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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51화 : 또 신계에 권유를 받았어
자, 지금의 심경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 눈 앞에 있는 건 등껍질에 발을 집어넣은 거북이인가, 아니면 전신 털을 가시처럼 세우고 위협하고 있는 고슴도치인가... 확실한 건, 지금 이쪽에 마음을 열 생각은 없다는 것.
생각해, 생각해야 된다! 페이트씨 성격상, 무조건 일을 하라고 해도 들을 리가 없다. 이상적인 건 자기 스스로 일을 하려고 하게 만드는 건데, 역시 난이도는 높을 것 같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말을 안 하면 해결의 실마리도 못 잡는다. 일단은 슬쩍, 자극을 하지 않도록...
"...페이트씨, 괜찮아요?"
"으, 으으... 카이짱..."
되도록 다정하게 말을 걸었더니, 이불 틈으로 눈물을 머금은 페이트씨가 힐끔 이쪽을 봤다.
아직 경계심은 가득이라고 해도 좋은데, 첫번째 미션은 페이트씨 얼굴을 이불에서 꺼내는 거다.
"...카이짱은, 나를 이 이상 고문하지 않을 거지... 나, 노력했지!"
"ㄴ, 네, 페이트씨는 힘낸 거 같아요"
"그치! 무려 이틀 연속으로 일을 했다니까! '과거 최고'야! 이제 충분하지!"
과거 최고가 뭐 이 모양이야!? 이 분은 정말 얼마나 일을 하기 싫은건지... 니트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이미 충분히 니트다.
아, 아니, 안 돼...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바로 미션 실패. 지금은 꾹 참고 페이트씨를 칭찬해 줘야지.
"그래요. 페이트씨, 힘 냈어요... 저는 일한느 걸 못 봤지만, 마을에 들어갈 때 페이트씨는 멋있었어요!"
"...그, 그래? 나... 멋있었어?"
"네. 진짜로... 평소 페이트씨도 귀엽고 좋지만, 진지한 페이트씨도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그, 그런가... 에헤헤... 그렇구나~"
솔직히 너무 과장스럽게 띄워줬나 싶었는데, 페이트씨는 기쁜 듯 부끄럽게 웃으며 이불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좋아! 제1관문 돌파... 어떻게든 얼굴을 내밀어 줬고, 조금 경계도 옅어진 것 같다.
하지만 안 된다. 여기서 우쭐해져서 선을 넘으면 역효과, 아직, 아직 들어갈 때가 아니다... 천천히, 이쪽의 사거리 안으로 끌어들인다.
"저는 일을 하는 페이트씨도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페이트씨는, 이제 일 하기 싫죠?"
"응. 이제 싫어~ 나는 뒹굴뒹굴하고 싶어. 일 재미 없어..."
"그쵸. 페이트씨는 최고신이니까, 아무래도 일이 많아지겠죠... 심지어, 그게 연장되다니 너무하죠"
"정말 그렇다니까! 어제로 끝날 예정이었는데!! 나는 잔업이라는 말이 너무 싫어!"
계속 페이트씨를 긍정해서, 나는 페이트씨의 편이에요 하는 어필을 하고 있었더니, 조금씩 페이트씨는 내 이야기를 받기 시작했다. 좋은 흐름이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가야 된다.
우선 페이트씨의 마음을, 일을 해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정도까지는 회복시켜야 한다.
페이트씨는 타인에게 거의 흥미가 없다고 했으니, 의원들이나 시아씨, 하트씨가 곤란해한다거나 그런 흐름으로는 마음은 움직이지 않겠지.
그럼, 어떡할까... 페이트씨에게 매우 즐거운 일을 조건으로 꺼낸다!
"근데, 페이트씨. 하나만 떠올려 보세요"
"...뭐?"
"페이트씨는, 이 일이 끝나면, 저랑 데이트해 줄 거죠?"
"으, 응. 그런데?"
이제와서 데이트는 어쩔 수 없다. 확실히 말해 먹이 없이 움직일 분은 아니고, 교섭 재료로서 이 정도 교섭은 필요 경비다.
"역시 모처럼 데이트를 하는 거니까, 즐기고 싶잖아요?"
"그야 물론..."
"근데, 저는 속 좁은 인간이라... 분명 마음에 걸릴 거에요"
"...어?"
