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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

현실주의자 5화

레이빈 2019. 3. 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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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꾸는 남자는 현실주의자


5화 : 자기개혁




여름은 이어진다. 그런데도 나이 드신 분들은 익숙한 소리를 내며 박자보다 빠른 라디오 체조를 하고 있다. 끝났나 싶었더니 또 익숙한 합장 소리가 쉰 목소리로 들려온다.


지금이 희망으로 가득찬 아침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일에 집에서 나오기에 신선한 이침이긴 하다. 전까지는 나츠카와에게 맞춰 20분 빨리 나왔으니까. 이 시간대는 그 정도 시간으로도 태양의 높이가 크게 바뀐다. 그리고 어제까지와 달리, 출근이나 통학을 하는 사람들 무리에 끼어들어 나는 대중의 일부가 되는 거다. 저도 동료로 넣어 주세요.


자, 어제 밤은 큰일이었다. 나츠카와가 나간 후, 당연한 이야기지만 무섭게 달려드는 어머니와 누나에게 추궁을 들었다. 그 애는 어떤 관계이며, 대체 어떤 수를 썼는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귀여운 여자애를 앞에 두고 다른 애를 구한 걸 비난했는데, '내가 저런 귀여운 애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냐' 하고 되물었더니, 둘 다 그 이상 말을 아꼈다. 그 부분은 반론을 하셔도 되는데요?


한 숨 자고 나니 매우 상쾌하다.


나츠카와와 사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 왔다. 물론, 문무양도인 그녀의 옆에 서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공부에도 눈을 떴고 적당한 운동도 습관이 됐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나츠카와 아이카에게는 닿지 않는다. 그녀의 옆에 서기 위해 더 더 고통스러워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는 전혀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모든 것의 기준을 나 자신의 포텐셜에 맞춰서 보니, 신기하게도 하는 일 모든 것에 큰 기대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무섭구만"


"현실". 그건 정면으로 나에게 다가와, 눈에 보이던 꿈의 풍경은 유리가 깨지듯 부서졌다.


개운해진 지금에서는 안다. 마음 속 무언가가 식은 이유. 앞을 지나간 축구공은 나에게 강한 스트레스를 가해, 그녀를 쫓아가는 의욕을 크게 깎았다. 그건 잔혹할 정도로 나를 냉정하게 만들어, 그 순식간에 자신이 놓인 환경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 게 아닐까?

그 때는 아직 뭐가 일어났는지 몰랐다. 하지만, 나중에 화장실 거울에 비친 등 굽은 자신을 보고 깨달은 거다. 너는 얼마나 잘났냐고. 그건 최고의 자기 분석이었다. 미래에 취직 활동 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후우"


학교 수업이 시작되는 예비종이 울려퍼졌다. 오늘은 교실 근처에 있으니까 여유롭게 도착 가능하다. 어제처럼 허접한 짓은 안 한다.


자, 평소보다 천천히 집에서 나왔다고 해도 이렇게나 아슬아슬하지 않게 도착했다. 원래라면 평범하게 교실에 도착해 주위 친구들과 잡담을 하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좀 생각했다. 내 옆자리, 나츠카와 아이카.


"아니, 무리지"


어색함 120%. 설령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았다고 해도 이건 머리가 빠지는 타입의 스트레스. 자신감을 가지고 평범함 선언을 한 나지만 멘탈도 평범했다. 어제 일을 저지른 소시민이 공주님 옆에 당당히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복도 끝에서 담임 선생님 모습이 보인 순간을 재고 교실 안으로 다이브. 미션 컴플리트. 대부분 학생들이 시끄럽게 굴고 있는 덕분에 나는 남학생 Z 역할을 하는 데 성공했다. Z 정도면 한 바퀴 돌아 중요인물 아닌가...


"저기"


"...아, 안녕"


자리에 앉아 바로, 설마했던 나츠카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갑자기 어제 일이 여러모로 떠오르는데 나는 별로 그녀와 관계를 완전히 끊고 싶은 건 아니다. 오히려 같은 반 친구나 그냥 친구로서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1호 팬입니다.

