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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315화

레이빈 2020. 12. 2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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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315화 : 이상하게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아

 


 

에덴시가 떠나간 후, 어느 정도 걸은 후 나와 노인씨는 멈춰섰다.

 

"아, 그러고보니... 에덴씨의 힘으로 저희는 여기에 왔는데, 저쪽에 싸움이 끝났다는 걸 전해야..."

"아, 그건 괜찮아여"

 

문득 생각이 나서 한 내 말에 대답한 건, 노인씨가 아니라 아리스였다.

 

"저쪽은 분체 아리스짱 44호 환왕 버전이 있어서, 그쪽이 말을 전했어요"

"그, 그렇구나, 고마워"

"네네, 그럼 또 용무가 있으면 불러주세여~"

 

리리아씨 일행에게 정보 전달이 됐다고 말하고, 아리스는 다시 모습을 감췄다.

이것저것 상황을 이해하고 움직여주기 때문에, 정말 아리스는 믿음직스럽다.

 

그리고 아리스가 사라지자, 노인씨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 후에 노인씨는, 흘러가는 듯한 움직임으로 땅에 무릎을 꿇은 뒤... 절을 했다.

 

"...카이토씨, 이번에는 민폐를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

"네? 아, 어..."

"스스로의 약함을 무시하고 카이토씨에게 많은 민폐를 끼쳤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아, 아니요!? 사과는 됐어요, 일어나세요!"

"하, 하지만..."

 

아무래도 노인씨는 나와 적대한 것을 매우 신경썼나 보다. 정말 땅에 비비듯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건 전혀 신경쓰지 않으니까 어떻게든 노인씨에게 일어나라고 했는데, 노인씨는 좀처럼 고개를 들어주지 않는다.

 

이대로 엎드려 있는 건 좀 어색하기도 하고... 사과를 하게 할 생각도 없는데...

 

"어, 어쨌든 저는 신경 안 써요!"

"...네"

 

몇 번이나 말을 하니, 노인씨는 마지못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아직 신경 쓰고 있는지 표정이 우울하다.

으, 음. 분위기가 무겁다... 뭐, 뭔가 좋은 화제는 없나? 이 분위기를 바꿀 법한...

 

"...그, 그러고보니!"

"네?"

"여기가 용자의 언덕이라는 건, 근처에 '우호도시'가 있는 거죠! 모, 모처럼 근처에 왔으니까... 시간 때우기로 같이 놀러 간다거나..."

"아악!?"

 

너무 어색해서 제안한 기분 전환인데... 노인씨의 반응은, 내 예상과 매우 달랐다.

노인씨는 내 말을 들은 순간, 세상이 끝난 것처럼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대량의 땀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카, 카이토씨... 그, 그렇게까지 화가..."

"...엥?"

"저, 정말 죄송해요! 뭐, 뭐든지 할게요! 그러니까, 그것만은..."

"엥? 어어!?"

 

어째선가 다시 아까보다 대단한 기세로 고개를 숙이는 노인씨. 어? 뭐라고? 나 무슨 이상한 소리 했나?

그렇게 당황하는 나에게, 어디선가 아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카이토씨, 히카리씨에게 '이 세계에서 가장 가기 싫은 장소'로 데려가려고 하다니, 수치심에 절대적인 대미지를 주는 벌이네여"
"으, 응? 무, 무슨 소리야?"

"네? 아니, 그야, 우호도시 히카리는 히카리씨 동상 같은 게 여기저기 있으니까여..."

"..."

 

아아아아!? 망했다!? 그, 그렇구나... 우호도시는, 말하자면 마을 전체가 초대 용자를 찬양하는 곳이라는 건가...

말하자면 초대 용자를 떠받드는 교단의 총본산 같은 곳이라는 건데, 노인씨에게 있어서는 절대 다가가기 싫은 장소라는 거다.

 

그리고, 나는 그런 걸 전혀 모르고, 책임감을 느끼는 노인씨에게 가자고 해버렸다.

그건 즉 노인씨에게 있어서 아까 내가 한 말은... '벌로 최대급의 수치심을 맛보게 해주지. 거부권은 없다'...라든가, 그런 식으로 들렸을 거다.

