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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는 평화

이세계는 평화 352화

레이빈 2022. 2. 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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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352화 : 신기하게 확 와닿아

 


긴장이 무겁게 공간을 지배한다. 나는 팔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대치하고 있는 존재에 시선을 향했다.

아슬아슬한 싸움, 몰리고 있다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몰아넣고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 앞으로 일격, 일격만 넣으면 내 승리다.

 

하지만, 이미 뒤는 없다. 여기서 빗나가면 내 패배...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의 싸움이다.

 

"...주인님... 힘 내세요"

 

뒤에서 들리는 기도하듯 나를 응원하는 아니마의 목소리. 그녀도 나와 같이 긴장하고 있는듯, 목소리가 떨린다.

하지만, 확실히 닿은 말은 내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그 열기에 몸을 맡기며 조준했다.

시간이 가속하는 듯한 감각, 주변의 경치가 더욱 선명하게 보이고, 나는 강하게 발을 디뎌 마지막 한 발을 쐈다.

 

"가라아아아아아!"

 

내 손에서 떠난 하얀 궤적은, 마치 내 마음에 호응하는 것처럼 날카롭게 전진해, 멋지게 타겟을 포착했다.

 

...뭐, 과녁 맞추기 한다는 소리인데...

 

"축하합니다! 멋지게 5점 획득, 스탬프를 드릴게요"

"해냈어요, 주인님! 대단해요!"

 

담당자가 미소지으며 조건 달성을 말하고, 내 스탬프 카드에 스탬프를 찍어줬다. 아니마는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여기는 세 번 째 투기장으로 가는 도중, 아니마와 함께 들른 어트랙션 중 하나. 9개의 판이 붙어 있는 과녁에 볼을 던져, 5점 이상 획득하면 스탬프를 받는다.

뭐, 그러니까 내 세계에도 있던 야구공으로 하는 과녁 맞추기다.

 

참고로 아니마도 도전했는데, 클리어하지 못했다. 아니마는 엄청 강속구를 던지는데, 그 반면 컨트롤이 별로 안 좋아서 아쉽게도 1점 모자랐다.

나는 구속은 별로 안 빠르지만 컨트롤이 그럭저럭 돼서 어떻게든 클리어했다.

 

정말, 처음부터 그 다음도 폭력적인 전개가 이어져서, 이런 평범한 게임이 정말 즐겁다.

메기드씨가 여러가지 어트랙션을 준비했다고 한 말은 거짓이 아니었고, 이 어트랙션에 들어오기 전까지도 퀴즈나 트럼프 게임 같은 것도 있었다.

전왕 오장과의 싸움도 그런 느낌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정말, 메기드씨는 대체 뭐가 목적인 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트랙션에서 벗어나, 아니마와 함게 길을 걸었다.

상당히 많은 수의 노점에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느긋하게 다음 투기장을 향해 가고 있는데, 문득 아니마가 하나의 노점에 관심을 보냈다.

 

"...응? 아, 생선 소금구이구나... 먹고 갈까?"

"아, 아,.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 그냥 우연히, 시선이 갔을 뿐이라..."

"그렇구나, 근데 봤더니 나도 먹고 싶어졌으니까, 모처럼이니 같이 먹자"

"윽... 네"

 

아니마는 고기도 먹지만 생선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본인은 숨기려고 한 것 같은데, 생선 요리를 볼 때 눈이 반짝거리기 때문에 알기 쉽다.

뭐, 그래도 아니마 성격상 자기 욕심 때문에 내 발을 멈추게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테니... 이렇게 조금 억지로 데려가는 게 좋다.

 

생선 소금구이를 두 개 사서 하나를 아니마에게 줬다. 아니나 다를까 아니마는 자기가 돈을 낸다고 했는데, 그건 주인 권한으로 막았다.

받아든 소금구이를 바로 먹어보니, 냄새도 좋고 바삭하게 구워진 껍질의 식감과 부드러운 속살. 그리고 적절한 소금간... 응, 맛있다.

 

"아니마, 어때?"

"마, 맛있어요!"

"그래, 더 먹을래?"

"아, 아니요!? 저는 이거 하나로 배가 부르..."

"저기요 하나 더 주세요"

"주인님!?"

 

빠르게 하나를 다 먹고 귀여운 표정으로 맛있다고 말하는 아니마는, 아직 모자란 게 분명하다. 그래서 아니마의 저항을 무시하고 추가로 하나 더 사서 건네줬다.

 

"...아으, 감사합니다"

 

뭐든지 사양하는 그녀에게는, 이 정도로 강제로 먹이는게 낫다. 나도 여러모로 아니마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지금 아니마가 입고 있는 롱 코트 풍의 옷은... 사실 내 옷과 비슷한 디자인이다.

다만, 내가 입는 옷에는 곳곳에 금색 실로 자수가 박혀 있지만, 아니마의 옷에는 없다. 그리고 디자인도 아니마 옷은 좀 평범한 편이다.

이건 아리스의 아이디어인데, 주인과 종자를 모티브로 일부러 아니마 옷을 나보다 평범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아니마는 그 옷을 극찬했다. 그녀는 내 종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내 종자라는 게 한 눈에 보이는 복장이 매우 기쁜 듯 했다.

뭐, 애초에 그 '자랑'은 좀 나한테 있어서는 고민이 되는 부분이긴 한데...

 

왜냐하면,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마가 나에게 주종을 넘어선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고... 솔직히 그게 기쁘기도 하다.

다만, 음... 당사자인 아니마는 그걸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그녀에게 있어 그 감정은 어디까지나 존경하는 주인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충성심이 너무 커서 그걸 넘어선 감정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하고 하면 되려나? 참 어렵다. 지금도 일부러 데이트 선언까지 했는데도 참 성실하게도 그녀는 뭐만 하면 종자로서 행동하려고 한다.

 

"...음. 좀 더 억지로 끌고 가야 되나?"

"무엇을 말이신가요?"

"응? 뭐, 어... 아니마는 귀엽다는 소리?"

"으엥!?"

"자, 슬슬 투기장으로 갈까"

"네? 주, 주인님!? 자, 잠깐 기다려 주세ㅇ..."

 

아니, 뭐, 그렇게 조급할 필요는 없으려나...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아니마는 이미 나에게 없는 걸 상상할 수 없는 존재... 가 된 것 같다.

앞으로도 그녀가 싫어지지 않는 이상 같이 있을테니... 무엇보다, 아니마는 원래 블랙베어였다. 사람으로서의 연령은 나보다 훨씬 적다. 아니, 아직 한 살도 안 됐다.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진전해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당황하는 아니마에게 미소를 지으며 같이 투기장으로 나아갔다.

 

어머니, 아버지 ―― 솔직히, 나는 둘을 잃고... 이제 다ㅏ시는 가족이라는 온기를 얻을 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응... 역시 아직 주종같은 건 잘 모르겠고 진짜 이 마음이 가족을 향한 친애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뭘까? 아니마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건, 뭔가 ―― 신기하게 확 와닿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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