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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89화 : 돼먹지 못한 인간이었어
리그포레시아 마을에서 왕도로 돌아온 후 2일이 지났다.
보수제의 피로도 풀린 나는 왕도의 마을을 느긋하게 걸어다니고 있었다.리그포레시아에 간 것은 4일 정도였는데, 이것저것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오랫동안 저쪽에 있었던 느낌이 든다.
수확제 우승자라는 명함 때문에 그런지, 엘프족 다수의 사람들이 내 귀환을 아쉬워해 줘서, 나중에 또 놀러 와 달라고 말해줬다.
레이씨나 피아씨에게도 신세를 졌다는 감사 인사를 하고 싶고, 또 선물을 가지고 가 봐야겠다.
참고로 아니마는 아직 리그포레시아 마을에서 경비대에 참가하고 있다.
왜냐하면, 리리웃씨가 경비대의 재편성을 약속해주긴 했지만, 아무래도 하루 이틀에 어떻게 되지는 않으니 재편성이 끝날 때까지는 아니마에게 힘내달라고 했다.
여러모로 일을 맡겨 버렸으니, 재편성이 끝나 아니마가 왕도로 오면 뭔가 맛있는 거라도 먹도록 데려다줘서 칭찬하도록 하자.
리리웃씨는 여러모로 바쁜 듯, 정령의 숲에서 잡담을 한 이후로는 거의 이야기를 하지 못 했다. 하지만 돌아올 때 어떤 제안을 해 줬다.
아이시스씨와 예전에 약속했던 것.... 아이시스씨 집에 놀러 갈 때 리리웃씨가 데려다 준다고 한다.
마계에는 마물도 나름대로 있는 것 같고, 아이시스씨 집은 마을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해서 그 제안은 매우 고마웠다.
자세한 일정은 아이시스씨와 상담한다고 했는데, 조만간 마계에 방문하게 될 것 같다.
보수제를 지나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하면, 리리아씨와 지크씨의 관계일 것이다.
예전에는 별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못 봤는데, 앙금이 해소되어 돌아오고 나서는 리리아씨, 루나마리아씨, 지크씨 셋이서 행동하는 것을 보는 기회가 확실히 늘었다.
틀히 리리아씨가 기뻐 보인다. 마치 들러붙었던 것이 떨어진 것처럼 밝은 미소를 하게 된 게 인상적이다.
자, 지금 내가 마을에 온 목적은 예전에 알게 된 잡화점 점주.... 아리스에게 보수제 선물.... 아니 우승 상품을 나눠주는 것이다.
아니, 솔직히 과일 세트라고 해서 그냥 한 바구니에 든 과일이라는 걸 생각했는데.... 엄청나게 많았다.
정말 터무니없는 양의 과일로, 리리아씨 저택에 있는 사용인 분들에게 나눠주고 나서도 엄청 많이 남았다.
레이씨 이야기로는 평소보다 많다고 했는데, 역시 리리웃씨가 와 있어서 좀 많이준 걸까?
어쨌든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어서, 이것저것 좋은 상품을 싸게 팔아준 아리스에게 주려고 가는 거다.
뭐, 아무래도 전에 5000R 가까이 물건을 사줬으니 전처럼 아무것도 못 먹어서 곤란해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큰 길에서 떠러진 골목에, 여전히 '잡화점'이라고만 쓰인 간판이 붙은 작은 가게.
도착한 나는, 별로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가게 문을 연 후.... 바로 닫았다.
뭔가 지금, 이상한 게 보인 것 같다. 아니, 아마 분명 잘못 본 걸 거다. 고양이 인형옷이 바닥에 누워있는 듯한....
"....위험해여 이거.... 이제 배랑 등이 딱 달라붙는 레벨이 아니라, 배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공복감이에여...."
"...."
"진짜 못 움직여.... 이거 진짜, 한 걸음도 못 움직여여...."
"...."
천장을 보며 바닥에 누워, 중얼중얼하고 있는 본 적 있는 인형옷.
솔직히 오자마자 바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걸 꾹 참고 눈 앞에 있는 '바보'를 본다.
"....응? 아, 카이토씨~ 또 뭔가 사라 왔나여~? 아니, 뭔가 먹을 거 사 주세여~"
".....흠!"
"흐에!? 자, 잠깐!? 왜 발로 밟는 거에여! 위험하잖아여!"
"....미안, 있는 줄 몰랐어"
"아니아니!? 지금 완전히 한 번 눈이 맞았잖아여! 마주치고 나서 밟으러 왔잖아여!"
우연을 가장해 누워있는 인형옷을 밟으려고 했는데, 아주 유감스럽게도 빠르게 회피해 버렸다.... 충분히 움직일 수 있잖아....
"재회하자마자 이런 미소녀 얼굴을 밟으려고 하다니, 얼마나 바이올렌스한 거에여 카이토씨!?"
"아니, 키로 봐서 그 위치까지 얼굴 안 닿잖아"
".....뭐, 확실히 아슬아슬 입까지밖에 안 닿지만여"
"그럼 괜찮아"
"그렇군여! .... 아니아니!? 그건 이상해여!?"
시간차로 태클을 걸었....다고? 이 녀석 역시 평범한 녀석이 아닐지도 모른다.
"....감탄할 부분, 거기 아니잖아여? 아니, 카이토씨 저한테 너무 엄하지 않아여? 좀 더 애정을 주세여, 애정을!"
"...."
"....크흠. 다시 인사할게여. 어서 오세여 카이토씨. 보수제에서 언제 돌아왔어여?"