순간 틈이 생겼다만, 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든 눈을 마주치고 대답을 했다.


"너, 왜 오늘은 늦───"


나츠카와가 뭔가 말을 하려고 한 타이밍에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오오츠키 메구미 선생님───통칭 오오츠키짱은 갑자기 멈춰서서, 먼저 이 쪽을 보고 싱긋 웃었다. 나는 그걸 결코 호의적인 미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절대로...!


"안녕 얘들아. 오늘은 전원 와 있는 것 같네, 지각도 없고"


"무슨 소리야 오오츠키짱, 아직 사죠가───있네!? 너 왜 있냐!?"


"나는 언제든지 나츠카와 아이카 뒤에 있다"


"뭔 개소리야..."


오오츠키짱의 함축적인 말로 시작되어 야마자키의 말에 의해 내 존재가 인지됐다. 큰 목소리로 헛소리를 했더니 이게 돌았나... 하는 얼굴로 나를 보는데... 이게 평소의 행실이라는 겁니까. 나츠카와가 믿을 수 없는 걸 봤다는 눈으로 나를 본다. 설마 얘도 믿는 건 아니겠지....


"사죠군. 나중에 교무실로 올래?"


"..."


실패를 알아챘지만 이미 늦었다. 생각해보면 중2때부터 이제 3년, 계속 나츠카와를 따라딘 걸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농담이 통할 리가 없었다.







오오츠키 메구미. 이 학년이 입학하는 것과 같은 타이밍에 취임해 온 미인 교사다. 그렇다고 해도 성숙한 성격이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웃기면 웃고, 학생과 매우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은 평범한 녀석이라고 현실을 보기 시작한 나인데, 반에서는 중심 중 중심적인 존재(분위기 메이커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나츠카와 아이카를 따라가기 위한 부산물로 생겨난 거였으며, 되려고 해서 된 게 아니다. 아마 이제 무리다.


페이트 아웃이다.


일단 이 오오츠키짱부터 시작한다. 선생님은 봄부터 알게 됐지만 반 친구들에 비해 학교에서 계속 같이 있는 건 아니다. 이 첫 호출을 기회로 내 나츠카와에 대한 그 태도를 진심이 아니라는 어필을 하는 거다. 거기부터 타겟을 반 안으로 뻗어가, 점점 나는 학교 생활을 얽힘 없는 평온한 것으로 바꿔 간다.


그걸 위해서라면 선생님의 바인더 엣지(공격)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어, 오오츠키짱 아니 선생님? 그 손에 든 바인더 평소랑 다르지 안항요? 뭔가 금속 같아 보이는ㄷ───아 잠깐


"...그런 거 당연히 농담이죠"


"네가 말하면 농담으로 안 들린다고, 사죠군"


"하아, 그런가요"


자신을 다시 돌아볼 기회가 생기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기에 대해서다. 객관적으로 완전히 파악한 건 아니다. 반 분위기나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는 엄청 나사 빠진 인간이라고 생각된 것 같다.

여려모로 생각하며 대답을 하고 있었더니, 선생님이 놀란 얼굴로 나를 봤다.


"의외네... 담백한 언행을 못 하는 애라고 생각했어. 너한테도 평범한 상태가 있구나"

"뭐, 여기는 선생님밖에 없으니까요"


"..."


교실에서는 각각 학생들에게 입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건 학생들 누구나가 결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며, 거기에 교사가 개입하는 일은 거의 없다.

거의 없...지만, 대부분 교사가 그 계급의 존재를 알고는 있을 거다.


"선생님 앞에서는 꾸미지 않니?"


"뭐, 별로 의미 없으니까요..."


"그래..."


현실, 별로 교사에게 재미 없는 일면을 보여도 손해는 없다. 괜히 아부를 떨어 필요 이상 친근감을 가지는 게 귀찮은 일이 늘어날 거다. 베스트는 귀찮은 학생이라고 생각되어 조금 거부감을 가지게 하는 것. 수업에서 지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흥미를 가지지 않도록 살갑지 않게 행동하는데, 선생님의 침울해진 듯한 얼굴이 이상하게 머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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