어디까지나 페이트씨가 나쁘다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조금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을 안 한 걸로, 페이트씨가 크로노아씨한테 혼나면 어떡하지 하고... 분명, 저는 데이트 하는 중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거에요. 페이트씨처럼 확실히 전환이 되면 좋을텐데, 저는 어려울 거 같거든요"
"...카이짱"
"그러니까, 좀 무서워요. 엄청 기대했는데, 정말 기대한 페이트씨랑의 데이트를, 어쩌면 저는 진심으로 즐기지 못하지 않을까 하고..."
"..."
거짓말은 안 했다. 좀 과장하긴 했지만... 어쨋든 페이트씨랑 외출을 하는 건 재밌을 것 같고, 기대가 된다는 건 진심이다.
그리고 페이트씨가 일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그걸 신경쓸 거라는 것도 사실.
"카, 카이짱은... 나랑 데이트, 그렇게 기대했어?"
조금 과장스럽게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며 말하자, 페이트씨는 천천히 이불에서 상반신을 꺼냈다.
왔다!? 호기!! 여기가 들어갈 타이밍이다! 한번에 뒤집는다!
"네... 사실, 데이트 때 페이트시한테 줄 '선물'까지 준비했거든요"
"선물!? 카이짱이, 나한테!?"
...죄송해요, 이건 거짓말이에요. 하, 하지만, 페이트씨가 일을 하러 간 다음, 달려가서 사면 거짓말이 아니니까 문제 없다.
"네. 저는 페이트씨랑 최고의 데이트를 하고 싶거든요. 저도 페이트씨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으, 으으..."
"그러니까, 페이트씨. 오늘만은, 저를 위해서 조금만 노력해 주시지 않을래요?"
"으, 음... 어, 어떡하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좋아, 좋은 흐름이다... 조금만 더, 앞으로 하나 결정적인 카드가 필요하다.
하지만, 데이트에 관해 이 이상 뭘 더하는 건 어렵고, 그 이외로 뭔가, 뭔가 없나?
그, 그래...
"혹시, 페이트씨가 일을 하고 지쳐서 돌아오면... 어, 마사지같은 거 괜찮으면 하실래요?"
"마사지!? 카이짱이, 나를 만져주게!?"
"ㄴ, 네, 뭐... 어디까지나, 마사지지만요..."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변환된 것 같지만, 내가 제안한 진지하게 일을 하고 오면 마사지를 해서 피로를 풀어주겠다는 말은, 예상 이상으로 페이트씨의 흥미를 이끈 듯, 페이트씨는 덮고 있던 이불을 차고 일어났다.
"...어, 어쩔 수 없구나... 미래에 카이짱한테 부양을 받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선행 투자를 해야 되니까... 카이짱을 위해서라면, 뭐, 조금만 힘 내도 될까..."
"가, 감사합니다!"
"후후후, 조~아써! 의욕 난다! 그럼, 얼른 끝내고 올게!!"
"아, 네. 다녀오세요"
아무래도 무사히 페이트씨의 의욕 스위치를 켠 것 같다. 페이트씨는 엄청난 속도로 방에서 뛰어나갔다.
뭔가 여러모로 과장된 느낌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미션 클리어인가?
아, 그런 생각으로 페이트씨가 나간 방향을 보고 있었더니, 갑자기 뒤에서 양쪽 어깨에 손이 놓였다.
"...어? 시아씨? 하트씨?"
"...얼마 필요해? 월급은 부르는 대로 주고, 대우도 보장하지"
"...운명신님을 일하게 만든다... 얼마나 희소하고 멋진 재능인가요. 그걸 썩힐 수는 없습니다!"
"어? 네?"
꽉 나를 잡으며, 시아씨와 하트시는 엄청 힘이 담긴 눈을 나에게 향했다.
그것보다, 시아씨랑은 처음 눈이 마주쳤다.
"...여차하면, 운명신님 부하 중에서 네가 No2라도 좋다"
"네! 최고의 대우로 모실테니! 부디 신계로!!"
"..."
그건 매우 절실며 비애가 가득한 탄원이었다... 페이트씨... 당신 얼마나 부하한테 일을 더넘긴 건데요? 시아씨는 눈이 충혈됐는데?
어머니, 아버지――뭔가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구체적으로는 최고신 중 한명에게 같은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 정말 페이트씨에 관해서는 다들 고생을 하고 있는 듯――또 신계에 권유를 받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