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314화 : 좀 성급했던 걸지도 몰라 쿠로와 피어 선생님을 둘만 남기고, 노인씨와 에덴씨와 함께 용자의 언덕에서 벗어나 걸었다. 날씨도 좋고 가끔 부는 바람이 달리는 등 해서 달아오른 몸에는 기분이 좋다. "근데, 정말 잘 됐네요" "네, 동감이에요. 이걸로 피어의 어깨의 짐도 조금은 가벼워졌겠죠. 그런데... 카이토씨" "네?" "그, 어... 그게요... 아까부터 '죽일 듯한 눈빛'으로 이쪽을 보는, 마력이 엄청난 분은 누구신가요? 몸이 떨려서 제대로 못 걷겠는데요..." 나에게는 감응 마법이 있어서 잊기 쉬운데, 강대한 마력이라는 건 아이시스씨의 죽음의 마력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압박감으로 느껴진다. 애초에 몸이 두르는 마력만으로도 압박감이 올 ..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313화 : 『어서와』 천천히 쿠로가 피어 선생님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피어 선생님은 새파래진 표정으로, 쿠로가 한걸음씩 다가갈 때마디 찔끔 어깨를 움직인다. "...크...롬님...저, 저는..." "..." 그리고 쿠로가 피어 선생님 앞에 도착하자, 직후에 공기가 떨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쿠로의 손이 휘둘러졌다. ...따귀? 지금 뺨을 때린 건가? 쿠로 힘으로? ...피어 선생님, 살아있나? 목 날아가지 않았나? 터무니없는 위력으로 싸대기를... 내가 맞았으면 확실히 머리와 몸이 분리될 듯한 일격을 받고, 피어 선생님의 볼에는 빨간 단풍잎이 나타났다. 아니, 딜이 그거밖에 안들어가!? 미사일에 맞은 것 같은 소리였지만, 피어 선생님의 대미지는 ..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312화 : 『시작과 끝의 장소』 교회 앞의 결계 내부. 카이토가 통과한 것을 확인한 젝스는, 싸움을 멈추고 몇 번이나 손뼉을 쳤다. "허허, 저희의 패배로군요. 다들, 저의 억지를 들어줘서 감사합니다. 치료 마법을 쓸 수 있는 자는, 상처를 입은 자들의 치료를 부탁합니다" "..." 카이토가 통과하자마자 바로 패배를 인정하고, 모인 마족들에게 전투 종료 지시를 내린 젝스에게, 리리아 일행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했다. 하지만 시아만은 놀라지 않고 낫을 뺐다. "... '미움받는 역할'은 힘들구나. 사령의 대현자" "호호호, 정말, 젊은이의 등을 미는 게 연장자의 역할...이라는 건 너무 좋게 말하는 것일까요?" "글쎄다, 뭐 연극은 더럽게 못하더라" ..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311화 : 『WHITE JOKER』 나와 노인씨를 바라보면서도, 피어 선생님의 표정에 초조함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여유조차 느껴지는 모습에서는, 피어 선생님의 '내 대답은 변하지 않는다' 라는 의사 같은 게 느껴졌다. 그런 피어 선생님은, 나와 노인씨를 번갈아본 후에 온화하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운 모습이네 히카리. 응, 역시 히카리는 머리가 짧은 게 더 잘 어울려" "고마워요. 그립다는 의미로는, 저도 동감이에요... 이렇게 당신과 맞서고 있으면 전에 봤을 때가 떠올라요" "응, 나도 그래... 어떡할래? 이번에도, 전처럼 싸울래?" "아니요, 유감스럽게도 지금 저는 '용자'로서 당신을 쓰러뜨리러 온 게 아닙니다. '친구'로서..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310화 : 『대치』 카이토가 나아가기 위한 길을 개척한다, 하는 목적이 명확해지자 그에 비례해 행동도 빨라졌다. 전혀 피로를 느끼지 않는 듯한 강한 발걸음으로 노인이 달려가, 라그나도 그에 맞춰 빠르게 옆에서 마족의 벽에 맞섰다. "...오랜만이구만, 연계한 지가 얼마만이지?" "글쎄요, 너무 오랜만이면 쉬셔도 되는데요?" "헛소리!" 짧게 말을 주고받은 후, 라그나가 급 가속하며 손에 든 대창으로 공격했다. "자, 히카리! 그걸로 간다... 트라이던트!" 라그나가 외치며 땅에 창을 꽂자, 거대한 물기둥 세개가 솟아나고, 그게 마치 창처럼 회전하며 적을 향해 날아갔다. 땅에서 해일이 일어난 듯한 그 일격은 대량의 마족을 집어삼켜, 셋이 합쳐져 거대한..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309화 : 『친구의 소원, 용자의 각성』 전장에 나타난 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라그나 폐하. 