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99화 : 정체가 뭘까?
알크레시아 제국의 왕성에서 조우한, 황제.... 크리스 폐하는, 무려 전에 쿠로와 바베큐 파티를 했을 때 나를 데려다준 마차의 마부였다.
놀라운 사실에 멍하니 있는 나에게, 크리스 폐하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놀라는 것도 당연하죠. 미리 말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아, 아니요!?"
"저는 예전 명왕님께 신세를 져서, 그 명왕님께서 이세계인에 흥미를 가지셨다고 들었기에 꼭 한 번 저도 만나보고 싶어서, 무리하게 부탁해서 마부를 하게 된 거에요"
"그, 그런가요...."
"....그 때는, 미야마님은 매우 평범한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제 눈이 틀렸던 것 같네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당신을 평가 절하했던 것을, 이 자리를 통해 사죄드립니다"
크리스 폐하는 정중한 말투로 나에게 말을 한 후 깊게 머리를 숙였다.
성실한 분인 것 같은데, 한 나라의 왕이 머리를 숙이면 나로서는 좀 불편하다.
"아, 머리를 들어주세요. 크리스 폐하."
"그럼, 실례합니다.... 미야마님, 저는 경칭으로 부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오히려 미야마님이 경칭을 쓰시면 제가 명왕님께 혼날 거에요"
"그, 그럼, 크리스씨라고...."
"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크리스씨는 황제 폐하라는 신분인데, 매우 저자세이고 예의바른 사람이다.
사파이어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에, 에메랄드 같은 눈.... 정말 왕자님이라는 느낌의, 선이 얇고 잘생긴 남자인데, 전혀 싫은 느낌이 안 든다.
크리스씨의 말을 들어 의자에 앉았더니, 아리스도 매우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문득 크리스씨가, 떠올린듯 아리스씨를 봤다.
그러고보니, 그 시끄러운 아리스가 왕성에 온 후로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데....
"그쪽 여성분은, 미야마님의 동행이시군요.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
"아, 별로 인사 같은 건 필요 없어여"
"!?"
온화한 미소를 짓고 말을 하는 크리스씨에게, 아리스는... 평소의 그녀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너무나 차가운 태도에, 크리스씨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꿈틀 하고 눈썹을 움직이는 게 보였다.
"아리스? 대체, 뭘...."
"....제가 교류를 가지고 싶은 건 '교류하기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상대' 뿐이에여. 그래서, 황제 폐하님과는 할 말이 없네여~"
"뭐!?"
가벼운 말투로 한 말을 듣고, 방 안의 분위기가 긴박해졌다.
그것도 그렇다. 지금 아리스는,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상대와만 교류를 한다고 말하고, 그 후에 크리스씨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건 즉....
"....즉, 당신에게 있어, 저는....가치가 없는 인간이라는, 그런 뜻인가요?"
"그러네여"
"!? 네놈!!"
말했다.... 확실히 단언했다.
아리스는 지금, 알크레시아 제국의 황제에게, 그 존재에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확실히 말했다.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격노해 검에 손을 댄 기사들을, 크리스씨가 손으로 막았다.
크리스씨는 화가 난 것처럼은 안 보이는데, 그래도 눈에는 놀란 감정이 나타났다.
하지만 당사자인 아리스는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어디서 꺼낸 건지 모를 소형 나이프를 가지고 놀듯 움직인 뒤에 책상 위에 놨다.
"뭐, 가치관 같은 건 각자 다르니까여~ 저는, 자주 머리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가치를 붙이는 버릇이 있는데여.... 황제 폐하는, 뭐, 덤을 붙여서 '동화 한장' 정도일까여?"
"....호오, 그건 좀 싼 가격이 붙어버렸네요"
"무례한 놈! 네놈이 황제 폐하의 뭘 안다고 지껄이냐!"
"....크리스 디아 폰 알크레시아. 전 황제 듀란 디아 폰 알크레시아의 셋째로 태어나, 10세에 국내 마법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 재무의 길로 들어가 처음에는 재무관을 목표로 했으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해 형 둘을 실각시키고 왕위를 계승했다. 현제로 불릴 정도의 수완을 발휘하여, 정치에 있어서 역대 최고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현재 24세, 취미는 승마, 좋아하는 저서는 '신의 깃발에 호소하라'.... 이런 거, 조사하면 누구든지 알 수 있는 거에여"
"!?"