 

"아, 아니에요! 노인씨, 저는 절대 그런 생각으로 말한 게... 고, 고개를 드세요! 괜찮으니까요!"

"하, 하지만, 카이토씨는 저한테 화가 나서..."

"안 화났어요! 진짜라구요!?"

"그러면, 역시, 뭔가 사과를..."

"말이 안 통하는데!?"

"여, 역시 화가..."

"아니아니, 그러니까 화 안 났다니까요!"

"그럼, 사과를..."

"뭐야 이 무한 루프!?"

 

...안 되겠다. 한 번 마이너스 방향으로 사고가 흘러가면 이 사람 진짜 완고하다. 내가 무심코 바보같은 소리를 한 게 원인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노인씨 안에서는... 내가 사과를 거절=화가 났다는 공식이 완성된 것 같다.

이러면 그냥 뭔가 보상을 받을 따까지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데... 적당히 뭔가 해달라고 하는 게 나으려나?

 

"...어, 저기, 그럼..."

 

일단 뭔가 무난한 보답을 받아야겠다 싶어서, 나는 조금 생각한 후에 머리를 숙이고 있는 노인씨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그걸 전달했다.

이 내용이라면 노인씨도 그렇게 부담이 안 될 거고, 나도 고맙고... 꽤 즉흥인 것 치고는 괜찮은 부탁 아닐까?

 

하지만, 노인씨의 반응은... 또, 내 예상과 달랐다.

 

"...흐에? 그, 그그, 그건, 혹시... 아, 아아... 드, 들어본 적 있어요... 으, 은어죠..."

"어... 노인씨?"

 

노인씨는 어째선지 새빨개진 얼굴을 들고, 나를 빤히 바라본 후 고민스러운 표정을 했다. 어? 뭐야 이 반응은?

그리고 노인씨는 턱에 손을 대고, 얼굴을 가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중얼 말하기 시작했다.

 

"...호, 혼전교제는... 하, 하지만, 제가 뭐든지 한다고 했으니... 아아, 하지만 시집 가기 전인데, 그런... 아니, 하지만 전언철회하기에는... 그, 그래도, 부끄러운...데..."

"...노인씨? 노인씨!"

"녜에!?"

"괘, 괜찮아요?"

"괘, 괘괘, 괜차나애오!?"

 

...어? 뭐라고?

 

"...어, 저기, 무리하지는 마세요? 싫으면 다른 부탁을 생각할 테니까..."

"아, 아니요! 괘, 괜찮아요! 잘 모르긴 하지만, 진심으로 분골쇄신, '이 몸으로 보상'할테니까! 그 보답으로 괜찮아요!"

 

...이상하다. 역시, 뭔가 이상해.

왜 그렇게 사지로 가는 것 같은 각오를 하는 거지?

나 지금... '다음에 놀러 갈 테니까 뭔가 맛있는 거라고 해 주세요' 라고 했을 뿐인데...

으, 음. 노인씨니까 진심으로 호화로운 요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의미인가? 별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아, 아니, 별로 그렇게 부담 가질 필요 없는데요?"

"아, 아니요! 매우 중요한 일이니까, 제대로 준비해 둘게요!"

"그, 그렇군요..."

"아, 모, 목욕도 준비해 두는 게 좋을까요?"

"네? 그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되는데... 노인씨가 괜찮으시면"

 

무려 식사 뿐만 아니라 목욕도 준비해준다니, 그렇게까지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노인씨 집 설마 히노키 욕탕인가? 그럼 들어가보고 싶기도 하다.

 

"...그, 그... 카이토씨는... 기모노와 유카타, 어, 어느 게 좋으신가요?"

"...어, 음, 유카타요?"

 

솔직히 기미노랑 유카타의 차이를 잘 모르겠는데... 그보다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지?

 

어머니, 아버지――노인씨에게 이번 일에 대한 보답으로 요리를 해 달라고 약속을 받았어. 근데 기분 탓일까? 뭔가, 노인씨 반응이――이상하게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아

 


밥 해 달라니까 뭔 상상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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