"오랜만이야. 2일 전일 거야"
일어나 장난스러운 대사와 함께 양 손을 넓히는 아리스를 차가운 눈으로 봤더니, 조금 후에 아리스는 자세를 다잡고 인사를 했다.
여전히 캐릭터성이 강한 걸 보며 쓴웃음을 짓고, 인사로 대답했더니, 아리스는 인형옷의 양손을 능숙하게 비볐다.
"그래서, 오늘은 뭘 사러 왔어여? 뭘 원하시나여!"
"아니, 오늘은 물건을 사러 온 게 아닌데...."
"칫.... 놀리러 온 건가여...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밥이라도 먹을 생각이져! 다른 사람의 불행은 꿀맛이라는 거져!"
"....보수제에서 가져온 거, 과일이 잔뜩 있어서 주러 왔는데...."
"이야~ 카이토씨, 만나고 싶었어여! 정말 정말, 카이토씨가 보수제에 간 동안, 얼마나 외롭고 외로웠는데여. 몇일 밖에 안 되는데, 마치 몇년이나 기다린 기분이에여! 자자, 이쪽 의자에 앉으세여, 지금 차를 타 올게여!"
"....."
이 자식..... 때, 때리고 싶어....
확 180도 태도를 바꾸고, 카운터 앞에 의자를 준비하는 아리스를 보고, 그 후두부를 힘껏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어떻게든 그걸 참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아리스는 인형옷을 벗기 시작해, 예전에 본 오페라 마스크 상태로 변했다.
"어라? 이번에는 인형옷 안에 가면을 쓰고 있었어?"
"네, 전처럼 카이토씨가 벗겨버리고 대낮부터 시간하는 치욕을 맛볼 수는 없으니까여"
"....오해를 살 만한 소리는 하지 마"
"그런 것보다, 카이토씨! 먹을 거, 먹을 거는 어딘가여! 빨리, 빨리 주세여!?"
"어, 어어...."
정말 잡아먹을 기세로 다가오는 아리스에게 살짝 압도되면서, 나는 매직 박스에서 대량의 과일을 꺼냈다.
그러자 아리슨느 눈을 빛내고.... 아니 가면이라 잘 안 보이는데, 움직임이 왠지 눈을 빛내는 것 같다.
"이렇게!? 이거 전부, 제가 받아도 돼여!?"
"어? 어, 물론이지"
"카이토씨, 정말 잘생겼어여! 멋져여! 저, 지금 카이토씨라면 안겨도 돼여!"
"제발 그러지 마세요"
"존댓말이 될 정도로 거부!?"
뭔가, 여전히 정신 사나운 녀석이다.
아리스는 매우 기쁜 듯, 빠르게 홍찰르 타 와서 바로 과일을 깨물었다.
"으우.... '4일만'의 식사에여. 정말 맛있어여"
"....4일만에?"
"네, 전에 카이토씨 오고 나서 손님이 놀랍게도 0명이었거든여. 정말 죽을 각오를 했어여"
"자, 잠깐 있어봐. 그때 내가 5000R어치 사갔잖아? 그건 어쨌어?"
4일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아리스의 말을 듣고, 나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전에 내가 이 가게에서 쇼핑을 한 건 5000R 정도, 일본 돈으로 하면 약 50만엔 정도인 금액.... 아무리 물가가 달라도 그 정도면 이쪽 세계에서도 2개월은 생활 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건 대체 어디로 가버렸는지 물어봤더니, 아리스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소리를 쥐어짜냈다.
"....벌써, 없어졌어요"
"대체 왜.... 설마, 빚이라거나?"
"...."
"!? 호, 혹시, 내가 힘이 될 수 있는 게 있다면...."
나는 아리스를 아직 잘 모르지만, 전에 만났을 때도 전혀 돈이 없다고 했고.... 뭔가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거라면 그만큼 필사적으로 구입을 추천해 온 것도 납득 된다. 어쩌면, 부모가 남긴 빚이 있다거나, 속아서 다액의 부채를 떠안게 됐다거나....
젠장, 잘 들어봐야 했다. 어쩌면 아리스는 엄청 힘들게 살고 있고, 그걸 숨기기 위해 그렇게 밝은 태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정은 모르지만, 혹시 내가 힘이 될 수 있다면 도와ㅈ....
"....그만 둘 수 없다구여.... '도박'이――아파!?"
헛소리가 들려서, 반사적으로 꿀밤을 먹였다.
"왜 때려여!?"
"오히려 왜 안 맞을 거라고 생각했냐! 어? 아니, 잠깐 있어봐, 너.... 돈이 없다거나, 밥을 못 먹었다거나.... 그냥 도박으로 날린 거야!?"
"ㄱ, 괜찮아여! 이번에는 운이 없었을 뿐이고.... 다음에는 되찾을 거니까여!"
"도박으로 파산하는 놈들은 다 그렇게 말해! 아니, 도박을 하지 말라고는 안 할테니까, 조절을 해! 조절을! 식비까지 다 쓰지 마!"
"카이토씨, 아파.... 아파여"
아리스의 멱살을 잡고 세게 흔들었다.
이 바보 멍청이가.... 어리석은 녀석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상상 이상.... 아니, 상상 이하인 못돼먹은 인간의 모습. 아까 한 내 걱정은 뭐였던 거냐....
어머니, 아버지――아리스와 다시 만나서, 조금 그녀의 사정을 알았어. 아니, 정말 뭐라고 해야 되나, 아리스는 터무니없이――돼먹지 못한 인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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