줄줄이 크리스씨의 경력을 말하며, 아리스는 나이프를 하나 더 꺼내 책상 위에 놨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그 이상한 분위기에, 나는 물론 크리스씨나.... 화를 냈던 기사도 말을 잃고 멍하니 있었다.
"모든 것은 나라를 위해,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어떤 오명이든 뒤집어쓰고, 누구에게든 고개를 숙인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도구.... 멋진 생각이에여~ 하지만, 재미 없네여"
"....재미 없다?"
"저, 자신을 버린다든가, 그런 속이 텅 빈 녀석에게 흥미는 없거든여. 아니, 별로 황제 폐하가 나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여. 아까 말한 대로 멋지다고 생각하고, 현제의 이름에 어울리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여. 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흥미가 없져.... 잘 만들어진 인형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네여"
"!?"
"아리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잖아!"
차갑고 날카로운 말을 듣고 크리스씨가 멍하니 있어, 나도 무심코 소리를 높여 아리스에게 외쳤다.
왜 아리스가 갑자기 이런 소리를 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평소와는 상태가 너무 다르다.
하지만 아리스는 신경도 안 쓰고, 3개째 나이프를 책상 위에 놓은 후 나를 봤다.
"카이토씨는, 여전히 착하네여~ 저, 카이토씨는 좋아하고, 되도록 말을 듣고 싶은데여.... 아쉽게도, 이번만큼은, 그렇게는 안 되겠네....여!"
"!?"
그렇게 말한 후 아리스는 내려놓은 나이프의 손잡이에 수도를 내려쳐, 그 충격으로 3개의 나이프가 공중에 떴다.
그리고 그걸 아리스가 공중에서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에는, 나이프는 아리스의 손에서 사라져, 벽에 2개 천장에 한개 꽂혔다.
언제, 나이프를 던졌는지, 어떻게 던졌는지도 전혀 모를 빠른 기술.
무심코 말을 잃은 내 앞에, 아리스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호적으로 초대해 놓고.... '인식 저해 마법으로 병사를 숨겨놓는 녀석'은, 신용할 수 없잖아여"
"....어?"
"'성문' 근처부터 따라왔져? 자, 거기 셋.... 얼른 나와여. 아니면.... 다음은 진짜 맞출 거에여?"
"...."
조용히 말한 아리스의 말....그 말에 따르듯, 벽과 천장의 풍경이 노이즈처럼 흔들리고, 전신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나타났다.
성문에서부터 따라왔다? 그렇구나, 그래서 아리스는 성에 들어오고 계속 침묵하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왜 나는 몰랐던 거지? 감응 마법으로 접근은 알아챌 수 있을텐데....
"별로 카이토씨가 잘못한 건 아니에여. 녀석들이 입은 옷은, 밖에 마력이 흐르는 걸 차단하는 소재니까, 못 알아봐도 어쩔 수 없어여"
"....어떻게, 눈치 챘나요?"
존재가 들킨 검은 옷을 입은 셋은, 빠르게 크리스씨 뒤로 이동해 일렬로 섰다.
크리스씨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아리스에게 물어봤는데, 아리스씨는 그것에 대답하지 않고 얇은 실을 당겼다.
아무래도 던진 나이프에 감겨 있었던 듯, 천장에 꽂힌 하나와 벽에 꽂힌 하나는 빠르게 아리스 손으로 돌아왔는데.... 벽에 꽂힌 나이프 하나는, 깊게 꽂힌 듯 돌아오지 않았다.
"어라, 좀, 너무 셌나 보네여~ 실패, 실패"
당겨도 빠지지 않는 것을 알아채고, 아리스는 머리를 긁으며 쓴웃음을 짓고, 벽에 꽂힌 나이프에까지 걸어가서, 그걸 당기려고 했다.
"어라? 단단해!? 아, 안 빠ㅈ... 으갹!?"
"...."
아무래도 상상 이상으로 안 빠지는 듯, 아리스는 힘을 가득 담아 그것을 당기고.... 힘이 너무 들어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뭔가.... 중요한 데서 제대로 안 되는 녀석이다.
