 크흠. 아, 아니, 힘들 것 같네"
"..."
좀 더 잘 숨기지 않으실래요... 반응하기 힘드니까...
"애, 애초에 그래, 용자님을 습격하다니 괘씸하다니까... 정말, 내가 그 곳에 있으면 '부러뜨려'버렸을 것을..."
부러뜨리다니 뭘!? 아니, 대충 알겠는데, 상상하고 싶지 않다. 할아버지 꽤 전투파 성격인 건가? 이 세계 사람들은 겉보기로 판단이 안 되니까, 이런 모습이어도 엄청 강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는 일어서, 휙휙 낚시대를 돌려 바늘을 감았다.
"이런, 미안하구만 젊은이. 나는 조금 일이 생겨서, 이만 가 보지"
"아, 네. 바쁘신데 죄송해요"
"아니아니, 꽤나 즐거웠다고... 하지만, 어제 보고 오늘 또 성실히 찾아오다니, 저네도 상당히 좋은 남자구만"
"아, 네..."!"
여전히 엄청난 토크 스킬... 지금 자기가 얘기를 끝내려고 했는데, 이미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럼, 다음에 보자!"
"아, 네. 할아버지도 힘내세요"
"그래! 아, 그렇지... 오늘 13시부터, 의원 앞에서 용자님이 연설을 한다고 하네. 시간 있으면 가 보시게"
그렇게 말하고 호쾌하게 웃으며, 할아버지는 강한 발걸음으로 떠났다. 응, 역시 꽤 강할 것 같다... 적어도 나보다는 세겠다.
근데 미츠나가군의 연설이라... 모처럼이니 가 보자.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끝내고, 미츠나가군의 연설을 보러 가기로 했는데, 아직 시간은 빠르다... 우선 아침을 먹으러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방에 갔더니, 어째선지 내 방 앞에 하트씨가 있었다.
"...하트씨?"
"!? 미야마님! 다행이다... 죄송하지만, 저와 함께 와 주세요!"
"ㅇ, 왜 그러세요? 갑자기..."
냉정한 이미지가 있었던 하트씨는, 어째선지 매우 당황해하고, 나를 발견하자마자 달려와 같이 가 달라고 한다.
뭐지? 진짜 급한 것 같은데... 신족인 하트씨가 당황할 사태? 심지어 나한테 같이 가자니, 대체...
"우, 운명신님이 큰일이에요!"
"네? 페이트씨가!?"
"ㄴ, 네... 어쨌든 와 주세요!"
"아, 알겠어요"
하트씨가 말한 페이트씨가 큰일이라는 말을 듣고, 내 마음 속의 혼란은 더욱 커져갔다.
페이트씨가 큰일이라는 사태가 전혀 상상이 안 간다... 무려 페이트씨는 세계 굴지의 실력자이며, 내 도움이 필요한 사태가 되리라는 생각은 안 든다.
이번에는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고, 크로노아씨가 온 것도 아닐테고, 나한테 이상한 접촉을 한 것도 아니니까 크로한테 벌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닐 거다.
상황을 모르는 채로 혼란스러워하며, 하트시가 전개한 전이 마법으로 바로 이동했다.
그리고, 끌려왔는데... 도착하자마자, 하트씨가 뭐가 큰일이라고 했는지를 이해했다.
"우, 운명신님... 조금만 더 참으세요..."
"싫어어어어! 나는 일 잔뜩 했어!! 오늘은 여기서 한걸음도 안 움직일거야아아아아!!"
"..."
지금 내 눈 앞에는, 안절부절 곤란한 표정을 한 시아씨와, 거북이마냥 이불을 뒤집어쓴 페이트씨가 있었다.
아, 그렇구나... 즉, 그런 거구나..
"나 성실하게 했잖아! 오늘로 끝난다고 했잖아!!"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트러블이 있어서..."
"이제 싫어어어어어! 일 하기 싫어! 일 하기 싫어!!"
"..."
아무래도 요 이틀동안 일을 했는데, 드디어 페이트씨의 귀차니즘 스위치가 켜진 것 같다. 오늘 아침이 돼 일을 하기 싫다고 난리를 치기 시작한 것 같다.
하트시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어제의 습격 사건의 영향으로 원래 이틀로 끝날 회의가 끝나지 않아, 오늘까지 연정된 게 불만이란다.
"...그, 그렇게 된 거에요. 미야마님, 부디 힘을 빌려주세요. 저희로는, 저렇게 된 운명신님을 어떻게도 할 수가 없어서..."
"아, 알겠어요... 할 수 있는 만큼 해 볼게요"
하트씨가 나를 여기 데려온 건, 어떻게든 페이트씨를 설특해 달라는 거다.
확실히 말해 그건 상당히 난이도가 높지만, 하트씨와 시아씨의 말에는 전혀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시로씨한테 부탁하면 한방이겠지만... 강제 명령이라고 할 수 있는 그건 마지막 수단으로 두고, 우선 설득을 하자.
어머니, 아버지――이야, 실제로 평소 상태로 생각해보면 상당히 노력한 거 아닐까 싶어. 그리고 어렴풋이나마, 어쩌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페이트씨의 나쁜 버릇이 나와버렸어
티스토리 글 에디터 개편됐네
임시저장 플래시라 개불편했는데 속도 빠른 거 보니 바뀐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