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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66화 : 아리스와 마주보자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행동은 빠를 수록 좋다니까, 나는 바로 신계 상층까지 찾아갔다.
목적은 물론 페이트씨에게서 아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인데, 세상사 그렇게 잘 흘러가지 않아, 페이트씨 신전에 방문했는데 유감스럽게도 페이트씨는 없었다.
이렇게 되니 곤란하게도, 페이트씨가 갈 만한 장소가 상상이 안 가는데다, 혹시 일을 내팽개치고 도망갔다면 찾는 건 어려울 거다.
허밍 버드로 연락하려고 해도, 페이트씨는 크로노아씨 대책으로 특수한 결계를 치고 있어, 허밍 버드로 연락을 받지 않도록 해 뒀다고 해서, 몇 번 날려봤지만 허밍 버드는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 페이트씨가 어디 있는지 알 법한 분... 크로노아씨의 신전을 방문했는데... 거기서 놀라운 말을 들었다.
"아, 운명신이라면 '일을 끝내고' 인계로 나갔다"
"아, 그래요... 네? 일을... 끝냈다구요?"
뭔가 지금 크로노아씨 입에서, 페이트씨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 들려온 것 같다.
아니, 잘못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 페이트씨가 일을 끝내다니... 미안하지만 믿을 수가 없다.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도 반신반의했다만... 확실히 전부 끝냈다"
"...대, 대체 무슨 일이에요?"
"모르지. 인계에 용무가 있다고 했는데, 목소리가 작아서 자세히는 못 들었다"
크로노아씨는 놀라는 나에게, 자신도 놀랐다면서 페이트씨가 어디 갔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큰일이네... 정말 페이트씨는 어디 간 거지? 일을 끝내서까지 갈 곳? 상상도 안 간다.
"...뭔가 운명신에게 할 말이 있냐?"
"네? 아, 네... 사실..."
물어보는 크로노아씨에게, 나는 조금 생각난 게 있어서, 이번에 페이트씨를 찾는 일에 대해 사정을 설명했다.
"...흠, 그렇군"
"네. 그래서, 크로노아씨는 뭔가, 아리스의 행동에 대해 짐작이 없으신가요?"
이야기를 다 들은 크로노아씨는 팔짱을 끼며 뭔가 생각한느 표정을 한다.
그런 크로노아씨에게, 나는 아리스에 대해 뭔가 짐작 가는 게 없나 물어봤다.
"...왜, 그걸 나에게 묻지?"
"어... 크로노아씨가 전에, 환왕에 대해 주의하라고 했을 때, 아리스를 시끄럽고 짜증난다고 하셨잖아요? 그건, 짜증난다고 느낄 정도로는 아리스랑 대화를 했다는 거 아닌가요?"
"...흠. 잘 짚었군... 허나, 아마 네가 기대하는 답은 안 나올 거다. 그래도 좋다면, 조금 설명을 해 주마"
"부탁드립니다"
크로노아씨가 아리스와 나름대로 친분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서 물어보자, 크로노아씨는 감탄한 듯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아리스와의 관계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말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다만, 환왕은, 자주 나에게 찾아오지"
"..."
"운명신을 만나러 온 김에, 적당히 이유를 붙이긴 했다만... 별루 뭔가 용무가 있어서는 아니고, 별 볼일 없는 잡담... 아니, 녀석이 일방적으로 이것저것 말을 했지"
으~음. 무슨 소리지? 크로노아씨 말대로라면, 별로 아리스랑 사이가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리스가 크로노아씨를 만나러 온 것 같다.
내가 아는 한에서 별로 접점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아리스는...
"나도 한 번 신경이 쓰여서 물어본 적이 있다. 왜 너는 나에게 자주 말을 거느냐? 하고"
"...그래서요?"
"녀석은 중얼거리듯이 '말투가, 비슷해서여" 라고만 말하고, 그 이상은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래서, 나도 누구와 비슷한지는 모른다. 미안하구나, 별로 힘이 될 것 같지 않다"
"아니요, 감사합니다. 참고가 됐어요.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것저것 물어볼게요"
조금 걸리는 내용이긴 했지만, 확실히 크로노아씨 말 대로 지금 상황의 해결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다른 데 찾아가서 물어보자. 아직 가족인 육왕 분들이나, 아인씨도 있으니, 그쪽에 말을 걸어 보면 어느 정도는 정보가...
"...미야마"
"네, 왜 그러세요?"
"...'너 답지 않은 것' 아니냐?"
"...네?"
페이트씨가 없으니 다른 수단을 생각하던 나에게, 크로노아씨가 조용한 목소리로... 나 답지 않다고 했다.