그녀는 방금 '거칠다'는 말을 했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매우 상냥한 목소리로 노인씨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히카리. 나도 그렇지만... 너도, 나이를 먹었구나.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 말이야..." "무슨, 말이죠?" "아니, 뭐 '너 답지 않다'는, 뜻이지" "저 답지 않다? 그건, 대체..."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말을 하는 듯한, 어딘가 따뜻함마져 느껴지는 목소리로, 라그나 폐하는 노인씨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 대화는 아마, 예전에 같이 여행을 해서 고락을 함께한 라그나 폐하이기 때문에 지금의 노인씨에게도 확실히 말이 닿는 거라는 생각이 ..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308화 : 『언젠가와 지금』 싸움이 시작되고 아직 십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대체 이 단시간에 얼마나 많은 응수가 교환된 걸까? 내 동체시력으로는 거의 안 보이는데... 지금 상황은 대충 이해가 됐다. ...한 수 부족하다. 그건, 이 쪽이나 젝스씨 일행이나 마찬가지일 거다. 리리아씨는 노인씨와 엄청난 전투를 펼쳐, 전설이라고 불린 초대 용자와 호각의 싸움을 해내고 있지만, 결정타가 들어간 것 같지는 않다. 시아씨는 많은 작위급 고위 마족을 상대로 이미 그 반 가까이를 기절시켰지만... 다른 자들과 확연히 두른 마력의 자리수가 다른 다섯 백작급에 관해서는 위세로 싸우고 있긴 하지만 숫자를 줄이지는 못 하고 있다. 라즈씨, 아하트, 에바 셋은..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307화 : 『그것은 선택된 자를 향한 축복』 굉음과 함께 몇 번이나 검을 부딪히는 리리아와 노인의 싸움과는 대조적으로, 다른 자들은 대치한 채로 아직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젝스가 준비한 병력에는, 넓은 마계에서 도 수가 적은 백작급을 비롯해 엄선된 실력자들이 모여 있다. 그 실력을 마력의 질이나 자세에서 추측하면, 시아는 표정으로는 내비치지 않았으나,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리리아는 예상대로... 아니, 예상 이상으로 노인과 접전을 펼치고 있다. 라즈리아, 아하트, 에바 셋도 작위급은 아니지만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 머리수에 넣을 수 있다. 나머지는 시아가 백작급 다섯, 자작급 열다섯, 남작급 마흔을 무찌르..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306화 : 『교차하는 칼날・용자와 전희』 전투 개시의 신호같은 건 없고, 처음 움직이기 시작한 건 리리아와 노인이었다. 고밀도 마력 체질... 평범한 사람의 수십배 밀도를 자랑하는 리리아의 마력은, 같은 마력량으로도 정상보다 훨씬 강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력의 신체 강화 마법으로 인지를 초월한 힘으로, 리리아는 첫 걸음부터 최고 스피드로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마력이 전광이 되어 뿜어져, 몸의 탄성을 충분히 사용해 머리 위로 든 칼을 내려찍기. 노인은 그걸 빠르게 반응해서 회피했다. 허공을 가른 대검이 지면에 닿자, 마치 포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굉음이 퍼지고 지면에 균열이 일었다. 하지만 노인 또한 전투 경험 풍부한 강자. 회피할 뿐만이 아니..
용자 소환에 말려들었는데, 이세계는 평화로웠습니다 305화 : 내 편이 되어주는 것 같아 내 옆에 달려와준 리리아씨는, 내 대각선 앞에 서서 대검을 겨누고 쓴웃음을 지었다. "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루나나 지크를 데리고 올 걸 그랬네요" "...이건 이건, 설마 여기서 인간족 최강이라고 불리는 '백장미의 전희' 공이 등장할 줄이야... 정말이지, 그냥은 안 되는군요" "되, 되도록이면, 그 부끄러운 이명은..." 리리아시의 등장에 감탄하며 박수를 치는 젝스씨인데, 그 표정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 아니, 해골이라 표정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여유가 있는 느낌이 난다. "...쓸만한 녀석이 왔구나. 잘 됐다... 백장미의 전희" "...어, 저, 재앙신님... 이, 맞으신가요?" "그래" "처음..