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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296화

레이빈 2020. 7. 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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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296화 : 거유는 흉기야

 


빛의 달 16일. 나는 마계에 있는 리리웃씨 성에 방문했다.

바쁜 와중에 죄송하다고 생각했지만,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허밍 버드를 보낸 후에 방문했다.

 

리리웃씨 부하에게 안내를 받은 성의 넓은 방에서 홀로 기다리고 있었더니, 조금 후에 문이 열리고 리리웃씨가 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아, 아니, 저야말...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얼굴을 돌려 리리웃씨 모습을 보고... 리리웃씨가 엄청나게 지쳤다는 게 이해됐다.

어째선지, 라는 생각은 할 필요도 없다... 그야 '말라' 있으니까. 머리카락... 아니, 이파리가...

 

평소에는 짙은 녹색 잎이 여러 겹 포개져서 형성되어 있는 리리웃씨의 머리카락이, 지금은 '갈색'이다.

아니 뭐, 갈색 머리는 그거대로 어울리지만... 그걸 빼놓고도, 홀쭉한 얼굴이다.

 

"...어, 리리웃씨... 괜찮으세요? 그, 저, 말라 있는데요?"

"ㄴ, 네, 추한 모습을... 저는 극도로 지치면 잎 색이 마른 것처럼 변해요. 피로가 빠지면 원래대로 돌아가지만..."

"지, 지치셨군요"

"...네. 지쳤어요"

 

평소라면 '아니, 그 정도는 아니에요' 같은 말을 하겠지만, 지금은 멀쩡한 척 할 기운도 없는 것 같다.

 

뭐라고 해야 되나, 상상 이상으로 힘들어 보이는 리리웃씨를 보고, 말을 하려고 했던 내용이 좀처럼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러자 리리웃씨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듯 말을 했다.

 

"...뭔가 말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허밍 버드에 적혀 있었는데, 무슨 일인가요?"

"아, 네... 저기, 그, 별로 직접 만날 필요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하나 제안이"

"제안, 인가요?"

 

그렇다, 실제로는 허밍 버드로도 충분한 내용이었지만, 리리웃씨 상태가 신경 쓰여서 직접 만나기로 햇을 뿐이다.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피로해 보이는 리리웃씨를 보고 그게 매우 미안해졌다. 역시 허밍 버드로 얘기를 해야 됐나... 아니,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얼른 용건을 전해야겠다.

 

"어... 예를 들면, 말인데요. 제가 아이시스씨랑 데이트를 하러 가자고 해서... 그러니까요. 하루 정도 리리웃씨가 자유가 되는 경우가, 도움이 될까요?"

"..."

"아!? 아니, 벼롤 아이시스씨를 속이려는 건 아니고요! 데이트를 하고 싶은 건 본심이니까... 그냥, 반대로 상황이 안 좋아지면 안 되니까, 일단 확인을..."

"...카이토씨"

"아, 아니요, 물론 무리하게는... 어디까지나, 제안이에요"

 

내가 아리스에게 리리웃씨 상태를 물어보고 생각이 난 건, 하루 아이시스씨랑 시간을 보내는 걸로 리리웃씨의 부담을 줄이려는 안이었다.

뭐 내가 아이시스씨랑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서, 선의 100%라고는 못 하겠지만...

 

나는 아이시스씨와 데이트를 할 수 있어 기쁘고, 리리웃씨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어 기쁘고, 더욱이 아이시스씨가 즐거워하면 아이시스씨도 기쁘고, 그런 1석2조가 아닌 1석3조를 노린 책략.

하지만, 내 제안을 들은 리리웃씨는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혹시나 쓸 데 없는 오지랖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 조금 당황하며 제안일 뿐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리리웃씨의 양 손이 내 후두부로 돌아, 힘껏 끌어안겼다.

 

"고, 고맙습니다!, 제, 제 편은 당신 뿐이에요!!"

"으읍!? 리, 리리웃씨, 자, 잠깐..."

