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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65화 :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위화감 자체는 훨씬 전부터, 가끔 얼굴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확실히 드러난 건, 에덴씨가 떠난 후였다.
"...카이토씨. 죄송해여. 조금, 지친 것 같아서... 데이트는 나중에 다시 해도 될까여?"
"어? 아, 그래... 괜찮아?"
에덴씨가 떠난 후, 아리스는 얼굴에 쓴웃음을 지으며 그런 말을 했다.
말의 내용 자체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리스는 방금 전까지 강대한 존재인 에덴씨와 진심으로 싸웠으니, 지치는 것도 당연하지.
하지만, 뭔가... 가슴 속이 요동치는 듯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이 있었다.
"아하하, 완전 괜찮아여! 그냥, 스페셜한 아리스짱도 피로가 쌓일 때가 있거든여"
"그, 그렇구나..."
뭐지? 아리스는, 웃고 있는데... 왜, '우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생각해보면 아까도 그랬다. 아리스는 엄청 화를 내고 있는데, 뭔가 나한테는... 무서워서 떠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명확히 어디가 이상하다고는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럼, 분체를 호위로 붙여 놓고... 가 볼게여"
"...그래"
짧게 대화를 마무리짓고 가는 아리스를 불러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거기서, 아리스의 발을 멈추게 할 만한 말이 없었다. 아리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을 재인식하고,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리스는 나에게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친구... 악우 같은 거다. 갑자기 나타나 내 발언에 맞장구를 쳐 주거나, 장난을 치거나... 그런 광경이, 어느샌가 당연한 것처럼 돼 있었다.
나는 아리스를 안다고 생각했다... 아니, 안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리스는 자신의 과거를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명확한 벽이 있는 듯해, 발을 들이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것 같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리스는 처음 격정을 겉으로 드러냈다. 그 때 아리스의 얼굴이, 계속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아... 마음 아플 정도로, 나에게 한 가지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나는 아리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게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았을' 뿐 아닌가 하고...
아리스가 나한테 호의적으로 대해 주고, 미소지어주고... 그것만 보고, 안다고 생각하고, 알려는 노력을 피하고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그 때... '왜 아리스가 냉정함을 잃고, 화를 냈는지'조차, 몰랐으니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적어도, 나는... 저렇게 슬픈 등을 보이며 가는 아리스에게, 배려심 있는 말 한마디 걸지 못하는 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손님 하나 없는 잡화점에 돌아가, 그 문에 CLOSE 팻말을 걸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 아리스는... 벽에 '떨리는 손'을 댔다.
"...내가, 어설펐어. 처음 전이 마법... 완전히 방심해서 허를 찔렸어... 혹시, 녀석이 카이토씨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나는... 나는..."
떨리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아리스는 공포에 두려워하듯 전신을 떨었다.
허공에 사라져가는 목소리는, 한탄의 통곡... 최악의 미래에 두려워하는 소녀의 외침이었다.
"...싫어... 이제, 그런 감정은... 절대로..."
아리스는 비통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눈물을 흘리며 살짝 어두운 공간을 바라봤다.
"...뺏기지 않아... 카이토씨에게 해를 끼치는 녀석은... 전부 죽인다... 뺏기지 않아... 뺏기지 않아... 카이토씨를... 잃지 않을 거야..."
그건,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고통스러워하며, 한탄하며, 그래도 손을 놓지 않겠다, 놓고 싶지 않다... 그런 마음은, 봐 주지 않고 아리스의 마음을, 자비 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
"...아파... 나는, 어떻게 하면 되지? 이리스... 이리스... '당신이 건 저주'는... 어떻게 하면... 이제, 모르겠어... 대답좀 해... 파트너"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에 대답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저 조용한 어둠 속... 훌쩍거리며 우는 소녀의 목소리만이 울렸다.
"...미안. 그거에 관해서는, 나도 별로 힘이 못 될 것 같아"
"...그렇구나"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 나는 일단 아리스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계속 숨겨온, 발을 들이지 않았으면 해 하는 주제를 본인에게 물어보는 건 꺼려졌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물어보자고 생각해, 일단 처음 도움을 구한 건 쿠로였다... 하지만, 쿠로는 내 얘기를 들은 후,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샤르티아에 대해서는 잘 몰라... 아니, 어느 정도는 알지만, 이해를 잘 못 했어"
"이해를 못 했다고?"
가족이며 오래 알고 지낸 쿠로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물어봤지만, 쿠로는 아리스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해를 못 했다고도...
"내가 샤르티아를 처음 만났을 때 인상은... 엄청 뒤죽박죽인 애라고 생각했어. 전투 기술 같은 건 엄청나서 상당히 싸움 경험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힘을 제대로 못 다룬다고 해야 되나, 힘에 휘둘리는 느낌이었지... 마치 '갑자기 강해져서' 힘을 쓰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았어"
"..."