방금까지 한기까지 느껴지는 모습이었는데, 그것과 완전히 달라져 평소대로 얼빠진 아리스를 보며 한숨을 쉰 순간, 조용한 소리가 들렸다.
"....지금, 방심했네여?"
"""!?"""
엉덩방아를 짛었을 아리스의 모습이 사라져,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니.... 아리스는 어느샌가 손에 얇은 검을 들고, 그것을 검은 옷을 입은 셋의 목덜미에 댔다.
"안되져, 긴장을 늦추면.... 당신들, 지금, 죽었다구여?"
"""..."""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 한기마저 느껴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 아리스는, 힐끔 나를 봤다.
"....원래는 좀처럼 안 하는데여~ 보수가 좋아서, 기분이 업됐을 때 뿐이에여. 호위 같은 일은...."
차가운 목소리로 검을 쥔 채로, 아리스는 천천히 크리스씨나 주변 기사들에게 시선을 움직였다.
"뭐, 이번에는 카이토씨 덕분에 충분히 벌엇으니, 서비스라는 걸로.... 알크레시아 제국에 있을 때는, 제가 카이토씨 호위를 할 거에여. 그러니 잠깐, 대화를 하기 전에 한마디만 해 두고 싶어여"
그렇게 중얼거린 후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돌아보는 아리스.
평소에는 뭔가 얼빠진 인상인 그녀는 지금, 무기질적인 오페라 마스크도 더해져서.... 마치 암살자 같이 보였다.
"....다음에, 카이토씨 주변을 어슬렁거리면.... 죽일 거에여?"
"""...."""
그것은 무서울 정도로 자연스러워 위화감이 없는 대사였다.
마치 지금까지, 얼마든지 목숨을 빼앗았던 경험이 있는 듯, 당연하다는듯이 말하는 차가운 말.... 주변에서 소리가 사라지고, 정적이 공간을 지배했다.
"막~ 이래!"
차가운 침묵 속에서, 아리스는 얼빠진 소리를 내고, 들이밀었던 검을 내렸다.
그리고 어딘가.,... 아마 매직 박스 안으로 그 검을 사라지게 한 후, 내 옆에 앉아 천천히 팔짱을 꼈다.
"그런 고로.... 호화스러운 디너를 요구합――아팟!?"
"...."
"왜 때려여, 카이토씨!?"
"아니, 오히려 내가 태클을 걸고 싶은데.... 뭐야 그 차이는!?"
아까까지는 뭐였냐고 생각할 정도로, 순식간에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아리스의 머리에, 무심코 반사적으로 꿀밤을 넣어버렸다.
"어쩔 수 없잖아여! 저 오래 진지 모드가 되면 소름이 돋으니까, 적당한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구여!"
"....오래라니, 고작 몇분...."
"아니아니, 벌써 1분 되면 진짜 힘들어여. 얼굴 근육이 다 찢어질 거 같아여. 전신이 딱딱해져여. 그러니까, 카이토씨가 상냥하게 마사지를 해 주세――아우!?"
"...."
"에? 플레이? 그런 방향인 플레이에여!? 아니, 뭐 저는 여러 시추에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데, 너무 아픈 건 ―― 한발 더!?"
진짜 아까까지는 뭐였나 싶을 정도로, 아니 오히려 아까까지 분을 되돌릴 기세로 장난을 치는 아리스에게, 연이어 주먹을 때려박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나는 아리스에 대해 잘 모르는 걸지도 모른다.
바보고, 장사 재능이 없는 잡화점 주인인데, 여러가지를 알고 있고, 가끔 사람이 바뀐 듯 날카로운 말을 할 때가 있다.
온갖 고생을 겪어온 무서움이라고 하는 걸까.... 아무래도, 내가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 중에서도, 어떤 의미로 엄청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어머니, 아버지――평소와는 다른 아리스의 일면을 엿보게 됐어. 마치 차가운 칼 처럼 날카로운 기척, 대체 이 녀석은――정체가 뭘까?
아리스가 본업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냄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잰다는데, 카이토는 얼마짜리일까
리리아 : 넌 10원짜리야 ㅂㄷㅂㄷ
http://ncode.syosetu.com/n2273dh/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