 

가슴에 얼굴이 묻힌다는 비유가 아니라, 지금 ㅐㄴ 얼굴은 정말로 가슴에 묻혔다.

리리웃씨의 매우 풍반한 바스트는, 내 얼굴을 가운데 끼고, 코와 입의 틈을 형태를 바꾸어 막고 있다.

마쉬멜로우 같은 부드러운 탄력에, 따뜻한 온도... 그걸 행운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호흡이 불가능하다는 비극이 덮쳐왔다.

 

"으어어어어, 저, 정말, 진짜 한계 끝까지 왔어요... 아이시스는, 노력을 하는 것만은 정말 와닿아서 그렇게 강하게 방해 된다고 말을 못 하고... 다른 육왕들은 아이시스를 전부 저에게 그냥 던져놓고... 정말, 제 편은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요!!"

"잠, 깐... 힘들... 숨..."

 

필사적으로 그 거대한 가슴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만... 메기드씨 왈 '슬라임 이하'인 내가, 리리웃씨의 포옹을 떼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앞에도 가슴, 오른쪽도 가슴, 왼쪽도 가슴... 얼굴 전체가 가슴에 압박되어, 이중의 의미로 어지러웠다.

 

하지만 그런 내 목소리는 감격의 끝에 달한 리리웃씨에게 닿지 않아... 리리웃씨는 손을 풀기는 커녕 더 강하게 포옹했다.

 

"아이시스 없이 하루를 보낸다면, 대부분 작업을 끝낼 수 있어요오오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가...가슴...숨 막..."

"...어라? 카이토씨?"

"..."

"어? 아, 죄, 죄송해요! 카이토씨, 정신 차리세요! 카이토씨!!"

 

부드럽고 따뜻하며, 생명의 숨결이 느껴지는 풍만한... 가슴의 대해... 빨려들어간 나를 기다린 것은, 가슴에 빠져 기절한 한심한 결말 뿐.

당황해 나를 부르는 리리웃씨의 목소리를 작게 들으며... 나는 의식을 내려놓았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 아니, 괘, 괜찮아요"

 

오늘, 이 날, 내 마음의 흑역사에 새 페이지가 추가됐다.

가슴에 호흡을 압박되어 기절... 거유란 흉기다. 아니, 진짜로...

 

"...그건 그렇고, 정말 도움이 돼요.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 지..."

"아니에요, 보답이라니... 저는 그냥 소중한 애인과 데이트를 하고 싶을 뿐이니까요"

"...아이시스가, 조금 부럽네요"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카이토씨, 하나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네? 네, 하세요?"

 

온화하게 미소지으며 부탁이 있다고 하는 리리웃씨에게,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알겠다고 했다.

뭐지? 리리웃씨니까 이상한 부탁은 아니겠지만...

 

"육왕제... 괜찮으시면, 제가 주최하는 축제 날에, 괜찮으시면 같이 돌지 않으시겠어요?"

"...네? 아, 어, 네. 그건 괜찮은데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 보답은 그 때에라도..."

"아, 아니, 그러니까 보답 같은 건..."

"아니요, 그러면 제가 불편해요. 제멋대로 같겠지만, 쌓이고 쌓인 당신에 대한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게 해 주세요"

"...아, 네, 뭐, 리리웃씨가 그러시면..."

"네.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요"

 

아리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육왕제에 관해서 리리웃씨는 내가 승낙하면 같이 도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고 했으니, 성실한 그녀답게 이번 기회에 확인을 한 건가?

음, 뭐 나도 리리웃씨랑 같이 도는 건 재밌을 것 같으니 바로 승낙했다.

 

이렇게 육왕제에 관해, 이미 내 의사와는 상관 없이 결정된 예정에 더해, 리리웃씨와 도는 게 결정됐다.

 

어머니, 아버지 ―― 설마, 인생 살면서 가슴이 원인으로 기절할 줄은 몰랐어. 아니, 뭐지? 생각해 보니 꽤 부끄러운 것 같아. 정말, 여러 의미로 ―― 거유는 흉기야

 


 

그냥 질식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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