"뭐, 그래서 연습을 같이 하면서 조언을 해 주고 친해졌는데... 뭐라고 해야 될까? 위화감이 있었어"
"위화감?"
쿠로도 아리스의 과거를 잘 아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쿠로가 본 아리스의 인상을 가르쳐주려는 듯, 찻잔에 들어 잇는 커피를 마시며 말을 이어갔다.
"응. 샤르티아는 엄청 밝고 힘이 넘치는데... 뭘까? 나도 잘 표현이 안 떠오르는데, 마치 '샤르티아'라는 역할을 '연기하는' 느낌이라, 막연하긴 한데 진심으로는 웃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그래도, 그걸 안 건 엄청 최근이지만"
"...어?"
"위화감 자체는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막연한 느낌이기만 했는데... 그게 확실하게 드러난 건, 카이토군이 나타나고 나서야"
"내가 나타나고 나서?"
"응. 잘 설명은 못 하겠지만... 뭔가 달라. 우리랑 있을 때랑, 카이토군이랑 있을 때가..."
쿠로도 아리스의 과거를 모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추측으로 말을 하는 거지만... 쿠로가 말하기로는, 아리스는 쿠로와 대화를 하고 있을 때와 나와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상태가 다르다고 한다.
나는 아리스가 별로 다른 사람이랑 대화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그 위화감은 못 느꼈지만... 오래 알고 지낸 쿠로가 말을 하는 거니 아마 틀림 없을 거다.
"지금까지 계속 본심에 얇은 막을 씌워 놓고 누구보다 냉정했던 샤르티아가, 카이토군 일이 되면 가끔 엄청 감정 표현을 하게 됐어"
"..."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샤르티아는 카이토군을 잃어버리는 걸 엄청 무서워하는 것 같아. 하지만, 왜 샤르티아가 카이토군한테 그렇게까지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 지금까지 샤르티아랑은 전혀 다른 느낌이라서..."
"..."
"내가 아는 건 이 정도... 별로 힘이 못 돼서 미안해"
"아니, 고마워. 도움이 됐어"
결국 자세한 건 아직 모르지만... 하나 확신한 건 있다.
아리스에게서 느껴졌던 위화감, 그 때 에덴씨에게 보였던 격정... 그 답을 알기 위한 열쇠는, 역시 아리스가 숨기는 그녀의 과거에 있다는 것.
하지만, 그걸 알아내는 건 어렵다... 쿠로조차 모르는 걸, 달리 누가 알까?
마음을 읽는 시로씨라면 알고 있을까? 아니, 정말 왠지 모르겠지만, 아리슨느 시로씨한테도 마음을 안 읽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아리스가 자발적으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법한 상대... 페이트씨는 어떨까? 아리스와 페이트씨는 사이가 좋은 것 같으니까, 페이트씨라면 아리스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 아버지――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리스의 일면을 보고, 정말 나는 아리스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걸 실감했어. 그래서, 지금 아리스에게 말을 걸기에는, 일단 아리스에 대해――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신계 상층, 셋 있는 최고신의 신전 중 하나... 시공신의 신전. 그 집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크로노아 앞에, 운명신 페이트가 나타났다.
"시공신, 잠깐 시간 돼?"
"운명신인가... 뭐냐? 이세계 신의 방문으로 안 그래도 바쁘다. 급한 용건 아니면..."
"나, 잠깐 인계에 갔다 올게"
"...뭐? 자, 잠깐, 장난 치지 마라. 바쁘다고 했잖냐! 네녀석 앞에도, 대량의 일이..."
"이미 다 끝났어. 자, 이걸로 전부지"
"...뭐라?"
인계에 갔다 온다고 하는 페이트의 말을 듣고, 크로노아는 그걸 평소의 농땡이라고 생각해, 분노를 얼굴에 띄우며 질책하려고 했는데... 직후에, 페이트는 대량의 서류를 크로노아 책상에 뒀다.
페이트가 자주적으로 일을 한다... 평소라면 절대 없을 그 광경에, 크로노아는 정신을 놓고 여러 장의 서류를 손에 들고 훑어봤다.
"...화, 확실히... 전부 제대로..."
"그럼, 문제 없지. 나는 인계에 갔다 올게. 중요한 용건이니까, 방해 하지 마? 그럴려고 일부러 일 같은 개 귀찮은 걸 한 거니까..."
"...그, 그래... 부여받은 일이 끝난 이상, 문제는 없다... 다만, 대체 무슨 일이냐? 네가 일을 하면서까지 가려는 용무라니..."
"..."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며, 조용히 중얼거리는 크로노아를 한 번 보고, 페이트는 등을 돌려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 앞에서 한 번 멈춰서,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별로 아무것도 아니야. 별 것도 아닌 걸로 우물쭈물 고민하는... '바보같은 친구'를 한 대 치러 가는 거 뿐..."
아리스 루트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