크로노아씨의 붉은 눈동자가 조용히 나를 비추고 있고, 그 분위기에 살짝 압도당하고 있을 때, 크로노아씨가 조용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빙빙 둘러서 주위에서 정보를 모아, 바깥을 메우고... 그건, 너 답지 않은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너는 언제나 우직하고 올곧고 진지하게 마주보고 있었지... 그게 너의 미덕 아니냐? 익숙하지 않은 수단을 강구하면, 헛수고를 할 뿐이다"
"...크로노아씨"
답지 않다, 그건 지금까지 네가 해 왔던 방법이 아니잖냐? 그런 식으로 다정하게, 날카롭게 크로노아씨의 말이 마음에 울린다.
"무서운 건 알겠다. 녀석과의 지금 관계가 좋으니까, 그게 바뀔 것 같아서 좀처럼 마음 먹고 행동하기가 힘든 것이지? 하지만, 그건 의미 없는 고민이다"
"..."
"너는 이미 녀석의 마음 깊은 곳에 발을 들이겠다고 결정했을 터... 그렇다면,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거기에 도달하겠지. 대치하는 상대도, 물어볼 내용도 같다... 이 이상은, 말 하지 않아도 알겠지?"
"...네"
크로노아씨의 말은, 너무나도 정확했다.
아리스에 대해 알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건, 아리스한테 물어보는 게 제일 좋은 게 당연하다.
아리스가 솔직히 대답 해 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정보를 모은다고 해도, 결국은 아리스와 대치하지 않으면 더 진행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이 너무 발을 들여서 좋은 내용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리스가 말해주기를 기다린다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기다리기만 해서는 바뀌지 않는, 내가 행동을 하지 않고 발을 들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나는, 아리스가 끌어안고 있는 비밀은...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확실히 크로노아씨 말 대로... 이런 건 나답지 않을지도 모른다. 실패할 생각은 없다만, 무모하게 달려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처음부터 신계가 아니라 아리스한테였던 거다.
"...좋은 눈이다. 작게ㅐ나마, 나도 잘 되도록 응원해 주마"
"네! 감사합니다!"
든든한 크로노아씨의 응원을 듣고, 나는 천천히 각오를 했다.
아리스 본인에게서, 그녀가 가진 비밀을 들어낼 각오를...
어머니, 아버지――나는 솔직히 별로 똑똑하지 않고, 스마트한 방법으로는 무리일 것 같아. 그럼, 간단하지.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했던 대로, 무엇보다 나 답게――아리스를 마주보자.
해가 저물기 시작해, 살짝 어두워진 잡화점 안. 어두운 표정으로 카운터에 엎드려 있는 아리스 귀에, 열쇠를 걸어놓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이~ 샤르땅!"
"...페이트씨?"
들려온 목소리에 살짝 얼굴을 든 아리스인데, 찾아온 게 페이트씨라는 걸 알고는, 다시 얼굴을 카운터에 걸쳐둔 팔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런 아리스를 보면서, 페이트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카운터에 다가갔다.
"...죄송해여. 오늘은 차를 마실 기분이..."
"아아, 응. 문제 없어~ 별로 차를 마시러 온 거 아니니까..."
"...네? 어라? 페이트씨, 왜 '결계'를... 아니, 왜 눈이 금색으로..."
"뭐, 일단... 영차!!"
"커억!?"
입가가 풀어진 그대로 갑자기 가게 안에 결계를 편 페이트에 반응해, 아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들자... 페이트의 눈은 금색. 그녀가 진심을 낼 때의 눈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 걸 물어보려 한 아리스의 안면에, 기합 소리와 함께 주먹이 박혔다.
최고신인 페이트의 일격을 받고, 아리스는 마치 핀 볼처럼 튕겨나가, 가게 벽에 부딪혔다.
원래라면 벽에 구멍이 뚫렸겠지만, 그 부분을 제대로 결계로 보강 완료 상태였다.
"...뭐....가...갑자기 뭐하는 거에여!?"
"으~응. 뭐, 그 있잖아. 그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대충 알겠지만 말이야, 진짜, 정말 별 거 아닌 걸로 우물쭈물 고민하다니... 소녀냐 너는!"
"...소녀에여!! 미모 전성기인 가련한 소녀..."
"풉"
"보자마자 때리더니 코웃음을 쳤어!?"
아리스의 항의도 어디서 개가 짖나 하고 넘기며, 페이트는 몇 번이나 주먹을 울리면서 천천히 발을 뒤로 빼고 자세를 잡았다.
"뭐, 몸 움직이면 머리도 식겠지... 그러니까, 얼른 각오해. 샤르땅"
"자, 잠깐만여! 대체 왜..."
"셔럽!! 질문, 불만은 일절 안 받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주먹으로 말해!"
"뭐 이런 폭군이 다 있어!? 잠깐, 큭... 왜 이런 일이..."
"간다~!"
"크억!? 바, 발차기까지이이!?"
와 최고신이랑 육왕이랑 싸운다!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